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비영리 모금 컨텐츠 A-Z] ③ 스토리텔링 기획보도의 모든 것

3강 스토리텔링 기획보도의 모든 것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바뀌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의 중요성입니다. 어떤 정보든, 어떤 글이든 훌륭한 콘텐츠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마련입니다. 후원자를 향한 메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영리단체가 가진 수많은 모금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홍보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홍보의 기본은 우리 조직의 아이덴티티(Identity), 브랜딩(Branding), 포지셔닝(Positioning)을 잡는 것입니다. 박란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이 후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텔링 기획 보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 ⓒ더나은미래

Q1. 좋은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이젠 온라인 모바일 시대이기 때문에 쉽게 읽히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간결하게 핵심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언론사에선 수많은 정보를 짧은 텍스트 안에 넣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신문 지면, 방송 분량이 한정돼있기 때문입니다. 독자가 궁금해할만한 기본적인 정보를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간결하고 쉽게 쓰는 것이 기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입니다. 여러분들이 글을 못쓴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누구도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정보를 전부 담고 있는 글이 좋은 콘텐츠라고 할 순 없습니다. 대다수 비영리단체의 보도자료를 보면, 단체가 하고 싶은 모든 콘텐츠를 전부 집어넣습니다. 반면, 기자들은 독자들이 가장 관심있어할 만한 콘텐츠들을 뽑아내서 담습니다. 광고(Advertisng)와 PR(Public Relation)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광고는 ‘우리는 좋은 회사’라고 직접 이야기하는 걸 말합니다. 돈을 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전부 담는게 광고입니다. 반면 PR은 제3자가 ‘좋은 회사’라고 설명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Q2. 비영리단체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하나요?

2013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에서 비영리단체 상기도 조사를 했습니다. ‘대표적인 비영리단체 3곳을 꼽아달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놀랍게도 약 85%의 사람들이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대중들은 비영리단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홍보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세금으로 집행하고,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접근한다면 비영리단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후원을 하도록 만드는 홍보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규모가 작은 단체라도 홍보 마인드가 있는 곳은 대중과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습니다. 홍보 담당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전문가입니다. 3년 전 비영리 분야의 리더 100명이 모여서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를 만들었습니다. 공익 분야에서 헌신하는 훌륭한 이들을 격려하는 상을 줍니다. 100명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으고, APA 심사부터 홍보 등 모든 업무가 재능기부로 진행됩니다. 사실 이러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려면 기본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전략적으로 홍보를 해야하는데요, APA의 경우 시간과 자원이 부족해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재능기부자들이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부탁을 했는데요, 실제로  동아일보 주말섹션에 굉장히 크게 보도가 됐습니다. 여러분의 우리 단체의 콘텐츠를 기사화하고 싶다면 친한 기자가 몇 명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우리 단체와 잘 맞는 매체 및 기자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해야합니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는 비영리 분야의 리더 100명이 모여 공익 분야에서 헌신하는 사람들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Q3. 규모가 작은 비영리단체일수록 홍보 전략을 짜고, 기자 DB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예를 들어 ‘한림화상재단’에서 일하는 홍보 담당자라면, 우리 단체와 가장 연관된 키워드인 ‘화상’으로 검색을 해보는 거죠. ‘화상’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들의 이메일 리스트를 만들어서 1차로 보내고, 피드백이 있는 사람부터 없는 사람까지 상중하로 관리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작은 단체일수록 언론사 기자 DB 확보가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DB를 만들었다해도, 어떤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전달됐는지 정확히 알기도 어렵죠. 그러다보니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이 형식적인 일이 돼버리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새로운 홍보 포인트를 고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림화상재단에서 ‘몸짱’ 소방관 달력을 출시했는데, 해당 달력이 처음 나왔을때는 많은 매체가 기사를 냅니다. 이듬해 같은 달력이 나왔을 때도 기사화될 순 있지만, 세 번째부터는 기사를 안써줍니다. 새롭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몸짱 소방관이란 인물을 발굴해서 그의 사연을 소개한다든가, 달력을 찍는 현장에 기자를 초청해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나 현장 르포 기사가 나올 수 있겠죠. 스트레이트, 인터뷰, 현장 르포, 기획 등 기사 종류는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콘텐츠를 작성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 콘텐츠를 홍보할 때, 수상자 7~8명의 리스트를 요약해서 정리했습니다. 매체마다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들이 전부 다르거든요. 한겨레는 한 사람을 인터뷰했고, 동아일보는 수상자 3명을 인터뷰했습니다.

Q4.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기억해야할 원칙이 있나요?

모든 미디어가 7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작성합니다. 첫번째는 ‘새로운가’ 입니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가 매체에 보도가 많이 된 이유는 제1회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단체의 새로운 이슈가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보세요. 기자들은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고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특별한가’ 입니다. 20세기초 영국 언론인 알프레드 노스클리프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못 되지만,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한 초등학생이 4시간 전에 배운 심폐소생술로 50대 아저씨를 살렸다는 기사가 한국일보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엄청나게 화제가 됐는데요, 그만큼 특별한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3번째는 ‘근접성’입니다. 독자의 관심사에 가까운 이슈인가를 고민해봐야합니다. 해외 시리아 난민 보도가 생각만큼 보도가 잘 안됩니다. 반면 중국의 유치원 버스 사고 기사는 굉장히 많이 보도됩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관련된 뉴스이기 때문입니다. 남의 나라에서 벌어진 이야기에는 관심도가 덜합니다. 해외에서 국제개발사업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러한 근접성의 원칙을 기억하고 홍보 전략을 세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4번째는 ‘저명성’ 입니다. 네팔 지진 피해로 긴급구호가 진행됐을때 보도가 많이 됐습니다. 왜일까요? 유명인사들이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비영리단체가 홍보대사를 활용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효과입니다. 5번째 원칙은 ‘인간적인 관심을 끄는가(흥미성)’, 6번째는 ‘독자에게 주는 영향력이 큰가(영향성)’, 7번째는 ‘갈등 이슈가 있는가’ 입니다. 주식, 부동산, 비즈니스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론사마다 경제 섹션을 별도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 파업’과 ‘지하철 파업’을 비교해보면, 지하철 파업 뉴스가 더 많이 보도됩니다.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대학 등록금과 관련된 사람들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장애인과 함께 보다 편리한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장애인에게 편리하면 고령자가 운전하기에도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Q5. 보도자료는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까요? 비영리단체에 맞는 홍보 전략은 무엇일까요?

핵심 콘텐츠별로 보도자료를 만들어두고, 한 번 보도된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재활용된다고 생각해야합니다. 방송 작가들은 매일같이 아이템을 찾습니다. 아이템과 연관된 주제가 있으면 과거에 보도된 콘텐츠라도 다시 찾아갑니다. 심지어 2005년에 제가 쓴 기사를 보고 방송국에서 아직도 문의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도자료를 통해 한 번 기사화된 콘텐츠는 계속 재생산된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준비해야합니다. 대다수 비영리단체들은 항상 사업이 우선이고 홍보는 맨 마지막 선택지로 남겨둡니다. 오히려 반대로 홍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먼저 고민해보면, 사업의 브랜딩이 몇 배로 좋아집니다. 예를 들어 저소득 청소년 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사진 교육을 할 경우, 아이들의 사연을 노출시키기 어렵습니다. 아동의 사례가 없으면 기사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런 경우는 홍보대사와 유명인사를 세우면 됩니다. 유명 사진 작가들을 멘토단으로 꾸리고, 이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거죠. 사업의 브랜드가 높아질 겁니다. 홍보 전문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배우셔야합니다. 하나의 좋은 콘텐츠를 어떤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셔야합니다. 비영리단체는 ‘행복을 선물하는 비즈니스’를 하는 곳입니다. 가치있는 일이고, 공익을 위한 일을 하는 만큼 더 많이 제대로 알려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열린 ‘2017 비영리리더스쿨 4기’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