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 예를 들어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복지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위급 상황과 지원의 우선순위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원격으로 독거노인의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 우선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AI 활용의 임팩트를 측정한다면, 취약계층 관점에서는 위기 가정을 발견하는 시간을 단축한 성과, 같은 시간과 자원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성과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복지사 관점에서는 업무 부담 경감, 종사자의 소진을 줄여 근속연수 증가에 기여한 것 등이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과 비용 절감 같은 ‘효율성’의 관점만으로 AI의 임팩트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기업의 재무책임자라면 이러한 지표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와 임팩트를 측정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넓은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임팩트 측정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사회복지사가 가정을 방문했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방문이 전체 효율성을 저하시킨 것은 아니다. 독거노인과 같은 취약계층에게는 누군가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팩트를 측정하는 사람이라면, AI 도입 이후 이러한 관계 구조가 약화되지는 않았는지, 정서적 고립감 수준에 변화는 없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현장의 업무들이 AI를 통해 효율화되는 과정에서 단지 업무량이 얼마나 줄었는가만이 아니라, 어떤 사회적 변화가 동반되었는지를 포착하는 시야가 중요한 것이다.
상담 기록 자동화도 마찬가지다. AI를 활용하면 상담 내용 정리와 사례관리 문서를 빠르게 작성할 수 있어 사회복지 현장의 행정적 부담은 분명 줄어든다. 하지만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은 단순한 문서 작업이 아니다. 상담 내용을 복기하고, 대상자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문서 작성 시간 절감이라는 성과만으로 AI의 임팩트를 논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AI 도입 이후에도 사회복지사가 대상자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더 적절한 서비스 연계와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트래킹하는 일이다.
◇ 중요한 것은 ‘임팩트 철학(Impact Philosophy)’
AI의 임팩트를 시간 절감이나 비용 감소와 같은 효율성 지표 중심으로만 측정하게 된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의사결정 역시 ‘효율 우선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 예를 들어 AI 도입으로 사회복지사의 업무 부담이 줄었다는 결과만 강조될 경우, 한 명의 사회복지사에게 더 많은 사례를 배정하는 방향의 정책과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보기에는 AI 덕분에 더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은 서비스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도입 이후에도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일이다. 그 가치들을 규명하고, 모니터링하고, 측정해내는 것이 앞으로 임팩트 측정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임팩트 측정’과 ‘임팩트 리포트 제작’은 다르다
임팩트 측정은 단순히 성과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수집해 시각화한 뒤 보고서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작업 역시 중요하다. 클라이언트가 추가적인 펀딩을 확보하거나 기존 기부자 및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당 자료가 필요하다면 측정자는 이를 함께 만들고 지원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측정의 역할은 그 너머에 있다. 특히 AI와 같은 기술이 현장에 도입될수록 1차원적인 지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질문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이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은 고민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것, 그것이 측정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한양대 겸임교수
필자 소개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공동대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생들에게 지속가능경영과 소셜벤처 창업, 임팩트 측정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