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달 유엔 청년 사무국과 로마클럽, 장크트갈렌 심포지엄이 공동으로 ‘세대 간 리더십이 비즈니스의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여는 방법’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를 낸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로 잘 알려진 국제 싱크탱크이며, 유엔 청년 사무국은 전 세계 청년의 정책 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조직이다. 이들이 발간한 보고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세대를 아우르는 리더십, 곧 ‘세대 간 거버넌스’가 필요합니다.”
보고서는 먼저 기업 내 리더십 구조에 존재하는 세대 간 불균형을 지적한다. 글로벌 CEO의 평균 연령은 56.8세, 이사회 구성원은 58~64세에 이른다. 반면, 전 세계 노동인구의 중간값은 39.6세에 불과하다. 미국 S&P500 기업 기준으로 50세 미만 이사는 5%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연령 분포를 넘어, 기업의 장기 전략·기술혁신·조직문화 차원에서 구조적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리더는 조직의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는 다시 구성원의 판단과 행동을 좌우한다. 특정 세대에만 리더십이 집중될 경우, 이는 기업의 미래 대응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장기적인 사회·환경 과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술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한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기업이 “우리는 M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내 프로그램과 포럼,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주장하지만, 보고서의 질문은 더 본질적이다.
“당신의 의사결정 구조에 모든 세대가 실질적으로 포함돼 있는가?”
◇ 세대 간 리더십, 기업에 가져오는 다섯 가지 변화
보고서는 세대 간 리더십이 조직에 주는 긍정적 변화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① 공감의 확장 : 다양한 세대가 함께할 때 조직은 고객과 직원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
② 장기 전략의 실행력 강화 : 나이가 많은 리더는 임기 내 성과에 집중하기 쉽지만, 젊은 리더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혁신과 투자에 집중한다.
③ ‘성공의 함정’ 탈출 :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과 학습을 지속할 수 있다.
④ 창의적 마찰의 촉진 : 서로 다른 세대의 시각 차이는 갈등이 아니라 창의적 자극이 된다.
⑤ 윤리적 감수성의 강화 : ESG와 같은 사회적 책임 이슈에 젊은 리더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대 간 거버넌스는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 보고서는 세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자문(Consultation)’ 모델이다. 대표적 사례는 리버스 멘토링과 섀도우 보드다. 리버스 멘토링은 고위 임원이 젊은 직원에게 조언을 듣는 방식이다. 섀도우 보드는 젊은 구성원으로 구성된 가상 이사회가 실제 경영진에 전략을 제안하고, 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구조다.
둘째, ‘공동 리더십(co-leadership)’이다. 젊은 리더가 고위 임원과 실질적으로 권한을 나누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공동의 책임과 권한을 공유하는 단계다.
셋째는 ‘내재화(Embedding)’다. 인사 전략과 조직문화, 리더십 육성 체계 전반에 ‘세대 간 리더십’을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이사회 구성, 후계자 육성, 성과평가 등 경영 시스템에 아예 ‘세대 다양성’ 기준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 한국 기업, 세대 협업의 구조 설계가 시급하다
우리 기업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 기업의 리더십 구조는 빠른 압축성장의 결과로 고령화가 심하다. 여전히 창업자와 가족에게 의사결정 권한이 집중된 경우도 많다. 인사 시스템도 폐쇄적이다.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거버넌스’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홍보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단순한 청년 우대정책이 아닌, 세대를 아우르는 ‘구조적 협업 시스템’이 필요하다. ESG 보고서에 MZ세대 목소리를 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의사결정권이 있는 자리에 세대 간 의견 충돌과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이사회와 사외이사, 자문기구 구성 시 연령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정기적인 리더십 교체와 세대별 상호 멘토링 체계도 고려해 볼만하다.
지속가능성은 본질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이다. 그런데 의사결정 구조에 그 다음 세대가 참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배제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책임 회피에 가깝다. 단기 실적에만 몰두하고 과거 방식만 고수하는 기업은 혁신의 동력을 잃게 된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세대 간 거버넌스’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기업이 자주 말하는 ‘후계자 육성’이나 ‘가업 승계’, ‘창업자의 철학 계승’ 등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개인의 선의나 특수한 사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로 정착시켜야 한다. 변화의 첫 걸음은 늘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다. 리버스 멘토링 하나, 청년 자문단 하나라도 조직 내에 시도해보자. 세대 간 리더십, 이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주요 참고 자료 : the UN Youth Office, the Rome Club and the St. Gallen Symposium. “How Intergenerational Leadership Unlocks Innovation and Sustainability in Business” (2025.5)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필자 소개 지속가능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하며 지속가능경영과 지속가능경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위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연구, 자문, 컨설팅, 국제표준 심사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환경공학과 경영학, 국제학을 공부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공급망관리와 CSR, 지속가능경영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이후에는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ESG, 지속가능경영, CSR, 창업과 같은 과목을 가르쳤고, 공공기관인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초대 사업본부장으로 재직시에는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을 총괄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