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0일(금)

바이든 환경 정책 방어 속 기업 ESG, ‘긴장의 연속’ [글로벌 이슈]

열흘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취임
美 기업 ESG 정책은 어디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이 다가오면서, 미국 내 ESG 흐름이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기반으로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해양 석유 시추 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러한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미국 기업들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바이든, ‘IRA·석유시추 금지’ 친환경 정책 두고 떠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까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풍력·태양광뿐만 아니라 수력·지열·해양에너지 등 다양한 저탄소 기술에도 최대 30%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산업 등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퇴임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방지법 지침을 공개하고 미국 일부 연안 석유시추를 금지시키는 등 친환경 정책을 강화했다. /연합뉴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청정 수소 생산에 나서는 원자력 발전소에 세액 공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 일부 연안에서의 해양 석유·가스 시추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정책도 발표했다. 대상 지역은 동·서부 연안과 동부 멕시코만, 알래스카 북부 베링해 일부로, 총 면적은 6억 2500만 에이커(약 2530만㎢)에 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조치가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2030년까지 미국 토지와 수역의 30%를 보호하겠다는 목표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취임을 열흘 가량 앞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된 핵심 기후 법안인 IRA와 석유 시추 금지 조치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미국 예산에서 수천억 달러를 절감하겠다”며 IRA 폐지를 공언했지만, 의회의 전폭적 지지가 없이는 실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 시추 금지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2019년 법원 판결에 따르면, 1953년 제정된 ‘외부대륙붕 토지법(OCSLA)’에 따라 대통령이 특정 지역의 광물 임대·시추를 금지할 수는 있어도, 이미 내려진 금지 조치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금지 해제를 위해서는 결국 의회 동의가 필요한 셈이다.

◇ 정치 불확실성에 ESG 혼란…장기 전략 흔들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ESG 정책 후퇴 우려는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은행들은 유엔 주도로 결성된 ‘넷제로 은행 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NZBA)’에서 잇달아 탈퇴했다.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 ‘빅6’ 은행들이 모두 연합을 떠나며, 미국 금융기관의 ESG 정책 동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탈퇴한 은행들이 역설적으로 “기후 친화적 정책은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치적 압박이 기업들의 장기 전략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4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성명을 발표해 운용자산의 75%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곳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선DB
작년 11월 3대 자산운용사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당한 이후 미국 6대 은행은 모두 ‘넷제로 은행 연합(NZBA)’에서 탈퇴했다. /조선DB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Darren Woods) CEO는 2024년 COP29에서 Politico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거와 행정부 교체에 따라 정책이 번복되면서 경제적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탄소 배출 문제는 단기적 변화에도 사라지지 않으며, 이를 간과할수록 장기적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달 맥도날드는 DEI 정책을 일부 중단한다고 밝혔다. /Pixabay

환경뿐 아니라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 분야에서도 후퇴 조짐이 보인다. 맥도날드는 지난 6일, 공개 서한을 통해 기업 리더십에서의 다양성 목표를 사실상 종료하고, 일부 DEI 정책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는 ‘미국 운영진의 30%가 소외계층 출신’이라는 성과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이를 3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해당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사내 ‘다양성 팀’ 명칭은 ‘글로벌 포용 팀(Global Inclusion Team)’으로 바꿨다. 이는 ESG와 관련한 기업의 내부 정책이 정치적 압박 속에서 축소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미국의 지속가능성 전문 싱크탱크 Veerless가 지난달 발표한 “기후의 기회: ESG와 트럼프 행정부 2기” 보고서는 ESG는 단기적인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를 잃고 규제 위반으로 인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기업들에게 상세한 탄소 배출 데이터와 지속 가능성 계획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 시장 접근 제한, 평판 손상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규제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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