2024년 11월 22일(금)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⑩] 연매출 400억원 올리는 日 소셜벤처 그룹 ‘보더리스’

셰어하우스, 유기농 허브티, 유통사업, 아동의류 재활용 매장, 가죽제품 생산, 농가지원사업 등 국내외를 연결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소셜벤처가 있다. 그룹사 총매출은 연간 약 400억원, 자회사도 14개에 달한다. 일본 소셜벤처 보더리스 재팬(Borderless-Japan) 이야기다.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보더리스 재팬의 공동창업자인 ‘스즈끼 마사요시(鈴木雅剛. Suzuki Masayoshi)’씨를 만나봤다. 그는 현재 보더리스 전체 그룹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보더리스재팬 공동창업자,스즈끼 마사요시 ⓒ김동훈

ㅡ보더리스는 어떤 회사입니까?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며 그 방법을 비즈니스로 실현하는 회사입니다. 보더리스는 2007년 3월 설립돼 올해로 11년이 됐습니다. 어떤 국가든 빈곤, 차별, 환경문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NPO 등 여러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보더리스는 비즈니스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보더리스가 정의하는 소셜 비즈니스(Social Business)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소셜비즈니스는 지원 대상자와 상호 협동하면서 새로운 관계와 가치를 만들어내며,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형태는 상관없습니다. NPO, 협동조합, 주식회사 등 모든 형태가 가능합니다. 다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솔루션이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하느냐에 달려있죠. 예를 들어 NPO가 농가의 수익을 높이는 활동을 한다면 자기 단체에 수익이 되지 않더라도 소셜 비즈니스로 볼 수 있습니다.

보더리스는 기업가를 육성하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직원이 회사로 들어와 창업을 하게 도와줍니다. 창업할 직원을 뽑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인이 구상하는 사업 제안서를 제출받고, 합격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입니다. 창업이 자기 만족에 그치고 있는 것인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명확한 의지가 있는지를 봅니다.

두 번째 단계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출하게 합니다. 기본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를 확인하기 위해서죠. 마지막으로 임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채용 여부를 최종 결정합니다. 최종합격자라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백오피스(Back Office)’라고 불리는 별도의 조직이 이들을 지원하게 됩니다. 전략, 마케팅, PR, 법률, 회계 등 전반적인 부분을 서포트합니다.

입사 후 직원들은 백오피스의 지원을 받으며 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가 됩니다. 2~3개월간 전략 마케팅 부서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짜게 되고, 준비가 끝나면 각 자회사 사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를 하고 최종 통과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초기 투자금도 이때 정해집니다. 평균적으로 한 사업당 3000만엔 정도 투자합니다. 창업을 하면 100% 자회사 형태로 운용하게 되며, 회계나 총무 등 공통 업무는 보더리스에서 지원합니다. 보더리스가 100%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이유는, 회사 수익이 개인에게 돌아갈 경우 사회를 위한 사업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하는 문제의식에서 선택한 방식입니다. 우리는 보더리스 자체가 사회를 바꾸는 에코시스템이 되길 원하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을 다시 새로운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창업가로서는 개인적인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것 같습니다.

보더리스는 자신의 월급을 본인이 직접 정하도록 합니다. 직원들은 개인적인 이윤을 넘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졌고, 이러한 원칙에 동의하는 이들로 모여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지원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룹에 속하는 방식’으로 돕고 있습니다. 보더리스 그룹 안에선 정보와 노하우 공유가 빠르게 일어나고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신뢰’에 기반해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이죠.

보더리스 하우스 모습 ⓒ김동훈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떤가요. 사회적기업의 성공 가능성 및 확장성에 대한 질문이 많습니다.

일본, 한국, 타이완, 중국, 터키,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8개국에서 14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6개 사업을 새로 시작했고, 과테말라는 현재 준비 중입니다.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기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경우도 있고, 기존에 하던 비즈니스를 가지고 합류한 경우도 있습니다.

셰어하우스인 ‘보더리스 하우스(Borderless House)’는 총 120곳에 문을 열었고 약 5000명의 입주자가 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일본에 온 외국인들이 집을 빌리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죠. 단순히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거절을 당하거나, 일본어가 좋아서 어학당에 들어간 사람들인데도 친구도 만들지 못하고, 취직도 못하고 돌아가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보더리스 하우스’가 탄생한 배경이죠.

그 외에도 유기농 허브티 사업인 ‘아모마(AMOMA)’, 프리미엄 가죽제품사업 ’보더리스 레더팩토리(Borderless Leather Factory)’ 등 14개 사업이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총매출은 약 33억 2000만엔(약 337억원)으로, 올해 예상 매출은 약 42억 8000만엔(약 435억원)으로 추산합니다. (보더리스 그룹에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죽제품공장을 운영하는 ‘Borderless Leather Factory’, 미얀마에서 약초재배 농가를 조직한 ‘Borderless Farm’, 케냐 콩 생산농가를 설립한 ‘Alphajiri’ 등의 자회사가 있다.)

보더리스그룹이 운영하는 방글라데시의 가죽공장 모습 ⓒ보더리스

사업 중에 국제개발협력 관련 아이템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타구치 카즈나리(田口一成)’ 사장이 빈곤문제 해결에 관심이 높습니다. 개발도상국 시골에 살고 있는 농민들이 농약을 사용하면서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됐죠. 이에 농민들이 ‘허브’ 농사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고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술 지원은 물론 허브 전량을 구매하되, 항상 일정 가격 이상을 지불하도록 보장해 수입의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일본에서 허브를 판매할 시장 자체도 개척했습니다.

가죽제품회사 ‘보더리스 레더팩토리’와 ‘족고’의 제품들은 방글라데시의 빈곤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방글라데시 농촌 지역에서 벌꿀, 코코아 오일 등을 활용해 상품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도심의 일자리 부족 문제와 슬럼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의 강점인 소가죽을 최종 사업 아이템으로 잡게 됐죠. 4년 전 시작된 가죽 제품회사는 지금 방글라데시 주민 700여명이 일하는 거대한 사업이 됐습니다. 700명 직원 중 20%가 문맹이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이지만, 지금은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1.2~1.5배 높은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수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보더리스그룹이 진행하는미얀마의 유기허브 재배현장 모습 ⓒ보더리스

한국에도 지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셰어하우스인 ‘보더리스 하우스(Borderless House)’ 사업과 공정무역으로 수입한 허브티 ‘아모마 내츄럴 케어(AMOMA natural care)’ 사업을 한국(보더리스코리아)에서 하고 있습니다. 보더리스 하우스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절반씩 입주해 함께 생활합니다. 아모마 내츄럴 케어 사업은 미얀마 농가의 빈곤 해결을 위해 한국에 진출했고요. 한국에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 소셜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 통역 도움 : 김동현(Borderless-House sta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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