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21일(금)

감옥에 간 부모, 남겨진 아이는?…“공적 지원 체계 마련해야” [사각지대 해법찾기]

<4> 수용자 자녀 지원 체계 점검
법무부 중심 ‘컨트롤타워’ 고려해야

“부모님이 수감되었을 때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어요. 주변에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지원 기관을 알게 됐어요.”

한 수용자 자녀의 고백이다. 부모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면, 남겨진 미성년 자녀들은 보호체계조차 연결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현실에 놓인다.

◇ 법 사각지대 속 ‘보이지 않는 아이들’

법무부 2024년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체 5만8981명의 수용자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는 8267명(7.1%)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응답을 거부하는 인원이 약 1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연구소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수용자 자녀 지원 체계의 한계와 개선방안’에 대한 초점집단인터뷰(이하 FGI)를 진행했다. 연구는 이지선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배영미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가 주도했으며,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전문가 집단 FGI는 수용자 자녀 지원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 3명과 지역사회 아동보호체계 내에서 수용자 자녀를 지원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5명이 참여했다. 당사자 및 양육자 집단 FGI에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부모의 수감으로 인해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20대 초반의 10명과 아동인 수용자 자녀를 보호 중인 양육자 3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 수용자 자녀들은 보호체계로 연계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법무부가 수용자 자녀를 보호하는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아동보호체계로의 연계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체포·구속·구인 단계에서 수용자 자녀를 아동보호체계와 연계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를 실행할 법이나 규칙은 지금까지도 마련되지 않았으며, 실제 지원단체로의 지원 요청이 이루어진 사례도 없었다.

수용자 자녀 지원 전문가 A씨는 “경찰이 미성년 자녀의 존재를 확인하는 절차조차 없어,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과거 경찰을 통해 한 명이 연결된 사례가 있었지만, 그것도 형사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을 뿐, 매뉴얼에 따른 연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팀, 담당자 ‘단 1명’

법무부는 2022년 서울·대구·대전·광주 등 4개 지방교정청 내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팀’을 신설했지만, 수용자 자녀 지원 담당자는 공무직 실무관 단 한 명뿐이다. 해당 실무관 1인조차도 교정청 내에서 눈총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마저도 교정청 내부에서 ‘부차적인 업무’로 취급되며 제대로 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교도소에서는 수용자 자녀 문제를 ‘교정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여긴다”면서, “교도소를 통해 지원 요청이 들어와도 지방교정청에서는 이를 취합하는 역할만 할 뿐, 적극적으로 발굴하거나 연계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를 중심으로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과 협력하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전문가는 “재범률을 낮추고 사회통합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법무부가 주무부처가 되는 것이 적절하다”며 “현재처럼 민간단체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전국의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용자 자녀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은 ‘세움’이 유일하다. 하지만 세움은 민간 기부에 100% 의존하고 있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전체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기에는 인적·물적 한계도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수용자 자녀는 “책이나 생리대와 같은 물품 지원을 위주로 받았다”며 “지원 기관과의 직접적인 교류는 거리상 불가능했다”고 했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세움이 2022년 이후 경상권·충청권 센터를 설립했지만, 여전히 지역 거주 수용자 자녀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용자 자녀들이 더 이상 숨어 있지 않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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