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로 인해 부모님 집이 불타버렸어요. 따뜻한 잠자리를 되찾게 도와주세요.’
만약 페이스북에 이런 모금함을 열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에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부터 개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할 수 있도록 기부버튼 범위를 확장했다. 기부버튼은 2015년 비영리단체가 페이스북에서 펀드레이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능으로, 지난해 75만곳 이상이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만 허용됐던 이 기능이 개인에게도 열린 것이다. 교육, 의료, 위기 완화, 개인 비상사태, 애완동물 의료 등 6개 항목이 허용된다. 미국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고펀드미(Gofundme)’ 같은 곳은 이미 개인 펀드레이징 시대를 열었다. 자신이 캠페인 페이지를 열고, 이를 가족 및 친구와 공유하고, 사후 피드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만난 네트워크포굿(Network for Good) 관계자는 “우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캐피털원, 기업 임직원 기부 등 개인 소액 모금을 해당 비영리단체에 배분해주는 전문 기관”이라며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직접 펀드레이징을 하는 등 앞으로 개인 기부 시대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했다.
‘사기를 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됐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은 플랫폼만 제공할 뿐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규제나 모니터링은 없다고 한다. “도와 달라”는 말에 10달러를 내고 사기를 당해도 그건 개인 몫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신뢰 사회여서일까. 아직 사기 사건이 생긴 경우는 없지만, 개인 모금 활성화와 규제를 둘러싼 논의도 이뤄진다고 했다.
SNS가 만들어낸 기부 트렌드다. 이 때문에 SNS 시대에 맞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콘텐츠에 대한 스터디도 활발하다. 모금 콘텐츠에선 500개 단어가 잘 읽힌다거나, 같은 환경 비영리단체라도 어린이가 나무를 보고 있는 등 어린이 사진이 포함돼야 한다거나, 스토리의 시작은 중립적으로 하되 문제를 보여주고 희망을 얘기하는 콘텐츠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등이 그런 내용이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한다. 더나은미래가 올해 7주년을 맞았는데, 비영리·사회혁신·사회적경제·CSR 등 관련 분야가 확산되는 게 눈에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영향인지 글로벌 트렌드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110번째 더나은미래 지면을 만들었다. 올해부터는 페이스북에 많이 공유되는 온라인 기사가 무엇일지 끊임없이 탐구 중이다. 앞으로 우리에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변화는 턱밑까지 왔는데, 적응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