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소규모 NPO가 할 수 있는 모금마케팅 A -Z
이요셉 빈손채움재단 사무총장
비영리단체별 경쟁이 심해지면서, 모금의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기 후원 중심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 소액모금부터 고액기부 혹은 유산기부와 같은 초고액모금까지 형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아대책에서 모금마케팅을 오래 진행해왔고, 빈손채움이라는 소규모 재단에서 직접 모금을 진행해온 이요셉 전 사무총장을 통해, 모금에 관한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Q1. 대형 비영리단체에서 모금기획 및 실행, 홍보대사 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고, 갓 창립한 소규모 비영리단체의 모금실무도 직접 진행했는데 차이가 있으셨나요?
3년 전 소규모 NGO에서 일하면서 A부터 Z까지 진행해보면서, 진짜 자기 실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됐어요. 혹시 기회가 되면 크라우드펀딩을 본인이 직접 한번 실행해 보세요. 자기 개인의 프로젝트도 좋고, 아니면 법인의 프로젝트를 해봐도 상관없어요. 그걸 해보면 ‘내 실력이 이 정도이구나, 내 네트워크가 이 정도였구나, 지금까지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내 실력은 몇 %이고, 팀원들 실력은 몇 %였는지’ 이런 게 정확하게 드러납니다.
Q2. 오랜 기간 모금을 해오면서 내린 본인만의 ‘모금에 대한 정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가 흔히 ‘모금이 어느 정도 될까’를 많이 고민하죠. 모금을 한자로 풀어보면, 금액을 모으는 것이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전적인 것’에 대해 한정지어 생각해요. 하지만 단순하게 돈만 모을 것인지, 환경이나 사람도 포함시킬 것인지에 따라 모금프로젝트의 방향이 많이 달라집니다. 메이저 NGO들이 하는 모금 중에 대놓고 ‘여러분, 이 프로젝트를 도와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 게 많습니다. 대부분 사람을 모집해요. 사람을 모집한 후, 그들의 네트워크와 가능성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모금을 하기 위해 3억원을 썼다면, 그 다음달에 3억원이 들어오지 않아요. 그런데 사람들 3만명 정도를 모집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메이저 NGO단체에서 3년의 손익분기점을 생각하면, 남은 기간 동안 모집한 3만명을 갖고 모금으로 만들어내는 게 바로 ‘모금가’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펀드레이징(모금)을 생각할 때, 단순하게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모금이 될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사람을 모아내고 환경을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모금액만 생각하면, 여러분이 영리기업 차려서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하면 돼요. 반면, 비영리단체의 모금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현장’입니다. NGO 모금가는 현장을 아는 사람들이어야 해요. 컨텐츠 플래너가 되어야 합니다.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창작활동을 모금이라고 생각합니다.
Q3. 모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요?
마케팅에서 많이 나오는 게 ‘니즈(Needs)와 원츠(Want), 디맨드(Demands)입니다. 저는 이 3가지를 구분하는 게 무척 어려웠어요. 오히려 ‘후원자의 마음에 뭔가를 심어주는 것이 마케팅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장세분화(Segmentation), 타깃설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을 줄여서 STP마케팅이라고 하죠. NGO도 어떤 후원자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하고, 그 후원자들을 영역별로 구분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분화된 타깃을 설정한 후, 고객의 마음 속에 들어가기(참여)’가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결정의 순간, 후원자가 딱 보고 ‘아, 이거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4. 최근에는 ‘문화를 통한 모금’을 하신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우리나라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있어요. 문화를 통한 모금을 하고, 관련 법정기부금단체 자격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단체도 무척 많아요. 제가 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화가인 황주리작가님과 성석제 소설가님을 비롯한 화과, 문화 관련 언론인들과 ‘빈곤’을 주제로 한 해외 투어 이후, 그 현장감을 보여주기 위해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는 게 있습니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분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나도 일반인처럼 기부를 하고 싶은데, 이 기부를 내 재능으로 해보고 싶다. 근데 그 재능을 어떻게 기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거든요. 수백만원 짜리 그림을 전시해서 그 수익금을 모금한다고 할 때, 이런 프로젝트를 모금가가 진행해볼 수도 있어요. 만약 1인당 700만원씩, 5명의 해외투어를 진행한다고 할 때 8000만원이 든다고 가정해봅시다. 이걸 성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Q5. 크라우드 펀딩을 해보면 어떨까요?
크라우드 펀딩?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좀 막연합니다. 저는 ‘하나투어’라는 기업과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투어사회공헌팀은 얼마전 개최된 서울사회복지대회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 할만큼 창의적인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하나투어는 패키지여행 손님이 많을 경우 전세기를 띄우는데, ‘셀레브리티 몇 분을 모시고 갈테니 빈 좌석을 좀 지원해주세요’라고 사회공헌용 제안을 하는 겁니다. 기획안을 내서 기업에 요청해보세요. 바로 안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두드리는 것이지요. 또 전시회를 해야 하니 갤러리와도 협상을 해야 합니다. 보통 화가와 기획자인 공익법인이 수익금을 6대 4로 나눈다고 하면, 사전에 협의해 화가에게 40%만 갖게 하고 갤러리에 20%를 주는 겁니다. 나머지는 화가, 갤러리, 기획자 모두의 이름의 사회공헌기금으로 쓰도록 하고요. 이렇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꽤 괜찮은 기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공익마케팅을 통한 수익모델을만드는 것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Daum 같이가치 스토리펀딩을 보면 1억원까지 기금이 마련된 사례도 있어요. 해외투어에 함께 하시는 유명소설가나 언론인이 써주신 글로 스토리펀딩도 하고, 그글을 갖고 책도 출간해 지속적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겁니다. 이렇게 컨텐츠는 하나인데, 그 컨텐츠를 갖고 여러 모금원으로 계속 파생시켜 나가는 게 모금가의 역할입니다.
Q6. 빈손채움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꽤 성공하셨는데, 어떤 비결이 있나요?
모금 영역에서 요즘 많이 하는게 크라우드펀딩이죠. 크라우드펀딩을 해보면, 내가 사람을 얼마나 알았는지 확 드러나요. 내 네트워크가 우리 가족인지, 그리고 내가 보험사 직원이 되면 성공하겠는지 등등 이런 것들이 판단이 돼요. 왜냐하면, 피라미드처럼 맨 위에 여러분이 있고 여러분이 2~3명에게 퍼뜨리고, 그들이 또 퍼뜨려나가는 구조이거든요. 김영걸 교수님이 강의하는 채널 중에는 아프리카TV가 있습니다. 근데 아프리카TV가 모금 채널로 쓰여요. 왜 그런지 아세요? 아프리카TV가 쇼를 하면 사람들이 돈(풍선)을 던져주잖아요. 이에 관한 수익을 에이전시와 나누더라도 1억원 이상의 월수입을 버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프리카TV에 나오는 건 모금도 있지만, 홍보의 효과도 있어요. 그런데 아프리카TV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나쁘기도 합니다. 아프리카TV의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해 한번 모금을 해볼 것인지, 부정적인 면을 보완할 수 있는 컨텐츠로 승부를 걸어 홍보채널로 활용해볼 지 한번 판단을 해보세요.
이제 크라우드 펀딩도 경쟁이 무척 세지고, 우리가 먼저 하지 않으면 곧 흔해지는 시점이 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2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기간 내 모금목표를 달성한 후 목표금까지 달성이 되지 않았더라도 조성된 만큼의 기금이 나가는 경우도 있고, 모금목표를 달성 못하면 아예 모금 프로젝트가 끝나는 경우로 구분됩니다. 크라우드펀딩은 리워드(보상)라는게 있게 되는데 시스템이 많이 개발되어 이 보상용 상품을 주식으로도 줄 수가 있습니다. 이 보상 상품을 어떤 것으로 제공하는지에 따라, 크라우드펀딩으로 인한 NGO 수익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Q7. 크라우드펀딩에서 모금가들이 알아야 할 주요 내용이 있을까요?
미국의 ‘잡스법(JOBS Act, Jump 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에 대해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법은 점프 스타트라고 불리는, 10억달러 이하의 신생 창업기업을 위한 지원법인데 이 법개념이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이와 유사한 법을 국회의원이 벌써 발의한 적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신생기업 육성법입니다. 만약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서 기부를 하면 이에 대해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주식을 받은 후 기부금 처리도 할 수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공익을 위한 회사를 세웠는데, 이 회사를 돕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하고 기분좋게 기부를 했고, 이게 주식까지 남고 기부금 처리도 받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세법 등 법 충돌이 많아서 쉽게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있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NPO(비영리법인)이라는 개념이 애매모호해질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모금만 하는 비영리단체로 머물 것인지, 아니면 공익을 목적으로 수익사업을 하는 법인으로 확대할 지, 활동범위의 확대를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Q8. 비영리단체도 영리기업과 같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물론 비영리가 만든 기업과 영리기업은 분명 다릅니다. ‘탐스’라는 회사에 대해 흔히 ‘CSV(공유가치 창출) 기업’이라고 아는 분들이 무척 많습니다. 근데 아닙니다. 만약 탐스가 비영리단체에서 만든 기업이었다면, 생산성 향상을 하는 목적이 달랐어야 합니다. 탐스가 기부를 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모든 시스템을 바꾼다거나, 인도나 아프리카에 공장을 세운다면 거기에 효율을 가장 최적화해서 그걸 기부하는 것이라면 ‘CSV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탐스는 그렇지 않거든요. 공익마케팅을 사용하지만 그 목적이 기업 자체의 수익창출에 제한되어 있다면 그건 진정한 CSV 기업이 아니에요 저는 비영리에서도 비즈니스 영역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단법인 빈손채움은 그걸 둘러싼 수익사업 회사들이 있고, 수익사업 회사들이 거둬들인 수익의 30%를 빈손채움에 기부하게 되어 있습니다.
Q9. 국내 NGO들이 놓치고 있는 모금 영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메이저 NGO들은 고액기부자를 많이 섭외해올 수 있습니다. 근데 유산기부는 메이저 NGO에서도 아직빈틈이 많은 부분이에요. 오히려 여러분들이 10명 안팎의 직원이 있는 NGO의팀장이시거나 본부장이시면, 기존의 모금방식으로 기부를 이끌고 있는 팀보다 유산기부 요원 한명을 전문적으로 키우시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에이전시 한명을 팀원으로 세운 후 3개월을 훈련시켜 한번 시도해볼만큼 이 영역의 미래가치는크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게 우리나라에서 가능성이 없으면, 우리 보험회사 망했을 거예요. 유산기부를 하려면 보험도 좀 아셨으면 좋겠어요. 유산기부는 보험회사와 연결해서 하기 무척 수월한 면이 있어요.
Q10. 유산기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추이를 한 번 볼게요. 2000년대는 500억원을 초월했습니다. 지금 17년 지났거든요. 여기보시면 3500억원입니다. 4년만에 1000억원을 초과했는데, 2년만에 2000억원을 초과했어요. 물론 2008년에 미국 금융위기와 리먼브라더스 몰락 등의 이유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2000억원을 초과하자마자 바로 안 좋았죠. 2013년에 다시 3400억원으로 모금액이 올라갔습니다. 소수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 성장구조가 모금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삼성이 1000억원을 낸다고 하면, 현대차가 500억원을 내는 등 모금액이 같이 올라가는 구조이지요. 삼성 입장에서는 1000억원을 내는 게 너무 부담이 크니까 계속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기업들은 경제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IMF 때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 메이저 NGO들은 대부분 모금액이 많이 줄지 않았습니다. 당시 모금회는 백억원 단위로 떨어졌는데, 안 떨어졌거든요. 그것은 개인 후원자들 때문입니다. 개인후원자들은 상황이 어려워 질 때마다 더 주변을 찾는 경향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을 타깃으로 한 유산기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국민의 유산기부 의향 10대(49.2%),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의 유산기부, 그리고 정기후원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각국의 GDP 대비 개인 기부액 규모를 보면, 한국은 0.14%입니다. 물론 유산기부의 전제는 사회지도층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런 것들을 열어주는게 우리 NGO 스태프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11. 유산기부를 대비해서, NGO에서 활동하는 모금가들이 알아야 할 사안이 있나요?
지정기부금과 법정기부금의 차이를 아시죠? 만약 삼성이 10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어요. 그러면 1000억을 다 돌려 받습니까? 만약 여러분의 NGO에 누가 기부금을 냈습니다. 10만원 내면 만오천원 돌려받나요? 세제 상으로? 모금가가 되려면, 법인세와 기부금 세제혜택 등 관련 정보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1000억을 낼게. 그럼 150억은 돌려받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기부했는데 돌려받지 못한다면 유산기부를 받기 어렵겠죠.
기부서약모임(The Giving Pledge)은 많이 아실 거에요. 빌 게이츠를 시작으로 해서 워렌버핏 등 계속 커나가고 있는 캠페인입니다. 미국 400대 억만장자를 참여시킨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속세 폐지를 추진중인데 이것이 기부금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레거시 10’이라고 있는데요. 유산의 10% 이상을 기부할 때 상속세를 감면하는 것입니다. ☞기빙 플레지가 궁금하시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수원교차로 주식기부 과다증여세 사건을 아시다시피, 180억원 규모의 재단을 설립하면서 기부금을 주식으로 냈다가 증여세 140억원을 떠안았어요. 증여세를 안 냈다가 가산세까지 붙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결국 승소했지만,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서는 기업의 의결권 주식을 5% 이상 기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주식 기부를 막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단을 통해 유산 상속을 하기 좋은 시스템이기 때문이지요. 자식을 취직시켜서 급여를 주고, 재단의 차를 본인의 개인차로 쓸 수 있게 하는 등 악용할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원교차로 사건을 계기로, 주식과 관련된 기부금 처리 등의 법적인 절차 등이 마련될 거예요. 모금전문가로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이 글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열린 ‘2017 비영리리더스쿨 4기’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