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이제 ‘사다리 구조’ 넘어 ‘정글짐’으로

공적·민간 경계 넘는 커리어 패스 필요해
장기·다원적 경력 보장, 일자리 개선 핵심 과제

국제개발협력 분야 일자리가 인턴·봉사단·코디네이터·NGO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다리 구조’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 공공기관 중심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커리어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열린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 개선을 위한 2차 공론장’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국제개발협력 커뮤니티 ‘공적인사적모임’과 국제개발협력학회 개발협력 생태계 특별위원회(이하 생특위)가 공동 주최한 이번 자리에는 약 4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국제개발협력 커뮤니티 ‘공적인사적모임’과 국제개발협력학회 개발협력 생태계 특별위원회(생특위)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 개선을 위한 2차 공론장’을 열었다. /공적인사적모임

김철희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발협력 직무가 국가 통계와 산업 분류 체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직무 정의와 산업 분류가 없으면 공공·민간·시민사회가 수평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며 체계적 분류와 제도화를 요구했다.

전형적인 국제개발협력 커리어 경로의 변화가 필요하단 의견도 있었다. 노대영 KOICA 사업전략기획실 과장은 “국제개발협력 진로는 인턴에서 봉사단, 코디네이터, NGO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다리에 머물러 있다”며 “공공기관 중심 구조를 개혁하고 지속 가능한 커리어 패스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샘 공적인사적모임 상임이사는 “현재는 용역 중심 구조 탓에 수행기관이 관리·총괄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경력 모델을 사다리형에서 ‘정글짐’ 구조로 전환하고 발주 시스템 개선, 변화 중심 성과지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사다리형 경력은 위로만 올라가는 일직선 구조라면, 정글짐형 경력은 옆·대각선·아래 등 여러 방향으로 이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구조를 말한다.

윤보애 원더스 인터내셔널 공동대표는 낮은 처우와 고용 불안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해외처럼 관리비에 인건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NGO와 소셜벤처가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단순한 일자리 찾기(Job Seek)를 넘어 일자리 창출(Job Creation) 단계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의석 공적인사적모임 대표 겸 생특위 공동위원장은 “한국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도 이제 개별 프로젝트 성과를 넘어, 분야 전체가 공유할 철학과 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곽재성 경희대 교수(국제개발협력학회 회장)는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개선의 핵심 과제는 단기 처우 개선을 넘어, 장기적이고 다원적인 경력 경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론장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ODA 학술활동 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주최 측은 오는 11월 3차 공론장을 열고, 국제개발협력 뉴스레터 ‘김칩’ 발행과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일자리 생태계 개선을 제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