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우수팀 후속 활동 현장
정신건강·의료 접근성·치매 실종 대응 등 솔루션 검증
“이 가이드북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려면 청년센터와 같은 기관 맞춤형으로 개발되는 것이 좋아요. 정신의학과나 심리학과 교수 등 전문가 피드백이 더해진다면 신뢰도도 높아질 것 같아요.”
사단법인 온기 조현식 대표의 말에 청년들의 눈빛이 또렷해졌다. “제가 교수님께 자문을 구할 수 있어요.” 박효민(연세대 간호학과 4년)씨가 곧바로 답을 이었다. 지난달 28일, ‘유일한 아카데미’ 우수팀으로 선정된 ‘뿌리깊은청년’ 팀은 청년 우울증 문제를 예방 차원에서 풀기 위해 청년 정신건강과 정서 지원을 돕는 비영리단체 온기 사무실을 찾았다.
최근 청년층 우울증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0대 우울증 진료 환자 비율은 2017년 23.4%에서 2021년 34.1%로 4년 만에 45.7% 증가했다. 특히 20대는 같은 기간 7만6246명에서 17만3745명으로 127.9% 급증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사자는 스스로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주변 청년들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른다. 치료 중심에 치우친 정책의 한계를 짚은 이들은 예방을 해법으로 삼았다.
이들이 내놓은 솔루션은 두 가지. 첫째, ‘가이드북’. 친구·연인·동료 관계별로 우울감을 겪는 청년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대화와 행동 지침을 담았다. 둘째, ‘체험형 전시’. 우울증 당사자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전시를 기획해, 마음의 무게를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장 전문가의 피드백은 날카로웠다. 가이드북은 명칭·배포 장소·대상을 더 정교하게 설정해야 하고, 체험형 전시는 참신하지만 실행을 위해 콘텐츠를 간소화하고 기관·기업 협업이나 저예산 자체 기획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전시 기획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온기 팝업스토어나 청년의 날, 정신건강 행사 부스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일 거예요.” 제안이 나오자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 대표는 “기획 단계부터 함께 얘기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해낼 줄은 몰랐다”며 “솔루션이 ‘예방’을 출발점으로 삼은 점이 특히 인상 깊었고, 꼭 실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팀 대표 김서현(건국대 축산식품생명공학과 4년) 씨는 “정신건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가시화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고민 끝에 만든 솔루션이 뿌듯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이 남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장 피드백 덕분에 확신을 얻은 만큼, 전문가 검증을 거쳐 보완하고 청년센터와 연계해 배포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8월 한 달 간 다른 우수팀들도 후속 활동에 나섰다. 병원 편의시설 지도를 만든 ‘살구씨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 ‘무의’와 만나 장애인의 1차 의료기관 접근성을 논의했다. 지도 보급 범위 확대, 만료된 챗봇 QR코드 개선, ‘계단뿌셔클럽’과의 협력 등 구체적 보완책도 제시됐다.
치매 노인 실종 문제에 주목한 ‘라초이스’는 경찰청 실종정책과 경위와 만나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AI 기반 CCTV 영상 보정은 저화질의 한계를 보완해 수색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네이버 지도 연동 알림은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활동은 지난달 교육 과정을 마친 ‘유일한 아카데미’에서 우수팀으로 뽑힌 세 팀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행 가능성을 검증하고 전문가와 기관의 피드백을 받으며 솔루션을 다듬기 위해서다. 백한별(국민대 바이오의학과 3년)씨는 “발표할 때 뿌듯하긴 했지만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는데, 후속 활동을 거치며 ‘진짜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휴학을 해서라도 해봐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일한 아카데미’는 유한양행이 더나은미래, 희망친구 기아대책, 진저티프로젝트와 함께 운영하는 청년 사회혁신 교육 프로그램이다. 제약·바이오 산업과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이 참여해 문제기반학습(PBL·Problem-Based Learning) 방식으로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탐구하고 해법을 설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