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자들의 기부 히스토리
미국의 기부문화 역사는 100년에 달한다. 2010년 미국의 전체 기부금액은 약 3000억달러다. 345조원 규모로,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을 웃도는 금액이다. 애이미 잭슨 미상공회의소 대표는 “미국인은 매년 평균 1200달러(133만원)를 기부하고, 영국인은 372파운드(67만원)를 기부하고, 한국인은 평균 200달러(19만원)도 안 된다”며 “한국이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 강국임에도, 기부금액은 미국 대비 10분의 1″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반인들의 기부 참여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수퍼부자들의 뿌리깊은 기부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자선재단의 수는 총 7만5595개(2008년 기준)에 달한다. 자산총액은 5650억달러(650조)요, 이 재단이 매년 기부하는 액수만 해도 420억달러(48조)나 된다. 에이미 잭슨 대표는 “미국의 기부 역사는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록펠러·카네기·포드재단…창립 100년을 바라보는 1세대 재단
1세대는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포드재단 등 20세기 초반의 석유나 철강, 자동차 독점기업들이 세운 재단이다. 석유재벌 존 D.록펠러가 창립한 록펠러재단은 2013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지금도 자산 30억달러(3조4000억) 규모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말년에 기업을 매각한 뒤 세운 카네기재단은 미국과 캐나다 지역에 2500개 이상의 도서관을 보급했고, 현 자산이 26억달러(2조9000억)에 달한다. 자동차회사 포드사의 창업주가 만든 포드재단은 자산규모가 110억달러(12조)로,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에 이어 자산규모가 2위다. 에이미 잭슨 대표는 “1세대 재단은 초창기 독점 기업활동에 대한 비난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도 탄탄하고 규모가 큰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며 “록펠러재단은 UN과 WHO(세계보건기구)가 만들어지기 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전염병 퇴치에 앞장서는 등 세계보건기구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세대 기부왕 대표주자…빌 게이츠 & 워런 버핏
미국에선 1990년대 인터넷 붐과 함께 컴퓨터 관련 기업의 억만장자들이 늘면서 자선재단도 함께 늘어났다. 1986년 2만여개에서 2000년 5만여개로 껑충 뛴 것이다. ‘2세대 재단’의 대표주자는 워런 버핏과 빌앤맬린다 게이츠재단이다.
2008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직을 사퇴한 빌 게이츠는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으로 전업활동을 시작한다. 빌 게이츠가 9400만달러(1000억)의 종자금으로 1994년 설립한 이 재단은, 현재 370억달러(42조) 이상으로 자산규모가 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선단체다.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의 가장 큰 기부자는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재산 310억달러(35조)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에이미 잭슨 대표는 “워런 버핏은 2006년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는데, 620억달러(71조)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전례 없는 큰 규모”라며 “미국의 부자들은 자녀들이 걱정할 필요없이 잘살기는 바라지만, 그렇다고 아무 할 일이 없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의 상당 부분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3세대 기부행렬…전 재산 50% 기부 약속에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도 동참
현재 미국에서는 3세대 기부행렬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이다. 애이미 잭슨 대표는 “2010년 7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개인자산의 5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나눔서약’을 했고, 이런 서약을 주도하는 캠페인을 벌였다”며 “이는 윤리적인 양심을 걸고 하는 서약으로, 미국의 수퍼부자들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80여명의 미국 억만장자들이 여기에 서약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스코비츠다. 저커버그는 기빙 플레지에 참여한 최연소 억만장자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오라클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록펠러의 후손인 데이비드 록펠러, CNN 창립자인 테드 터너,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아메리카온라인(AOL)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케이스, 홈디포 창업자 아서 M 블랭크 등도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애이미 잭슨 대표는 “목표금액은 최소 6000억달러(70조)로, 미국 전체 기부금액의 2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억만장자들의 기빙 플레지 캠페인에 대해 “미국의 수퍼부자들은 대공황기에 요트와 제트기, 해변의 맨션 등을 부의 상징으로 삼아왔는데, 이제는 나눔서약에 명단을 올리는 것이 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자선단체 운영의 투명성과 관리 등을 철저히 하기 위한 시스템도 뒷받침돼 있다. 애이미 잭슨 대표는 “미국은 비영리단체에 관해 세법 501c3에 의해 기준이 세워져 있는데, 총 매출액이 5000달러(570만원) 이상이 되어야 하고 IRS(한국의 국세청과 같은 조직)에 등록해야만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다”며 “작년 한 해에만 27만5000개의 단체가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지위를 상실하는 등 운영활동에 대한 투명한 절차를 따르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