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16개 시민사회단체, 탈석탄 정책 개선 요구…11월 17일까지 회신 요청
국내외 시민사회단체 16곳이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 석탄 관련 보험인수와 투자를 중단하고 탈석탄 정책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두 회사가 화석연료 관련 보험인수와 투자 제한을 강화해 왔지만, 여전히 광범위한 예외 조항이 남아 있고 기존 석탄 관련 자산의 철수 기한도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후솔루션은 27일 국내외 16개 단체가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의 이사회 및 경영진에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덴마크의 안스바를리 프렘티드(AnsvarligFremtid), 스웨덴의 페어 파이낸스 가이드(Fair Finance Guide Sweden), 일본의 JACSES, 독일의 우르게발트(urgewald) 등 해외 단체와 당진환경운동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등 국내 단체가 참여했다.

단체들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두 회사의 탈석탄 정책이 보험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기후변화가 보험산업의 재무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2025년 3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국내 은행과 보험사의 장기 손실 규모는 약 45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고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단체들은 탈석탄 전환이 빨라질수록 석탄 관련 자산이 예상보다 일찍 가치를 잃는 ‘좌초자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삼성화재는 석탄 보험 예외 조항, 삼성생명은 금융배출량 관리 문제 지적
단체들이 삼성화재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로 삼은 것은 보험인수 정책의 예외 조항이다. 서한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2026년 보험인수 체계를 개정하면서 화석연료 관련 보험인수 제한을 강화했지만, ‘국가 에너지 정책’을 예외 사유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일부 화석연료 사업에 보험을 계속 제공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에 인수한 재물보험도 철수 기한 없이 ‘단계적 축소를 검토한다’고만 명시했다는 설명이다.
투자 정책에도 명확한 철수 기한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체들은 삼성화재가 기존 석탄 관련 자산을 원칙적으로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서한에서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이탈리아 보험사 제네랄리(Generali)는 일부 기존 채권의 만기 보유를 허용하되, 만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2030년, 그 외 국가는 2040년을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삼성화재가 석탄 관련 매출 비중 30%를 투자 배제 기준으로 적용하고, 에너지 전환 계획을 보유한 기업과 공공부문 기관에 예외를 허용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단체들은 기업의 전환 계획을 검증할 구체적인 기준이 불분명해 배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에 대해서는 금융배출량 관리의 한계를 제기했다. 금융배출량은 금융회사가 투자하거나 대출한 기업의 사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서한에 따르면 한국지속가능성공시기준(KSSB)과 탄소회계금융협의체(PCAF) 기준에 따라 삼성생명의 산정 대상 자산군을 확대하고, 투자 대상 기업의 공급망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량(Scope 3)까지 포함하면 금융배출량은 약 4758만tCO₂eq(이산화탄소환산톤)에 이른다. 기존 공시치의 약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단체들은 삼성생명이 이처럼 확대 산정한 배출량을 온실가스 감축 목표나 내부 관리지표에 직접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소재·에너지 부문의 높은 탄소집약도를 고려할 때, 현재의 감축 목표가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배출량을 충분히 반영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 투자 배제 기준 강화·석탄 보험 갱신 중단 요구
이에 단체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에 맞춰 양사의 탈석탄 정책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우선 화석연료 관련 매출 비중에 따른 투자 배제 기준을 10% 이하로 강화하고, 신규 탄광·석탄화력발전소·관련 전용 인프라를 개발하는 기업은 매출 비중과 관계없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삼성화재에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보험 제공과 계약 갱신을 즉시 중단하고 기존 석탄 투자의 철수 기한을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생명에는 2030년 이행 약속의 적용 범위와 중간 목표, 진행 상황을 공개하라고 했다.
또 국가 에너지 정책과 공공부문 등을 근거로 한 예외 조항을 폐지하거나 적용 종료일을 정해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의 에너지 전환 계획을 예외 사유로 인정할 경우에는 명확한 탈석탄 기한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이행 약속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금융배출량 공시 범위를 확대하고, PCAF 방법론에 따라 보험인수 포트폴리오의 보험연계배출량을 공개하거나 이행 계획을 마련할 것도 요청했다.
안지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 연구원은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좌초자산인 석탄에 대한 투자와 보험인수에서 명확한 퇴출 경로를 제시하여 선도적인 탈석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양사에 11월 17일까지 서면 회신을 요청했다. 답변은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산업 전반의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기후솔루션은 금융의 날인 27일 시민 참여 디지털 캠페인 ‘기후재난 다이렉트보험’도 공개했다. 금융의 날은 매년 10월 마지막 화요일로, 금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이번 캠페인은 보험사가 기후재난 피해를 보장하면서도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고 보험을 제공하는 구조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