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https://futurechosun.com/wp-content/uploads/200908-0002-e1612833394313.jpg)
많은 조회수를 올린 동영상이 하나 있다. 한 리포터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하면 받을지 여부를 묻는다.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리포터는 다시 질문한다. 거액의 돈을 받는 조건으로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뜰 수 없다고 해도 수락할 것인가. 영상 속 모두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돈과 생명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짧지만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작년 5월 미국 경매업체인 줄리엔 옥션은 영국의 유명한 록밴드인 비틀즈의 멤버 존 레넌이 직접 연주했던 기타가 290만 달러(한화 약 42억원)에 팔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외에 유명 화가나 조각가의 작품은 독창성과 희소성 때문에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고급 자동차나 명품 브랜드는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이처럼 우리는 귀하고 소중한 것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 환경, 이 하나를 제외하고는.
2015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그리고 이보다 이전부터 논의되어 온 지속가능경영과 ESG 경영의 패러다임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참고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의 세 개의 축인 트리플바텀라인(TBL)은 1994년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주장한 개념으로, 기업이 진정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이후로 트리플바텀라인은 수많은 지속가능경영 개념의 뿌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ESG 경영을 추진할 때도 자주 언급되는 용어이기도 하다.
존 엘킹턴은 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하기 위해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성과가 중요하다고 했을까? 그 이유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Sustainable economic development)의 개념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지속가능경영은 지속가능경제의 개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이다. 예전부터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한 정의는 많이 있었지만 1987년 유엔이 발표한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에 위와 같이 다시금 정리되며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지속가능한 발전’의 정의와 ‘지속가능경영’의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속가능경영과 ESG 경영에 관한 많은 오해와 자의적인 해석이 난무한 것은 사실 지속가능경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환경과 경제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구한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바비어(Edward B. Barbier) 석좌교수는 유엔기구와 세계은행 등 다수의 국제기구는 물론,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한 발전과 지속가능경영의 개념 정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바비어 교수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현재 및 미래 세대의 경제 및 환경적 목표를 균형 있게 충족시키는 개발 과정”으로 정의하며, GDP 증가와 같은 단순한 경제 성장이 아닌 자연자원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건전성을 고려하는 개발과 성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바비어 교수는 다음 세 가지 시스템이 모두 충족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이 실현된다고 주장했다. 생물학적 시스템(Biological System), 경제적 시스템(Economic System), 사회적 시스템(Social System)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트리플바텀라인과 지속가능경영에서 설명하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성과와 맥락을 같이하는 개념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생물학적 시스템’은 자연자원의 고갈과 환경파괴 등 환경적 한계를 초과하는 개발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내용이다. 다음으로 ‘경제적 시스템’은 개발이 장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야 하며 환경보호가 경제적 비용으로만 인식되어서는 안 되고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시스템’은 경제개발을 통해 사회적 형평성을 보장하고 빈곤을 완화하며 모든 계층의 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가 공정한 분배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바비어 교수는 환경 정책을 경제 개발과 분리해서는 안 되며 경제시스템 내에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최근 기후위기, 미세 플라스틱, 환경오염, 에너지 전환 등의 이슈가 많아지면서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소중한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환경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매기고 있을까.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또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모든 조직은 이를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외부효과로 희석되어 버리는 환경부담을 언제까지 모른 척할 것인가. 나 하나쯤이야 하며 스스로 속이고 있지는 않는가, 경쟁사와 비교하며 남이 먼저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가.
환경은 더 이상 공짜가 아니다. 진정한 지속가능경영을 꿈꾼다면 환경이라는 소중한 것에 더 높은 가격을 매기자.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주요 참고 논문
-Edward B. Barbier. “The Concept of Sustainable Economic Development”. Environmental Conservation Vol. 14, issue 2 (1987) Cambridge University Press.
필자 소개 공공기관인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사업본부장으로, 사회적경제 방식을 통해 사회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을 총괄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환경공학과 경영학, 국제학을 공부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공급망관리와 지속가능경영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이후에는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ESG, 지속가능경영, CSR, 창업과 같은 과목을 가르쳤고, 지속가능연구소 소장을 역임하며 민간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문, 교육, 컨설팅과 국제표준 심사 등의 업무를 해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