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의장, “기후 위기 앞에서 슬픔 아닌 행동이 필요”
“부유한 국가와 개도국의 부유층은 기후 재앙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지만, 빈곤층은 점점 더 큰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2025년을 맞아, 슬픔과 분노를 생산적인 집단 행동으로 바꿔야 합니다.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느냐, 재앙에 의해 강요당하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오는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의장단이 첫 공식 서한을 통해 전 세계적 기후 대응을 촉구했다.
COP30 의장인 안드레 코레아 도 라고 브라질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0일 공개된 서한에서 “기후 변화의 충격은 불평등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제는 슬픔과 분노를 생산적인 집단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연간 1.3조 달러 필요”, 다자간 금융 구조 활용 필요
의장단은 기후 대응을 위해 매년 최소 1조 3000억 달러(한화 약 1888조 원) 규모의 기후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COP29에서 설정된 목표로, 이 중 3000억 달러(한화 약 436조 원)는 선진국이 매년 부담하기로 합의된 금액이다.
브라질은 ‘바쿠에서 벨렘까지 1.3조 달러 로드맵’을 추진해, 개도국이 저탄소 및 기후 회복력 강화 경로로 전환하도록 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의장단은 “다자간 금융 구조를 적극 활용해 개도국의 높은 자본 비용과 재정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COP30에서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의장단은 법적 의무를 준수하며 실질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할 것을 각국에 요구했다. 파리협정이 채택되기 전 지구 온난화가 4도 이상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각국이 NDC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기온 상승폭을 2.1~2.8도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COP30이 브라질에서 열리는 만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개발도상국 중심의 신흥 경제권)’가 주도하는 회의가 될 전망이다. 의장단은 “과거 북반구에서 열린 COP은 북극성을 길잡이 삼았지만, 이제는 남십자성을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며 개도국 중심의 기후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COP30이 아마존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숲 보호’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브라질은 지난해 아마존 정상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숲을 위한 연대(United for Our Forests)’ 이니셔티브를 출범할 예정이다. 기후 대응에서 숲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보호와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브라질 원주민들의 공동체 문화인 ‘무티라오(mutirão, 협력 공동체)’를 COP30에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의장단은 “국제사회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인 무티라오’에 동참해달라”며, “기후 위기는 개별적인 해결책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COP30, 변곡점 될 것…기후 대응의 ‘비라다’ 만들자
안드레 코레아 도 라고 의장은 COP30이 글로벌 기후 대응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비라다(virada)’라는 개념이 있다”며, “이는 패배가 확실해 보이는 순간에도 반격하여 경기를 뒤집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함께 COP30을 ‘기후 대응의 비라다’가 되는 순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브라질은 COP21~COP29 의장국을 초청해 ‘COP 의장국 협의회’를 구성하고, 원주민 지도자들과의 대화를 위한 ‘원주민 리더십 서클’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과학자·정치인·종교 지도자·전통 공동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윤리 점검(Global Ethical Stocktake)’을 수행해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COP30 서한을 두고 알렉산드 프라도 WWF 브라질 기후 변화팀 리드는 “이번 COP은 ‘이행의 COP’가 될 것이며, 원주민 리더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부 의제와 협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COP30이 실질적인 기후 대응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기존 논의의 반복으로 끝날지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