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부터 11일까지 글로벌 임팩트 투자 포럼 ‘2017 D3 임팩트 나이츠(D3 Impact Nights)’가 제주에 모였다. D3쥬빌리가 개최하고, ㈔루트임팩트가 운영 파트너로,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임팩트 투자자와 기업가·비영리단체·금융기관 등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속하거나 관심 있는 각양각색의 이들이 자리를 메웠다. 더나은미래는 현장에서 논의된 글로벌 임팩트 투자 트렌드를 전한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라 수익률만 고려했던 투자 방식은 낡았습니다. 그동안 금융 시스템은 외부 효과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는 불평등과 각종 사회문제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이제 임팩트 투자자가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때입니다.”
임팩트 투자의 선구자, 찰리 클라이스너(Charly Kleissner)는 금융시장에서 ‘임팩트 투자자’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내 리사 클라이스너(Lisa Kleissner)와 함께 2000년 KL 펠리시타스 재단(KL Felicitas Foundation)을 설립하고, 15년 넘게 임팩트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찰리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관점에서 광범위한(broad) 수준의 임팩트를 추구하는 연금이나 기관투자자들과 주류 금융시장부터 ‘딥 임팩트(deep impact·수익과 임팩트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 금융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찰리가 임팩트 투자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시다면?
아시아 임팩트 투자 생태계는 어떨까. 올해 일본의 사사가와 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은 아시아 여성 임팩트 펀드(Asia Women’s impact fund)로 1억달러(한화 약 1000억원)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의 목표는 개발도상국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수이지 오노(Shuichi Ohno) 사사가와 평화재단 CEO는 “기부금(grant)도 중요하지만 ‘공짜 돈’이라는 인식 때문에 기부자 입장에서는 비효율성이 발생했다”며 임팩트 투자 방식을 고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사회는 특히 2011년 대지진 이후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일본 정부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이하 GPIF)이 사회 책임 투자 분야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GPIF는 지난 6월 말까지 ESG 투자에 1조엔(한화 약 10조원)을 투자했다.
홍콩의 패밀리오피스(부호가 자신의 자산 운용을 위해 설립한 개인 운용사) 임팩트 투자기관인 RS그룹의 로니 맥(Ronie Mak) 운영 디렉터는 “아직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다양한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이젠 은행에서도 ESG가 결합된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다”면서 “RS그룹은 홍콩의 패밀리오피스를 중심으로 임팩트 투자 저변을 확장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S그룹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계기로, 2010년부터 모든 자산을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자키로 했다. 특히 2013년부터는 기후변화 이슈를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로 포함시켰다. 석탄이나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와 관련된 투자금을 회수하고, 대신 재생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과 관련 사업을 벌이는 회사의 투자 금액을 늘렸다.
로니 맥 RS그룹 운영 디렉터는 “기존 투자 방식과 동일한 지분 투자, 채권, 사모펀드, 부동산 등의 자산도 있지만 기부금(grants)이나 현금(cash)으로도 투자를 한다”면서 “투자 대상에 대한 재정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밝혔다.
올해 설립된 ‘아크임팩트자산운용회사(ARK Impact Asset Management)’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임팩트 투자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다. 아크임팩트자산운용의 전신은 2003년 설립된 아크투자자문이다. 이철영 아크임팩트자산운용 회장은 “지난 14년간 사회 책임 투자에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100% 임팩트 투자’를 목표로 한다”면서 “도시재생과 환경, 에너지, 저개발국의 빈곤 문제 해결과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데 투자를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대한 논의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는 “지금까지 엔젤투자자들이 어렵게 임팩트 투자를 성장시켜왔는데, 정부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워 20여 년 전 벤처 투자 붐과 마찬가지로 ‘임팩트 워싱(washing)’이 일어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000억원이라고 해도 40억원 투자로 보면 25개 기업밖에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소셜벤처들도 일반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자본이 흘러들어와도 생태계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라고 본다”며 “‘콩나물에 물 주기’처럼 물은 다 흘러내리지만, 콩나물들은 커져있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은 “민간 주도로 임팩트 금융을 키우기 위해 이헌재 전 부총리를 필두로 한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00억원을 모집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임팩트 금융 또한 단계별로 시작 단계인지, 성장 단계인지 등에 따라 적절한 기금이 공급돼야 하고,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론(loan·대출), 에퀴티(equity·지분) 등 달리 제공할 수 있는 기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성장 금융 등 공적인 부분에서는 밑에서 깔아주는 생태계 조성을 맡아주고, 운동장의 선수와 감독까지 맡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