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자산 사상 최고…1년 새 2조 5000억 달러 늘어 하위 50%와 맞먹어

옥스팜, 다보스포럼 앞두고 ‘부의 불평등’ 보고서 발표

지난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사상 최고치인 18조3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증가 속도는 최근 5년 평균의 세 배에 달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19일, 1월 19~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보고서 ‘부가 권력이 되는 세상,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에서 “부의 집중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팜이 다보스포럼에 맞춰 발표한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억만장자 자산은 18조 3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가 속도는 최근 5년 평균의 3배에 달했다. /옥스팜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18조3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산 증가 속도는 최근 5년 평균의 세 배에 달했다. 같은 해 억만장자들의 총자산 증가분은 2조5000억 달러(한화 약 3700조원)로, 전 세계 하위 50%에 해당하는 41억 명의 총자산과 맞먹는 규모다. 억만장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옥스팜은 “이 금액이면 전 세계 극심한 빈곤을 26번 해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인권과 정치적 자유의 후퇴를 낳고, 권위주의가 성장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국가보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가능성이 7배 높다는 것이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부유층과 다른 계층 사이의 격차 확대는 매우 위험하고 지속 불가능한 정치적 결핍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들이 엘리트층의 이해를 지키는 데 집중하면서, 다수 시민이 겪는 삶의 고통과 분노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팜은 억만장자가 일반 시민보다 공직에 오를 가능성이 4000배 더 높다고 추정했다. 66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가치관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자국에서 부유층이 선거를 매수한다”고 답했다.

옥스팜 보고서는 초부유층의 자산 집중이 로비, 선거자금, 미디어 소유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이되면서, 여러 국가에서 시민의 권리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팜

보고서는 초부유층의 자산 집중이 로비, 선거자금, 미디어 소유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으로 전이되며 시민의 권리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의 자유 역시 후퇴 추세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2024년은 19년 연속 자유가 후퇴한 해였고, 전 세계 4개국 중 1개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축소됐다. 지난해 68개국에서 142건 이상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으며, 대부분 정부가 폭력으로 대응했다는 분석도 담겼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민주주의 퇴보는 기아와 질병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명 중 1명은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정기적으로 식사를 거르고 있으며, 빈곤 감소율은 2019년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극빈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옥스팜은 “각국 정부가 원조 예산을 삭감한 정치적 결정으로 2030년까지 1400만 명 이상의 추가 사망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초부유층이 언론과 소셜미디어 기업을 장악하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 일론 머스크의 X(옛 트위터) 인수, 패트릭 순시옹의 LA타임스 인수, 억만장자 컨소시엄의 이코노미스트 지분 매입 등이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현재 억만장자들은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의 절반 이상과 주요 소셜미디어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주요 언론 편집국장 가운데 여성은 27%, 인종적 소수자 출신은 23%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는 주변화되고, 이민자와 유색인종 등은 낙인과 희생양이 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케냐에서는 정부가 X를 활용해 비판 인사를 추적·처벌하거나 납치·고문한 사례도 보고됐다. 캘리포니아대 연구에 따르면 머스크의 X 인수 이후 혐오 발언은 약 50% 증가했다.

베하르 총재는 “오늘날 사회가 점점 더 병들고 독성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초부유층이 정치·경제·미디어 전반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빈곤 해결의 길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부유층의 이해가 아니라 시민의 요구에 귀 기울여 양질의 의료, 기후 대응, 공정한 조세 제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각국 정부에 ▲현실적이고 시한이 명시된 국가 불평등 감소 계획 수립 및 이행 점검 ▲초부유층에 대한 효과적 과세(소득·자산 전반의 폭넓은 세제와 충분히 높은 세율 적용) ▲로비·선거자금 규제 강화, 언론 독립 보장, 혐오 발언 금지 등 부-정치 유착 차단 장치 마련 ▲결사·집회·표현의 자유를 포함해 시민단체·노동조합 활동을 보호하는 시민의 참여·권한 강화를 우선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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