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Planet] 대체투자 자산운용사에 왜 ‘사회공헌추진단’이 생겼을까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에 사회공헌추진단이 생겼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 계열도, 금융지주 계열도 아닌 독립계 자산운용사라면 물음표는 더 커진다. 게다가 개인 고객을 상대하는 리테일보다 연기금과 공제회 같은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전형적인 B2B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자산운용사라고 하면 대개 숫자와 수익률, 투자 구조 같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반면 사회공헌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기업이나 이익 규모가 큰 대기업의 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니 상업용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 대체투자 하우스가 대표이사를 단장으로 한 사회공헌 조직을 꾸렸다는 소식이 다소 생경하게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은 대체로 두 가지 동력으로 움직여 왔다. 하나는 그룹 차원의 방침이다. 계열사마다 사회공헌 예산과 조직을 두고 그룹의 가치를 함께 실천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와의 관계다. 브랜드 이미지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B2C 기업일수록 사회공헌에 공을 들인다.

독립계 대체투자 운용사에는 둘 다 없다. 사회공헌을 하라고 요구하는 모회사나 지주사도 없고, 예산과 방향을 내려보내는 그룹 컨트롤타워도 없다. 사회공헌 소식을 보고 상품에 가입해 줄 대중 소비자도 거의 없다. 하지 않을 이유는 많지만, 해야 할 ‘외부의 이유’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구조다.

누가 시켜서도, 누구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도 아니라면 실마리는 안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 기업이 무엇으로 먹고사는지, 곧 ‘업의 본질’이다. 필자는 롯데그룹에서 커뮤니케이션과 CSR 업무를 경험하며 한 가지 확신을 얻었다. 사회공헌이 오래 지속되려면 바로 그 업의 본질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칼럼에서는 마스턴투자운용이 사회공헌추진단과 그 산하의 선한영향실천센터(Center for Positive Impact)를 만든 이유를 이 관점에서 풀어 보려 한다.

◇ 우리가 굴리는 돈은 누구의 돈인가

자산운용사는 자기자본보다 고객이 맡긴 자금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대체투자 운용사가 맡는 자금은 상당 부분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퇴직연금 같은 기관투자자에게서 온다.

B2B라고 하면 기업과 기업 사이의 건조한 거래처럼 들리지만, 그 기관의 뒤에는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매달 월급에서 떼어 낸 연금, 교직원과 군인·경찰, 과학기술인이 평생 부어 온 공제회 부금, 은퇴 후를 위해 모아 둔 퇴직금,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낸 보험료다. 운용역이 내리는 투자 결정은 수많은 사람의 노후와 생계에 고스란히 연결된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고객이라고 해서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무거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자산운용사는 공적 성격을 지닌 금융기관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에 대한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은 이 업의 존립 근거이자 최소한의 요건이다. 다만 공적 성격의 자금을 다루는 조직의 책임이 거기에서 끝나는지는 한 번 더 물어볼 필요가 있다.

사회공헌추진단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개인의 노후와 생존에 직결된 자금을 운용하는 조직이라면, 투자자 보호를 넘어 부동산 금융 산업 생태계 전반에 선한 영향을 넓혀 갈 책임도 함께 져야 하지 않을까.

◇ 우리가 만드는 것은 수십 년 뒤에도 남는 공간이다

대체투자 운용사가 다른 금융회사와 갈라지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물리적으로 도시에 남는다는 것이다. 펀드는 만기가 오면 청산되지만, 그 펀드에 담겼던 오피스와 물류센터, 주거시설은 수십 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건물이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지, 지역 주민에게 열린 공간인지 닫힌 공간인지, 그 안에서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개발 이후에도 동네의 오래된 가게들이 버틸 수 있는지는 모두 투자와 개발을 결정하는 테이블에서 면밀히 고려돼야 한다. 한번 부어진 콘크리트는 쉽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건물 부문이 전 세계 탄소 배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됐다. 그러나 공간의 영향은 환경에서 그치지 않는다.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오래된 상권이 개발 이후에도 공동체를 지켜 낼 수 있는지 같은 문제도 결국 공간을 어떻게 기획하고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필자는 롯데그룹의 디벨로퍼사에 몸담았던 시절부터 이 사실이 늘 마음 한편에 걸려 있었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개입한다. 운용사의 영향력은 포트폴리오 보고서 안에 머물지 않고 도시와 지역사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다음 세대의 환경으로까지 뻗어 간다. 이 점을 인정하는 순간 사회공헌은 본업 바깥의 부록이 아니라 본업의 연장선이 된다.

◇ ‘선택’이 아닌 ‘구조적 책무’로

그룹의 가이드라인도, 소비자 마케팅이라는 명분도 없는 조직에서 사회공헌이 지속되려면 개인의 선의나 일회성 이벤트에 기대서는 안 된다. 담당자가 바뀌거나 업황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그런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스턴투자운용은 사회공헌을 선의에 기대는 활동이 아니라 제도화된 책무로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사회공헌추진단의 단장은 대표이사가 직접 맡았다. 방향도 업(業)에서 곧바로 도출되는 것들로 잡았다. 공간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 청년 세대의 주거 접근성 문제를 고민하는 일, 이 산업을 이끌 다음 세대의 인재를 키우는 일, 그리고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사회에 돌려주는 일이다. ‘함께 성장하며, 선한 영향으로 최고를 향하다’라는 추진단 슬로건에는 회사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조직 구조도 이 방향에 맞췄다. 투자, 개발, 운용, 관리 등 밸류체인 전 부문이 참여하는 협업 체계를 만들고, 선한영향실천센터를 그 구심점이 되는 기구로 편제했다. 센터는 사회공헌과 소셜 임팩트 활동의 기획부터 실무까지 전담하며, 흩어지기 쉬운 활동을 하나로 꿰는 실행 허브 역할을 맡는다.

◇ 밖을 향한 나눔, 안을 향한 성찰

추진단이 그간 보여 온 실천 방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본업 연계 재능기부’다. 임직원이 자신의 전문성을 들고 직접 현장에 나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공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생 대상 재능기부 특강이다. 국제산림학생연합(IFSA) 한국지부 학생들과는 ‘녹색의 언어로 말하는 미래: 생태, 산림, 그리고 지속가능한 건축’을 주제로 만났다. 세계 최대 부동산 연구기관인 ULI(Urban Land Institute)와 함께 ‘퓨처 리더스 포럼(Future Leaders Forum)’을 열어 도시공학·도시계획 관련 학과 학생들이 업계 전문가와 멘토, 교수진과 교류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고려대학교 부동산금융학회 KREDIT 학생들과는 ‘도시와 자본을 설계하다’를 주제로 블라인드 펀드, 밸류애드 전략, 업계 커리어 설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균관대학교 부동산금융학회 SRF 학생들과는 ‘투자 너머의 가치를 설계하다’를 주제로 회계사가 바라본 대체투자 업계와 PM·FM 관점에서 본 부동산 자산운용의 안전 리스크 관리를 다뤘다.

대학생 공모전도 같은 방향으로 설계했다. 실제 진행 중인 서울 성수동 개발 프로젝트를 과제로 삼아, 참가자들이 운용역의 입장에서 개발 아이디어와 투자 구조를 설계하고 가상의 투자자 앞에서 IR 발표를 하도록 했다. 교과서 속 모범 답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업을 붙들고 투자 프로세스 전반을 간접 체험하도록 한 것이다. 수상팀 일부에는 인턴 기회도 주었다. 특강이든 공모전이든 주제는 제각각이었지만, 이야기는 늘 공간이라는 하나의 화두로 수렴됐다.

무엇보다 학생들 앞에 서는 사람이 실제로 투자를 검토하고, 개발사업을 이끌고, 자산을 관리하는 현업 실무자라는 점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듣기 어려운 현장의 언어를 듣고, 임직원은 자기 일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일의 의미를 다시 발견한다. 재능기부는 받는 쪽만큼이나 주는 쪽도 바꾼다.

사회공헌추진단이 중요하게 여기는 목적 중 하나는 회사 안쪽을 향해 있다.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업무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분명히 인식하고,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독립계 운용사에게 이것은 이미지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사람이 머물고 싶은 회사, 공적인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아이 아빠가 된 뒤로 필자는 이런 질문을 자주 떠올린다. 아이가 자라서 “아빠 회사는 어떤 회사야?”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남의 돈을 굴려서 수익을 내는 회사”라고만 답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이 평생 모은 노후 자금으로, 네가 살아갈 도시에 더 좋은 공간을 만드는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대답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것. 필자는 그것이 사회공헌추진단이 존재하는 가장 분명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필자는 ‘공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대체투자 운용사의 눈으로 본 건축물의 지속가능성, 녹색건축과 리모델링, 청년 주거 문제, 도시재생과 지역 공동체, 그리고 공간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가치에 관한 국내외 사례를 두루 살펴볼 계획이다. 숫자와 수익률 너머에 있는 공간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찬찬히 짚어 가고 싶다.

김민석 마스턴투자운용 센터장

필자 소개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에서 사회공헌추진단 산하 선한영향실천센터(Center for Positive Impact) 센터장과 브랜드전략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에서 커뮤니케이션과 CSR 업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현재는 공간과 금융, 지속가능성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ESG적 생각' 등이 있습니다. 석사과정에서는 경영학을, 박사과정에서는 행정학과 정책학을 공부했으며,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한국PR협회 ESG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 아빠가 된 뒤로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더 깊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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