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연결’하려는 마음”…메트라이프가 그리는 새로운 협력

단기 후원 아닌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 전략
현업과 연계한 파트너십으로 사회공헌의 작동 방식을 바꾸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고객과 임직원에게 제공하면 어떨까요? 저희가 보유한 생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상품 개발이나 고객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도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에서 열린 ‘메트라이프 인클루전 플러스 8.0 스테이지 데이’ 현장. 여타 스타트업 IR 행사처럼 일방적 발표가 이어지는 자리가 아니었다. 단순한 투자 검토를 넘어 “어디서 연결할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기업과 소셜벤처가 사회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는 대화가 이어졌다. 행사장 곳곳에는 원형 라운드 테이블이 놓였고, 발표를 마친 팀과 메트라이프생명 실무진·투자자가 함께 자료를 펼쳐 보이며 협업 가능성을 조율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는 8기 프로그램의 마지막 과정으로, 지난 4월 모집을 시작해 6월부터 11월까지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10개 조직이 사업 성과를 발표한 자리다. 메트라이프생명 및 재단 임직원, 임팩트 투자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 장기 협력을 위한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 전략

‘메트라이프 인클루전 플러스’는 금융 포용과 포용적 헬스케어 분야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과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MYSC가 공동으로 운영하며, 2018년 첫 출범 이후 지금까지 94개 조직을 육성하고 23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를 집행했다. 누적 후속 투자 유치액은 438억원에 달한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단기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임팩트 파트너십(Impact Partnership)’ 구축이다. 기업·정부·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가 사회문제를 공동으로 정의하고 지식·자원을 개방적으로 공유하는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OSI·Open Social Innovation)’ 전략을 채택했다. 전문적인 솔루션을 가진 사회혁신 조직과 함께 차별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는 “소셜벤처가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자금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사회공헌 사업과 기업 비즈니스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실질적인 시장 확장과 조직 역량 강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 재단뿐 아니라 메트라이프생명 마케팅부서 임직원이 함께한 것도, 단순 후원이 아닌 ‘현업과의 연계’를 통해 소셜벤처가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단과 선정 조직은 평균 2~3년에 걸쳐 사회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전략을 조정하며 공감대를 쌓아간다”며 “이 과정에서 서로의 지식과 자원을 개방적으로 공유하는 ‘오픈 소셜 이노베이션’이 지속적인 협업의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장은희 MYSC 책임 컨설턴트는 “인클루전 플러스는 단순 발굴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라며 “수료 기업을 알럼나이 네트워크로 묶어 매년 네트워킹·공동 프로젝트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기적 파트너십’ 구조는 현장에서 점차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 함께 만든 해법, 확장되는 임팩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6기 선정기업 ‘야타브엔터’와 재단이 함께 출시한 인공지능(AI) 활용 비대면 심리상담 프로그램 ‘마인드 기프트’다. 지난 4월 출시된 이 프로그램은 암 환자, 전신 화상 환자, 부모의 임종을 간병 중인 가족 등 장기 치료와 돌봄을 동시에 감당하는 사람들의 정서적 소진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여자 100명이 만족도를 평균 100점 만점에 85점이라고 응답했을 만큼, 돌봄 과정에서 쉽게 놓치기 쉬운 ‘정서 지원’ 공백을 메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찬 야타브엔터 대표는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이 단순히 ‘후원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 공동 설계자’로 참여했다는 점이 가장 달랐다”며 “프로그램 이후 재단이 메트라이프생명 마케팅 부서와 연결해 줘 ‘일회성’으로 끝나는 다른 액셀러레이팅과 달리 이번 프로그램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는 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리더스 마인드(Leader’s Mind)’ 코칭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됐다. 이는 단순 멘토링을 넘어 강점 기반의 리더십을 개발하는 맞춤형 코칭으로, 네 명의 전담 코치가 각 조직의 리더와 일대일로 만나 성장 계획을 수립했다. 리더들은 강점과 약점을 인식하고 그룹 코칭 워크숍을 통해 팀워크를 점검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운영한 진양희 그로스허브컴퍼니 대표는 “강점 진단은 단순 성향 분석이 아니라, 무엇에 집중해야 할 지에 관한 ‘방향 설정’ 과정”이라며 “여러 리더가 이 과정을 통해 조직 운영 방식을 스스로 재정리했고, 내부 구성원 면담에 활용하고자 코치 양성 과정까지 참여한 리더도 있었다”고 말했다.

◇ 금융포용·포용적 헬스케어 10개 조직 발표…최우수상 데브디·스트레스솔루션

이번 8기에는 금융포용 및 일자리 창출 분야 5개, 포용적 헬스케어 분야 5개 조직이 선정됐다.

금융포용 분야에는 ▲금융 취약계층에 맞춤형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 ▲청년 1인 가구 대상 월세 카드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브디’ ▲디지털 콘텐츠 ‘인스타툰’ 제작자를 양성해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넓히는 ‘플락코퍼레이션’ ▲청각장애인 플로리스트와 함께하는 꽃 정기구독 플랫폼 ‘플립’ ▲전업 장애예술인 매칭과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핀휠’ 등이 선정됐다.

포용적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영유아 전용 비대면 의료기기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다닥헬스케어’ ▲스마트폰 화면 속 시각 정보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AI 기술을 개발한 ‘루트파인더즈’ ▲스트레스를 예측해 완화하는 초개인화 디지털 헬스케어 앱 ‘스트레스솔루션’ ▲발달 지연 아동 대상 AI 기반 동작인식 재활 게임을 개발하는 ‘잼잼테라퓨틱스’ ▲임신·육아 전 과정의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커넥트아이’가 이름을 올렸다.

이날 상위 1위는 금융포용 부문의 ‘데브디’와 포용적 헬스케어 부문의 ‘스트레스솔루션’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두 기업에는 각 1억 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가 지원된다. 3위는 ‘다다닥헬스케어’로 3000만 원의 사업화 지원금을 받았고, 4위는 ‘플립’으로 2000만 원이 지원됐다. 공동 5위로는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과 ‘루트파인더즈’가 선정됐으며, 각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번 시상에 따라 총 6개 기업이 2억7000만 원 규모의 사업지원금을 받게 됐다.

데브디는 월세 카드 결제가 전체 임대차 거래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임대료를 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임차인은 카드 실적과 캐시백 혜택을 받고, 임대인은 기존 현금 수령 방식대로 거래를 유지할 수 있다. 월세 연체가 대출·불법 사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는 구조다. 월 거래액은 올해 1월에 비해 지난달 40배 가량 증가했으며, 향후 소상공인·외국인 임차 가구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태 데브디 대표는 “이번 지원금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을 더 넓히겠다”며 “향후 메트라이프생명 보험 상품과 연계해 안전한 월세 금융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부문 최우수 기업인 스트레스솔루션은 개인의 심박·심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스트레스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음향으로 완화를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면·집중력 개선 효과가 검증돼 청소년부터 시니어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누적 매출은 약 48억9000만원.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 기반을 확대 중이다.

배익렬 스트레스솔루션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사업의 핵심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스트레스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비용으로 이어지는 문제인 만큼,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확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이사장(메트라이프생명 대표)은 “중요한 것은 연결하려는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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