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진영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 대표
25국 1100여 곳 협동조합 지원중
현지 사회적기업 50곳 설립이 목표
혁신적인 ‘K-NGO’ 전파해 나갈 것
“제3세계 취약 계층 아동들이 제대로 양육받고 성장하려면 궁극적으로 마을이 빈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당장 지원이 시급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접근 방법을 바꿨어요.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거죠. 국내 소셜벤처가 현지 사회적기업과 협력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일도 합니다. 지역 주민에게는 혁신성을 주입하고, 소셜벤처엔 현지화 전략을 제공하는 거죠.”
지난 5일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만난 현진영(50)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 대표는 “앞으로 진행될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임팩트가 지원하는 협동조합은 25국 1100곳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합원만 7만6000명에 이른다. 사업을 키워가는 사회적기업은 14곳. 올해부터는 제3세계에 진출할 소셜벤처에 임팩트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비영리와 소셜벤처가 만났을 때
“현지 사회적기업의 운영 원칙은 명확합니다. 첫째, 현지 주민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둘째, 발생 수익 일부를 아동 결연이나 식수 위생 등 비영리 사업에 써야 합니다. 개발도상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게 국제 구호 사업을 더 단단하게 하는 근간이 되는 거죠.”
현진영 대표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현지 성공 열쇠는 바로 소셜벤처다. 그는 성장 궤도에 오른 현지 사회적기업에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 해외 임팩트투자사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다. 투자사 10여 곳에 제안서를 보냈지만,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거절당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혁신성 미흡.’ 현 대표는 “제3세계 진출을 원하는 기술형 스타트업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사회적가치라는 방향성이 맞는 기업이라면 임팩트투자 유치뿐 아니라, 합작 법인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백신 개발사와 협력하는 일이다. 글로벌임팩트는 왓슨알앤디쉐어링과 함께 베트남에 사회적기업 설립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은 구제역 바이러스 주요 발생국 중 하나로, 조기 신고와 백신 보급이 원활하지 않아 지역 농가 피해가 크다. 현 대표는 “구제역 탓에 지역 농가들이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현지에 백신 공장을 짓고 보급에 성공하면 농가 소득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남미 파라과이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가축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라과이의 낙농 협동조합에서 우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적어서 판로 개척이 쉽지 않아요. 우리나라 가축처럼 건강관리가 잘 안 되는 탓이 크죠. 이 문제를 국내 소셜벤처 한 곳과 함께 해결하려고 합니다. 소가 이른바 ‘바이오캡슐’을 먹으면 생체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파라과이 인구는 800만명이 안 되지만 가축은 1000만 마리가 넘을 정도로 시장 확장성도 큽니다. 올해 상반기에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판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농업부터 로봇까지… 업종 넘나드는 임팩트
그간 개발도상국의 소득 증대 사업은 1차산업인 농업이 주를 이뤘다. 일부 도심에서는 2차산업인 제조업이나 3차산업인 서비스업을 벌이기도 하지만 사례는 많지 않다.
“현지에서 농업-제조업-서비스업 순으로 산업의 발전 단계를 밟아 올라가려면 30~40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1차산업에만 집중할 수는 없잖아요? 핵심은 직무 지원입니다. 기술과 역량만 갖춘다면 1차산업에서 4차산업으로 바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길을 사회적기업이 닦아줄 수 있습니다. 현지 산업 발전의 거점 역할도 수행하게 될 겁니다.”
현재 글로벌임팩트는 로봇 스타트업 빅웨이브로보틱스와 함께 태국 진출을 추진 중이다. 현 대표는 “로봇 자동화 기술을 보급해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사업 경쟁력도 갖추게 할 수 있다”며 “사회적기업 운영을 돕고 지원한다 해도 결국 선택권은 현지 주민에게 있기 때문에 각국에서 벌이는 사업 영역은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통 산업에서 혁신을 꾀하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몽골의 사회적기업 ‘굿쉐어링’이 대표적인 사례다. 굿쉐어링은 2010년 유목민의 이동식 천막 주택 게르에 난방비를 절감하는 축열 장치 ‘지세이버(G-Saver)’를 보급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보급률이 점차 올라가면서 사업도 정체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세탁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유목민들은 세탁에 필요한 물을 구하기 어렵고,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오·폐수를 처리할 수도 없다. 현진영 대표는 “세탁물을 수거하고 공장으로 보내 반건조 상태로 돌려주는 사업”이라며 “지역민들의 삶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동시에 연간 40만달러 매출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NGO 사업은 효율성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혁신적인 설루션보다는 안정적으로 투명하게 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영역은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목표는 2030년까지 현지 사회적기업 50곳 설립입니다. 비영리단체가 사회적경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건 큰 도전입니다. K팝, K드라마처럼 ‘K-NGO’라 할 수 있는 혁신적 설루션을 만들고 전파해 나가겠습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