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Planet] 친환경 굿즈를 팔아 기부하면, 좋은 사회공헌일까

“쓰임이 다한 자원을 수거해 고품질의 새 제품으로 만들고, 판매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합니다.”

이 설명에는 여러 좋은 뜻이 담겨 있다. 자원을 아끼고, 소비에 의미를 더하며, 누군가를 돕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약속이 많을수록 확인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재료를 재활용했다는 사실이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제품이 팔렸다고 해서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든 것도 아니며, 수익금을 기부했다고 해서 수거와 재생 과정의 환경성이 저절로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캠페인에 투입된 예산과 실제 판매량, 재고, 기부금 산출 방식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기부금이 매출의 일부인지,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인지에 따라 그 규모와 성격은 달라진다. 기업이 제작비와 구매비를 지원해 임직원에게 배포한 물량이라면 일반 소비자의 실질적인 수요로 보기도 어렵다. 기부금이 전달된 이후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환경적 성과와 제품의 쓰임, 기부의 실질적인 효과를 각각 검증해야 비로소 캠페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 우유팩 수거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모았나’가 아니다

카페에서 라떼 몇 잔을 만들고 나면 빈 우유팩 하나가 남는다. 손님이 떠난 뒤에도 매장의 일은 이어진다. 우유팩을 씻어 말리고, 접어서 모아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이다. 자원순환을 기획할 때는 이 작은 행위의 ‘다음 순서’를 물어야 한다. 누가 처리하는가.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CSR impact가 코레일유통과 우유팩 회수 체계를 구축한 것도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전국 철도역사의 직영 카페와 임대 매장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일상 회복 단계의 우유 주문량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매장별 배출량을 예측하고, 본사 차원의 분리배출 및 발송 기준을 수립했다. 개별 매장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의존하지 않고,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 우유팩 회수 절차를 포함한 것이다.

핵심은 물류 구조의 활용이었다. 매장에 상품을 공급하는 기존 물류망에 역물류(逆物流) 방식을 접목해 우유팩 회수를 연계했다. 역물류는 상품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물류 흐름과 반대로, 사용이 끝난 제품이나 자원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2022년 시작된 이 회수 체계는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기존 물류망을 활용하더라도 상하차와 보관에 필요한 추가 비용, 인력 부담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기존에는 여러 수집·중개 단계를 거치면서 우유팩이 다른 폐자원과 뒤섞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배출처에서 우유팩의 품질을 관리하고, 재활용 기업으로 직접 운송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회수 물량은 폐기물 처리 실적을 관리하는 올바로시스템에도 반영했다.

현장에서는 기존 폐기물 회수 체계보다 깨끗하고 품질이 우수한 재활용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러한 정성적 평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면 이물질 혼입률과 원료 수율 등 정량적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원료 수율은 수거한 폐자원 가운데 실제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을 뜻한다.

이 사례의 본질은 수거함을 몇 개 더 설치했느냐에 있지 않다. 배출량을 예측하고, 본사가 명확한 기준을 세우며, 운반부터 재생까지 각 단계의 책임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 폐자원을 모아 굿즈로 만들면 자원순환일까

사회공헌 현장에서는 문제 해결보다 일회성 인식 개선 행사가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플로깅에 참여해 인증 사진을 남기거나 병뚜껑을 모아 작은 기념품을 만드는 활동도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질문이 빠지면 활동은 일회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

주운 쓰레기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됐는가. 병뚜껑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데 투입된 에너지와 비용에 비해 실제 재생된 원료는 얼마나 되는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자원을 회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유지되는가.

폐자원 수거 자체가 목적이 되고, 모은 자원은 무엇이든 녹여 굿즈로 만들어야 한다는 관성에 빠지면 주객이 전도된다. 서로 다른 재질을 혼합하거나 분리하기 어려운 부품을 덧붙여 수명이 짧은 물건을 만들 경우, 다음 단계의 재활용은 오히려 어려워진다. 자원의 품질과 재활용 가능성이 낮아지는 ‘다운사이클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업사이클링을 부정하자는 뜻은 아니다. 새로 만든 물건이 기존의 어떤 제품을 대체하는지,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수명을 다한 뒤에는 어떤 경로로 처리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폐자원을 버릴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제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상은 초기 참여를 유도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단순히 수거 개수에만 보상을 연동하면 참여자들이 배출량을 줄이는 것보다 수거 개수를 늘리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를 줄이자’는 자원순환의 목표와 ‘더 많이 가져오라’는 보상 체계가 서로 충돌하는 셈이다.

유리 그니지가 ‘인센티브 이코노미’에서 강조하는 통찰처럼, 보상 구조는 조직과 사회가 어떤 행동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폐기물 감량과 고품질 재생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수거 횟수만을 성과로 평가한다면, 참여자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보상이 줄거나 종료된 이후에도 올바른 분리배출 습관이 유지되는지 살펴야 한다. 기존에 분리배출하던 자원이 단순히 포인트 적립 창구로 이동한 것은 아닌지, 이물질 혼입률과 실제 재생량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 축제와 경기장이 끝난 뒤, 자원은 어디로 가는가

우유팩 회수 체계에서 얻은 통찰은 지역축제와 전국체전, 프로야구·축구 경기장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현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축제와 경기가 끝난 뒤 누군가는 플라스틱 컵과 음식물 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 더미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야 한다. 첨단 인공지능(AI) 시대를 이야기하면서도 폐기물 선별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사람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시민의 분리배출 의식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자원을 버리는 순간부터 수거하고 운반하는 과정까지, 현장의 동선과 인프라가 제대로 설계돼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대규모 폐기물 배출 현장에서 자원순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참여 주체 간 정보와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배출처는 행사 일정과 폐기물 품목, 예상 배출량을 공유하고, 운영사는 실시간 회수량과 보관 상태를 기록해야 한다. 운반사는 이동 거리와 적재율, 작업 소요시간을 관리하고, 선별업체는 이물질과 잔재물 비율을 산출해야 한다. 재생업체 역시 최종 인수량과 생산된 재생원료의 양, 활용처를 투명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수량당 투입 비용과 실제 재생원료 생산량당 비용을 함께 분석해야 한다. 많은 양을 수거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원이 제대로 순환됐다고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폐플라스틱 1톤을 수거했더라도 선별 과정에서 절반이 폐기됐다면 실제 재생원료로 활용된 양은 그보다 훨씬 적다. 수거량만을 성과로 제시할 경우 이러한 손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수거부터 최종 재생까지 각 단계의 데이터를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 좋은 사회공헌은 ‘무엇을 했나’보다 ‘무엇이 달라졌나’를 묻는다

시민들은 이미 비우고, 헹구고, 나누는 일상의 수고를 감당하고 있다. 사회공헌의 역할은 그 수고가 실제 자원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인프라와 제도를 마련하는 데 있다.

만들어낸 굿즈의 수량이나 기부금 액수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 회수 체계가 일상 속에서 지속되는지, 재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원료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자원을 처리하는 현장 노동자의 부담이 실제로 줄어들었는지를 숫자로 기록하고 검증해야 한다.

좋은 사회공헌을 판별하는 질문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가’라는 활동 중심의 평가를 넘어, ‘그 활동을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증명해야 할 때다.

서명지 CSR impact 대표

필자 소개 

서명지 대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기업 사회공헌 사업을 담당했으며, 2014년 사회공헌·ESG 전문 기획사 CSR impact를 설립했습니다. 해양환경공단 고문, LG소셜캠퍼스 운영위원, 정부혁신국민포럼 기후환경분과 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의 자원을 연계한 사회문제 해결 사업을 기획해 왔으며, 광주 광산구 통합돌봄 사업 ‘늘행복 프로젝트’와 자원순환 플랫폼 ‘project re’ 등을 추진했습니다. 연세대학교 등에서 사회혁신과 소셜임팩트 관련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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