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뻔한 커튼·쿠션에 새 가치…이케아에 들어온 사회적기업 재봉 서비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2>
이케아·업클로스·연성대학교, 매장 안 재봉 서비스로 자원순환·고용 잇는다

지난 7월 30일 오후 2시, 경기 용인시 이케아 기흥점 지하 1층.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가 매장 한쪽을 가득 채웠다. 널찍한 작업대 위에는 원단이 펼쳐져 있었고, 작업자들은 자로 치수를 재고 천을 자르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곳은 이케아 코리아와 섬유 업사이클링 예비사회적기업 업클로스, 연성대학교가 협력해 지난 7월 문을 연 맞춤형 재봉 서비스 공간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다양한 주체의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로, 생활 섬유제품의 폐기를 줄이는 동시에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커튼 길이 조절부터 쿠션·이불 커버 수선, 원단을 활용한 생활용품 제작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케아 제품뿐 아니라 고객이 기존에 사용하던 의류나 생활용품도 맡길 수 있다. 수선 비용은 5000원부터이며, 주문 제작은 크기와 작업 난도에 따라 별도 견적을 낸다. 이케아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후 한 달간 접수된 수선 물품은 약 300점이다.

◇ 사회적기업 찾던 이케아, 판로 넓히려던 업클로스

이번 프로젝트는 이케아와 업클로스가 각자의 필요를 해결할 협력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이케아는 글로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과 사업적으로 협력하는 이니셔티브를 운영해왔고, 국내에서도 사회적경제조직의 기술과 서비스를 실제 매장에 접목할 방안을 모색해왔다. 동시에 고객이 ‘고쳐 쓰는 소비’를 매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였다.

오꽃별 이케아 코리아 매니저는 “고객들이 수선을 통해 편리함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을 버리지 않고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2023년 봉제공장에서 출발한 예비사회적기업 업클로스는 버려지는 원단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 사업에 주력해왔다. 재봉과 수선 기술은 갖추고 있었지만 이를 독립적인 서비스 사업으로 운영하거나 대형 유통 매장에서 고객을 직접 만난 경험은 없었다.

두 기관을 연결한 곳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다. 오 매니저는 “본사가 경기도 광명시에 있어 평소 소통해온 경기도사회적경제원에 사회적경제조직과 협력할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며 “기업과 사회적경제조직을 연결하는 이번 사업에 참여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이후 6개 사회적경제조직과 만나 올해 1월 피칭데이를 열었다. 단순히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루 동안 이케아의 지속가능성 전략과 각 조직의 사업 모델을 공유한 뒤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후 임직원 투표를 거쳐 최종 파트너로 업클로스가 선정됐다. 이번 협력으로 업클로스는 이케아 매장에서 고객에게 직접 수선·제작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기관 연결을 넘어 프로젝트가 단발성 행사에 머물지 않도록 수선 건수와 수선 제품의 무게, 고용 인원 등 성과지표도 함께 마련했다.

◇ 자원순환이 일자리로…재봉틀 앞에 다시 선 사람들

이 사업의 또 다른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재봉 서비스 공간은 경력보유여성, 자활근로 참여자, 시니어, 북한이탈주민 등 취업 취약계층을 우선 고용한다. 매장 한 곳에서 5명이 근무하는 구조다.

이 일자리를 단순 작업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인 수선 업무로 만들려면 교육 파트너도 필요했다. 이에 업클로스는 연성대학교에 협력을 제안했다. 연성대는 섬유 식별과 미싱 기초, 홈패브릭 수선 기법 등을 배우는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을 맡았다. 교육은 1인당 총 40시간으로 진행됐으며, 참여자들은 이론으로 익힌 기술을 일대일 현장 실습에서 직접 적용하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았다. 임선아 업클로스 대표는 “근로자들이 수선 전문가로 성장해 자립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재봉 서비스 공간 근무자인 경력보유여성 성경민(51) 씨는 의류 수출업체를 그만둔 뒤 단절됐던 경력을 수선 업무로 다시 이어가고 있다. 성 씨는 “처음엔 길이가 250㎝에 달하는 커튼을 다루는 게 벅찼지만, 대학과 전문가의 교육 덕분에 적응할 수 있었다”며 “가진 기술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했다.

초기에는 업클로스의 재봉 전문가가 상주하며 작업을 돕지만, 점차 근로자들이 기술과 전문성을 쌓아 스스로 매장 운영을 주도하는 ‘자립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지원사업 끝나도 계속되는 모델로

이 프로젝트는 실증 단계부터 지원사업 종료 이후의 운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지원금에 의존하는 단기 사업이 아니라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수선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케아와 업클로스가 협업을 지속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 매니저는 “모든 참여 주체가 함께 성장하고 이익을 얻어야 협력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지원이 끝난 뒤에도 서비스를 이어가며 제품을 오래 쓰는 소비 문화를 확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흥점에서 시작한 재봉 서비스는 8월 6일 고양점에 문을 연다. 9월에는 광명점과 강동점, 10~11월에는 부산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국내 5개 매장에서 운영되면 매장당 5명씩 총 25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사업 기간 동안의 환경 성과 목표는 생활 섬유제품 250㎏의 사용 수명을 연장하고, 폐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5000㎏CO₂e를 줄이는 것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지원이 끝난 뒤에는 재봉 서비스를 이케아와 업클로스의 정식 협업 체계로 전환해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이케아는 고객 접점이 넓은 만큼 일부 이용자에게만 익숙했던 수선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도록 만들 수 있는 파트너”라며 “이번 협력을 여러 매장으로 확대해 사업의 성장과 함께 환경·고용 분야의 사회적 성과도 키워가겠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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