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478명의 청년이 ‘사회문제 해결형’ 인재로 자랐다면

[현장] 루트임팩트 ‘임팩트 베이스캠프(IBC)’ 10주년 행사
‘사회문제 해결’ 꿈꾼 수료생 100여 명 한자리에

“단순히 ‘좋게 만들자’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배운 시간…어떻게 구체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를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이하 IBC) 1기 수료생 박혜민 씨는 IBC를 “커리어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갈증을 채워 준 경험”으로 기억한다. 소셜벤처 재직 당시 IBC를 수료한 그는 현재 청년 정치인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비영리 스타트업 ‘뉴웨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정치를 바꾸는 일이 결국 사회와 환경 문제 해결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IBC 11기 수료생 이청화 씨는 이 프로그램을 “커리어의 출발점이자 임팩트 생태계 선순환의 한 고리”로 기억한다. 수료 후 그는 유언장 키트를 개발하는 소셜벤처 ‘유언을 쓰다(YOUTH)’를 창업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유언 문화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었다.

“문제를 정의하고 다각도로 분석하는 방법을 가장 깊이 있게 배웠습니다. 그 경험 덕분에 임팩트 생태계 안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죠.” 현재는 아산나눔재단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려는 개인의 노력이 결국 생태계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IBC를 통해 체감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임팩트 베이스캠프 : 우리가 만든 10년, 우리가 갈 10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루트임팩트

이들은 루트임팩트의 청년 교육 프로그램 ‘임팩트 베이스캠프(IBC)’의 수료생들이다. IBC가 시작된 지 올해로 꼭 10년. 프로그램을 거쳐 간 478명의 수료생 중 100여 명이 지난달 26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 다시 모였다. 이들은 ‘임팩트 생태계’라는 말을 그저 듣기만 하던 대학생에서, 소셜벤처 창업가, 비영리 실무자, 임팩트 투자자, 정치인까지 각자의 이름과 역할을 갖게 된 사람들이다.

◇ IBC 수료생 45%, 임팩트 조직 종사해

IBC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고 이를 커리어와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8~16주간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직접 해결책을 도출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방식으로 진행되며, 현직자 멘토링을 거쳐 현실적인 프로토타입의 결과물을 제작한다. 2015년 시작 이후 지금까지 47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누적 프로젝트는 122개에 달한다.

이지현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팀장은 “수료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변화의 주체가 됐다”며 “앞으로의 10년은 어떤 방식으로 더 빠르고 지속가능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향후 5년 안에 수료생 1000명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임팩트리서치랩과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1명 중 92%가 “커리어 선택 시 사회적 가치를 우선 고려한다”고 답했다. 사회적 기업, 임팩트 투자사, 비영리조직 등에 재직 중인 수료생도 45%에 달했다. 특히 최근 수료생인 17~18기 대부분이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커리어 흐름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생인 정지혜(18기) 씨는 “평소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은 있었지만 커리어로 맞는 일인지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면서 “IBC 참여하면서 눈 떠있는 시간 전부를 ‘사회문제 해결’을 생각하는 데에 썼는데도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같은 기수 수료생인 안혜림(IBC 18기) 씨도 “IBC를 통해 ‘이 생태계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 파인더·빌더·스파이…직업이 아닌 역할로 나를 설명하다

“저는 임팩트 투자사에서 일하면서 ‘커넥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자금과 사람, 조직을 연결하는 게 제 일입니다. 언젠가는 투자자가 되어, 문제 해결에 돈이 흐르게 만들고 싶어요.”

지난달 26일 IBC 수료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소개하는 모습. /루트임팩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수료생들은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가’보다, ‘어떤 임팩트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서로를 소개했다. 루트임팩트는 ▲사회문제를 알리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스피커’ ▲서비스·제품·캠페인 등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빌더’ ▲사람과 자원을 연결해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커넥터’ ▲문제를 파고들어 변화의 근거를 마련하는 ‘리서처’ ▲사람을 키우고 생태계를 돌보는 ‘가드너’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파인더’ ▲비임팩트 영역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스파이’ 등 총 7개의 유형을 제시했다.

김현실 루트임팩트 임팩트닷커리어 커뮤니티파트장은 “수료생들이 생태계 안에서 어떤 역할로, 어떤 임팩트를 만들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활동 형태에 따라 정체성을 분류했다”며 “이번 행사에선 임팩트 생태계를 탐험하며 가능성을 모색하는 ‘탐험가’와, 투자를 통해 생태계를 지지하고 확장하는 ‘투자자’도 함께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빌더’로 활동하고 있는 권수연(7기) 씨는 청년들이 자신의 강점에 맞는 직무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소셜벤처 ‘매치워크’를 창업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청년 취업난과 구직 단념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시도였다. 그는 “IBC에서 사용자 중심의 공감 기반 문제 해결 방법론인 디자인씽킹을 가장 깊이 배우며, 고객의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사고방식을 체득했다”고 했다.

현재 그는 루트임팩트와 함께 ‘임팩트 커리어 베이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임팩트 커리어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커리어 로드맵을 설계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정치권·학교·기업으로…일터에서 임팩트를 실험하는 청년들

한편 IBC의 영향은 임팩트 조직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반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도 스파이처럼 활동하는 수료생들이 있다. 서울특별시 강동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하는 원창희(5기) 씨는 “임팩트 관점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스파이’처럼 제도권 내 잠입해 권력 구조, 예산 편성 등의 작동 원리를 치열하게 학습한 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의사 결정권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원 의원은 지역구 내 활동뿐만 아니라 서울시 청년 100명 정책을 제안 프로젝트 등 2030 청년 정치인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IBC 수료생이 조별로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소개하고 있다. /루트임팩트

경기 솔빛초등학교 선생님인 김보준(2기) 씨는 “IBC는 대학 시절 마지막으로 참여한 대외 활동이었는데, 교사가 된 후에도 ‘공익적 가치’를 고민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육 정책 및 교사 환경 개선 연구 등을 진행하는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운영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IT 기업 노션에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변선정(13기) 씨는 “서울 중심의 행사에 한계를 느끼고, 대구 지역 멤버들과 로컬 밋업을 직접 기획했다”며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진 않지만, ‘지역 불균형’을 인식하고 실험하는 데서 임팩트의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코딩 교육기업 코드잇에서 일하는 14기 수료생 송은진 씨는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다짐”으로 이렇게 적었다. ‘사유를 멈추지 말자. 세상과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자.’ 그는 본업은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어도 여전히 “사회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원인을 파악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하고자 한다”며 “10년 뒤에도 ‘나는 여전히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임팩트 베이스캠프 : 우리가 만든 10년, 우리가 갈 10년’ 행사에서 발표하는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의 모습. /루트임팩트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IBC는 사회문제 해결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우리가 먼저 던진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비슷한 고민을 나눌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던 시절, 함께 실험해보자는 마음이 지금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분야에 있든, 우리와 후배 세대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응원하며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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