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7일 전 예측하는 AI…구호금도 미리 보낸다

임팩트 테크<3> 구글·GiveDirectly의 AI 재난 구호
구글 AI로 홍수 위험지역 예측, 피해 전에 105달러 지급

“지원금이 꼭 필요한 순간에 도착했습니다. 홍수로 피해를 볼 수 있었던 재산을 미리 대피시키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2024년 나이지리아 코기주에서 홍수를 앞두고 현금 지원을 받은 한 여성의 말이다. 매년 홍수 피해를 겪는 이 지역 주민들은 물이 불어나기 전에 가재도구를 옮기고 식량과 의약품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생활비도 부족한 저소득층에게 재난에 대비할 여유 자금은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현금지원 비영리단체 기브다이렉틀리(GiveDirectly)가 구글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재난 구호 방식을 도입했다. AI가 홍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면 피해 위험이 높은 지역 주민들에게 미리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재난 구호가 피해 발생 이후 긴급 물품이나 구호금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사업은 재난이 닥치기 전에 필요한 자금을 전달해 주민들이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 7일 뒤 홍수까지 예측…위험지역 골라 현금 지급

사업의 핵심은 구글이 개발한 AI 기반 홍수 예측 플랫폼 ‘플러드 허브(Flood Hub)’다. 이 플랫폼은 기상·하천 관련 데이터 등을 AI로 분석해 강물이 범람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시점을 예측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7일 전 홍수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

기브다이렉틀리는 구글의 예측 기술을 활용해 어디에, 언제 구호금을 지급할지 결정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우선 2024년 5월 구글의 과거 홍수 데이터와 지역별 빈곤 수준, 나이지리아 수문청의 정보 등을 종합해 코기주에서 홍수 위험이 높은 지역을 선정했다. 그 결과 이바지(Ibaji) 지역의 6개 행정구역, 53개 마을이 지원 대상 지역으로 정해졌다.

이후 주민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사전 등록을 받았다. 주민들은 지정된 번호로 연락해 나이, 거주지, 신원정보, 은행 계좌 등을 제출했다. 기브다이렉틀리는 전화 확인과 현장 방문을 거쳐 실제 거주 여부 등을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약 3만8000명이 사전 등록했으며, 최종적으로 4600여 명이 지원 대상자로 확정됐다. 기존처럼 모든 가구를 직접 방문해 신청을 받는 방식 대신 휴대전화 등록을 활용하면서 현장 인력 비용도 최소 8만 달러 절감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지원 시점을 결정할 때는 AI의 홍수 예측 결과를 활용했다. 특정 마을 면적의 20% 이상이 침수될 것으로 예상되면 현금 지급을 시작하는 기준을 설정했다. AI 예측 정보와 지역 주민이 관찰한 수위 변화, 과거 홍수 피해 경험도 함께 반영했다.

단체는 대규모 행정구역 전체를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작은 마을 단위로 홍수 위험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실제 피해가 예상되는 주민에게 자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하고자 했다.

기브다이렉틀리에 따르면 2024년 8월 29일부터 10월 6일까지 3250명이 초기 지원금 105달러를 받았다. 이는 홍수가 절정에 이른 10월 21일보다 이른 시점이었다.

다만 나머지 약 1400명은 신원 확인 문제로 지급이 일시 중단됐다가 10월 24일 지원금을 받았다. 이들에게는 홍수 피해가 가장 심해진 이후 돈이 전달된 셈이다.

사업 종료 후 확인한 결과,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53개 마을 모두 실제로 홍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 미리 받은 105달러로 대피·식량 확보…식량 부족 90%p 감소

홍수 발생 전에 받은 돈은 주민들의 대비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일부 주민은 대나무로 뗏목을 만들어 식량과 농작물, 가재도구를 높은 곳으로 옮겼다. 어린이와 노인을 침수 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대피시키거나 홍수로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기 전에 식량과 의약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34세 남성 수혜자는 기브다이렉틀리에 “뗏목을 만들어 농산물을 보관했고, 아이들은 2층 건물이 있는 이웃집으로 대피시켰다”고 전했다.

홍수 이후에는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 지원금 210달러도 지급됐다. 주민들은 이 돈을 활용해 손상된 주택을 수리하고 농업 활동을 재개하는 등 생계를 복구했다.

기브다이렉틀리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원 대상 주민의 주간 소득은 평균 4500나이라에서 1만 나이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저축을 보유한 가구의 비율도 7%에서 56%로 늘었다.

식량 부족을 겪는 비율은 97%에서 7%로 90%포인트 감소했다. 응답자의 93%는 향후 홍수에 이전보다 잘 대비할 수 있다고 답했다.

◇ 방글라데시·케냐 등 확대 검토

기브다이렉틀리는 구글 리서치와 협력해 AI 기반 사전 현금 지원 방식을 다른 국가와 재난 유형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케냐와 모잠비크에서도 사전 지원 모델을 연구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에서는 자무나강 유역의 10만 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대조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홍수뿐 아니라 가뭄 등 다른 기후재난에도 AI 예측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글 역시 AI 홍수 예측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플러드 허브는 150개국 이상에서 약 20억 명이 거주하는 홍수 위험 지역을 대상으로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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