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ESG 콘퍼런스’에서 막스 앤 스펜서, 버버리 등 사례 공유
트루시 모르셋 카힐 옥스팜 영국 매니저 “ESG 규제 준수 넘어 실제 변화 만들어야”
“패션 산업은 기후변화와 빈곤, 노동권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동시에 변화를 이끌어낼 거대한 힘을 가진 분야이기도 합니다.”
트루시 모르셋-카힐(Thrusie Maurseth-Cahill) 옥스팜(Oxfam) 영국 신규 파트너십 매니저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2025 ESG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ESG 규제를 준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삶을 바꾸는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이미 패션 산업의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패션 산업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환경단체 ‘어스데이(Earth Day)’에 따르면, 전 세계 약 6000만 명에 달하는 의류 공장 노동자 가운데 생활임금을 받는 이는 2%도 채 되지 않는다.
◇M&S·옥스팜 ‘어나더 라이프’…3600만 벌 옷 매립지행 막아
카힐은 대표적 성공 사례로 영국 리테일러 막스 앤 스펜서(M&S)의 ‘어나더 라이프(Another Life)’ 캠페인을 꼽았다. 2008년 시작된 이 캠페인은 고객이 입지 않는 의류를 M&S 매장의 옥스팜 기부함에 넣으면 재판매·재활용하고, 참여 고객에게는 할인 바우처(35파운드 이상 구매 시 5파운드 할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카힐은 “이 파트너십은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소비 인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기업과 NGO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모델을 만들었다”며 “옥스팜은 의류 판매 수익을 빈곤 퇴치 활동에 쓰고, M&S는 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3600만 벌 이상의 의류가 재활용됐고, 옥스팜은 이를 통해 2300만 파운드(약 4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빈곤 퇴치와 긴급구호 활동에 사용했다. 패션 전문지 ‘드레이퍼스’는 2021년까지 6년 연속 M&S-옥스팜 파트너십을 ‘가장 존경받는 기업-NGO 협력 모델’로 선정했다.
◇ 버버리, 캐시미어 공급망 개혁…여성 자립까지 확산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Burberry)도 옥스팜과 함께 공급망 혁신에 나섰다. 버버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2018년부터 4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PUR Projet(프랑스의 재생 농업·탄소 감축 프로젝트 전문 기업), 옥스팜과 함께 캐시미어 공급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목동들에게 수의학·영양 관리와 조직화 교육을 제공해 생산성을 높였고, 목축업자들의 평균 소득은 20~30% 늘었다. 카힐은 “여성 목축업자의 참여 확대가 성평등과 지역사회의 경제적 자립으로 이어졌다”며 “ESG의 핵심은 규제 준수가 아니라 실제 삶을 바꾸는 변화”라고 말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