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대한민국의 ESG 정책, 지금이 ‘골든타임’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2025년 6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은 한국 기업 환경에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후·환경 위기 대응, 청년세대의 가치 변화, AI 등 기술혁신을 아우르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경제성장과 민생 회복, 사회 질서 구현이라는 거시 목표 아래 기업 생태계도 다시 설계되는 흐름이다. 기업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새 정부 출범 직후 1년은 국정 운영의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강한 정책 추진력과 실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의 방향성이 결정된다. ESG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과 정부 모두 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

첫째,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과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ESG 정책이 본격화될수록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장벽은 이해관계자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파리협정 탈퇴 등 반(反) ESG 흐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올해 2월 옴니버스 패키지 제안 이후 기업의 지속가능성 경쟁력과 현실적 규제 수준을 놓고 내홍이 거세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시민단체, 주주 등 각 주체가 ESG 정책에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은 비교적 여유 있는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금, 기술 측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는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산업계는 성장 저해를 우려한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정부는 민관협의체와 공청회 등 공식적인 논의 구조를 통해 실질적 갈등 조정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 없이는 어떤 정책도 뿌리내리기 어렵다.

둘째, 중소기업의 역량 부족과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4곳 중 3곳(74.3%)이 ESG 대응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가 경영의 필수 패러다임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기업의 99%, 종사자의 81.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ESG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37.0%)과 ‘전문 인력 부족’(22.7%)을 주요한 애로 요인으로 꼽고 있다. 더욱이 ESG 공시 기준은 대기업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중소기업에는 구조적 불이익이 될 수 있다.

단순한 공시 유예나 시기 연장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맞춤형 컨설팅, ESG 전용 자금 지원, 인력 교육 등 실질적이고 통합적인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 금융기관, 전문기관 모두가 협력해 중소기업 맞춤형 ESG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때다.

셋째. ESG 공시 의무화 준비 부족과 기준 모호성을 해결해야 한다. 공시 의무화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지만, 기업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ESG 자율 공시를 하고 있는 기업은 절반 수준(53%)이고, 준비 중인 기업도 26%에 그친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는 공시 개념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61.1%)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이 외에도 ‘데이터 확보 애로’가 27.8%, ‘촉박한 의무공시 일정’을 22.2%로 응답했다.

이 같은 기준의 불명확성은 향후 소송 리스크로도 이어질 수 있다. ESG 공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시 기준을 명확히 하고, 데이터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실효성 없는 선언보다 신뢰받는 제도 정비가 우선이다.

새 정부의 골든타임이 허비된다면, 야심 찬 ESG 정책은 실행 단계에서 저항과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새 정부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서 제도적 전환과 거버넌스 혁신을 본격화하겠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ESG 기본법 제정, 공시 의무화 조기 시행 등은 모두 구조적 전환을 전제로 한 정책이다. ESG가 ‘선택적 실천’에서 ‘의무적 기준’으로 자리잡는 이 변화의 시점에서,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골든타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글로벌 ESG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필자 소개

지속가능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하며 지속가능경영과 지속가능경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위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연구, 자문, 컨설팅, 국제표준 심사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환경공학과 경영학, 국제학을 공부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공급망관리와 CSR, 지속가능경영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이후에는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ESG, 지속가능경영, CSR, 창업과 같은 과목을 가르쳤고, 공공기관인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초대 사업본부장으로 재직시에는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을 총괄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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