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과 테슬라 두 기업 중 어느 곳이 더 지속 가능할까. 일반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폴크스바겐은 우수한 평가를, 테슬라는 나쁜 평가를 받았다. 폴크스바겐이 지속 가능 보고서를 내고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한 데 반해 테슬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산망 전체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원자재부터 최종 단계까지 전 생산망을 들여다본 우리 연구 모델에 의하면 테슬라가 훨씬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 폴크스바겐은 F에 가깝다.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판단하려면 전체 생산망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그렇게 분석한 데이터는 투자의 좋은 지표가 된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운용사 ‘에토 캐피털’(ETHO Capital)’ 이안 몽로(Ian Monroe·사진) 대표의 말이다. 에토 캐피털은 지난 3월 미국 유력 경제 잡지 ‘패스트컴퍼니’에서 테슬라·구글 등과 함께 ‘2017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 7월엔 이익을 사회와 나누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일컫는 비콥(B-Corp) 인증도 받았다.
에토 캐피털의 기조는 ‘환경 친화적인 기업일수록 재무 수익이 높다’는 것. 그는 “지난 몇 년간 데이터 분석과 투자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도 증명했다”고 했다. “친환경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그만큼 석탄이나 오일은 ‘비싼’ 에너지가 됐다. 정책 흐름도 친환경에 우호적이다. 노르웨이에선 석탄 산업에서 연기금을 빼겠다고 했고,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테슬라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다.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도 탄소를 덜 배출하는 기업은 동종 업계 다른 기업에 비해 변화에 민첩하고 새로운 기술에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현명한 경영진을 뒀다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좋은 투자 옵션인 셈이고, 투자 결과로 증명했다.”
스탠퍼드대에서 지구 시스템학·기후변화를 전공하고 현재 동대학에서 데이터 분석과 지속 가능성을 강의하는 그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ESG·지속 가능 펀드’ 대부분은 기업이 스스로 공개한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우리가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데이터는 기업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생산망 전체에서 탄소배출량은 어떻게 계산할까. 에토 캐피털에선 데이터 전문 공학자, 기술 전문가 등이 협업해 만든 과학적인 알고리즘과 모델에 의해 탄소배출량을 계산한다. 각 기업이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재무 정보’에 기반해 기업의 ‘생애 주기’ 모델링을 통해 계산한 수치다. 전 세계, 산업별 6000개 이상 기업 생산망을 분석했고 산업별 ‘환경 리더’ 기업을 뽑는다. 에토 캐피털에서 주목받은 건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화석연료 없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오픈한 것. 패스트컴퍼니에서 ‘올해의 혁신 기업’으로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 친화적인 기업의 주식을 살 수도 있겠지만, 모든 투자자에게 접근이 쉬운 건 아니다. 우리는 투자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든 소액 개미 투자자든 관계없이 친환경 기업으로만 구성된 펀드를 쉽게 매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 주당 32달러 남짓 되는 펀드는 산업별 환경적으로 앞서 있는 370개 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예측했듯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 화석연료나 군수산업 등 지속 가능하지 않고 책무성 없는 회사는 빠져 있다.”
창립자 이안 몬로는 한평생 ‘기후변화’라는 키워드로 외길을 걸어온 지속 가능성 전문가다. 스탠퍼드대학에서 지구시스템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받은 뒤 기업, 월드뱅크, 미국 정부, 환경 NGO 등에서 컨설턴트이자 공학도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2014년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게임을 통해 시민들이 각자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고 줄일 수 있는 앱 ‘오로에코(Oroeco)’를 개발해 사회 혁신가에게 투자하는 에코잉그린의 ‘에코잉그린 펠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로에코 소개 애니매이션
“공학적으로 수치를 계산하거나 정치적으로 정책을 바꾸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시민 참여를 만들어내고도 싶었다. 지금은 투명하게 공개된 빅데이터가 이끌어내는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친환경 투자는 우리 미래가 달린 일일 뿐 아니라 좋은 투자 옵션이다.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펀드가 약 70조달러 규모다. 데이터가 기업을 바꾸고, 자본의 흐름이 바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