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 그러나 일상 속 어려움에 대한 공감은 여전히 부족하다. 책 ‘어서와 치매는 처음이지?’를 쓴 현장 전문가 홍종석 사회복지사와 경찰청 문해린 경위를 만나면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아무리 헌신적인 전문가들이 있어도, 시민들의 공감과 참여 없이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21년 시행된 실종경보문자는 시민들의 도움을 얻어낸 성공 사례였다. 그러나 줄글 형식과 흐릿한 CCTV 사진은 불편을 줬고, 결국 많은 시민이 문자를 차단했다. 발송 건수는 늘었지만 제보는 줄었다. 우리 팀이 기획한 ‘치매 배회 노인 안전망 사업’은 이런 불편을 줄이고,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접하며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현장에 나가면서 배운 건 분명했다. 통계와 데이터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지만, 왜 그런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반면 당사자와 전문가를 만나면 원인이 명확해진다. 책상 위에서 세운 가설은 인터뷰 몇 번 만에 수정됐고, 구상한 해결책은 더욱 구체화됐다. 사회문제든 사람이 하는 일이든, 출발점은 현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일한 아카데미를 통해 자신감도 커졌다. 팀원, 스태프, 현장 전문가, 강연자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수없이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쌓았다. 이 과정에서 궁금했던 점들을 풀 수 있었고, 사회에 나가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배우고 협업할 수 있겠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조급해하기보다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공감이 모여야 사회적 변화가 시작된다.

앞으로는 제약회사에 들어가 안전하고 품질 좋은 의약품 생산에 기여하고 싶다. 더 나아가 배움을 활용해 타인을 돕는 ‘지행일치(知行一致)’를 실천하려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네이버 ESG 플랫폼에도 제안할 계획이다.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해보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장에서 들은 숙제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안전안내문자는 켜 두시고, 치매 노인은 사전등록 해주세요. 실종 수색이 훨씬 용이합니다.” 작은 실천이 모여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가 모두 그런 사람이 된다면, 분명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김민수 서강대 생명과학과 재학생(2025 유일한 아카데미 수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