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개혁 압박에 몸 낮추나

유찬형 전 부회장, NH투자증권 이어 농민신문사 사장 ‘불발’

전방위적 개혁 압박을 받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뉴시스

2일 농협은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발맞춰 연초에 발표한 43개 농정 중점 추진과제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농협 본연의 역할 수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재 추진 중인 주요 과제로는 ▲중소농 중심 보급형 스마트팜 확대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농촌 왕진버스 ▲찾아가는 이동장터 ▲한우 뿌리농가 육성 등이 있다.

앞서 농협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진짜 농협’으로 거듭나는 방안도 공개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달 21일 ‘농업인 조합원과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농협 개혁 방안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전했다.

강 회장은 ▲조합원 직선제 도입 ▲내부 감사 기능 강화 ▲자율혁신과 책임경영 ▲조합원 주권 강화를 위한 의사결정 참여구조 개선 ▲정부의 농정 대전환의 든든한 동반자 등을 조합원과 국민에게 약속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농촌·농업 대전환은 곳곳에 자리잡은 구조적 병폐를 바로잡는 데에서 출발한다”면서 말한 ‘진짜 농협’ 발언 이후 나온 조치로 보인다.

농협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법적·인적 문제를 안고 있는 ‘강 회장 리스크’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강 회장은 2024년 4월 취임 전후로 한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강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지역조합으로부터 58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 수수, 5차례 해외 출장 중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숙박, 농협재단 사업비 4억9000만 원 유용을 통한 선거 보은용 답례품·골프대회 협찬 제공 등 각종 비위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최근에는 임직원의 변호사비 3억2000만 원 공금 대납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국회가 농협법 제164조를 근거로 강 회장을 비롯한 관련 임직원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릴 것을 농식품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측근 문제도 강 회장 리스크를 가중하고 있다. 강 회장의 최측근으로 거론되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의 농민신문사 사장 선임안이 지난달 28일 농민신문사 이사회에서 최종 부결된 것이다. 이를 두고 농협중앙회의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보형 농민신문 충남 이사가 지난 1일부터 신문사 대표이사 사장 직무 대행 업무를 수행한다.

유 전 부회장은 2024년 1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강호동 후보의 접수 업무를 대행하고 선거 캠프 총괄을 맡는 등 강 회장의 ‘심복’으로 꼽힌다. 그는 2020년 3월 농협중앙회 부회장으로 선임된 후 2022년 퇴임했다.

유 전 부회장의 농민신문사 사장 후보 내정 과정은 시작부터 ‘특혜 의혹’으로 논란이 일었다. 해당 신문사는 지난 3월 임원 선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과정을 거치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하지만 임추위는 출범 단 하루 만에 유 전 부회장을 사장 최종 후보로 추천하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였다.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가능 기간 퇴직 후 1년 제한’ 지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돼 농협의 자체 개혁안이 시작부터 ‘눈속임용’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유 전 부회장의 농협 계열사 대표 임명 논란은 지난 3월 국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3월 11일 제1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농민신문사 임추위가 강 회장의 최측근인 유 전 부회장 추대한 것을 언급하며 강 회장을 향해 “강 회장은 개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다”며 “사퇴하고 정정당당하게 수사받으시라. 그래야 농협 개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회장은 “법적으로 책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면서 ”(현재) 사퇴 의사는 없다”고 했다.

유 전 부회장은 지난 2024년 농협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거론됐다. 당시 NH투자증권 사장을 놓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사이에 벌어진 파워 게임에서 강호동 회장은 유찬형 전 부회장을 밀었다. 최종적으로 윤병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윤 대표의 임기는 지난 3월1일부로 만료됐다. 후임 선임이 늦어지면서 윤 대표가 직무대행 성격의 임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강호동 회장은 지난달 발표한 ‘농업인 조합원과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이번 개혁을 농업인 신뢰 회복과 조합원 주권 강화, 대한민국 농업·농촌 대전환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기로 했다”며 ‘정부의 농정 대전환의 든든한 동반자’를 자처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과 질타가 이어진 가운데 ‘강호동 농협’이 밀려오는 개혁의 물살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주목된다.

금윤호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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