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방] 여전히 천동설을 믿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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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하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이조스가 최근 사재를 털어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싸늘하다. 그는 이른바 ‘베이조스 지구 기금(Bezos Earth Fund)’이라는 걸 조성해 이 돈을 기후변화 대응에 쓰겠다고 밝혔다. 칭찬받아 마땅할 일인데 되레 욕을 먹는 이유는 아마존이 ‘기후위기 악당 기업’으로 명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사업과 배송 사업 등으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기업 운영 방식은 바꾸지 않고 기후변화 대응 기금을 만들겠다고 하니 거액을 내놓고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것이다.

최근 SNS에서 번지고 있는 ‘나쁜 기업 사회공헌 활동 기금 거부 운동’도 흥미롭다. 국내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의 기부금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지목된 곳은 한국마사회다. 지난해 벌어진 문중원 기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한국마사회의 사회공헌 활동 기부금을 거부하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도 그렇고, 나쁜 기업들의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활동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세상이 바뀐 걸 모르고 여전히 수익만을 쫓는 기업들은 투자도 받기 어려워졌다. 올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앞으로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기후변화’와 관련된 대응을 하고 있는지를 주요 지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석탄화력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한 투자금부터 빼겠다고 밝혔다. 물론, 블랙록이 환경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석탄화력 산업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수익도 안 나는데 환경을 해친다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계속 그쪽으로 투자할 필요가 없다. 블랙록뿐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가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소비자도, 파트너도, 투자자도 새로운 질서에 따라 빠르게 세팅되고 있다. 천동설 세상에서 지동설 세상으로 바뀔 때와 같은 ‘대전환’이 시작됐다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모두가 다른 세상으로 가고 있는데 여전히 천동설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이 있다. 세상이 바뀐 걸 받아들이지 않는 건지, 내 앞에서만 폭탄이 터지지 않으면 괜찮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적당히 포장하면 사람들이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까지 사람들은 알고 있는데.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blindlett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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