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사회적경제 전문 법무법인 설립한 이경호 변호사 인터뷰
사회적기업·소셜벤처의 계약·소송대리 등 자문
10년간 기업 M&A 맡다가 사회적경제 발 담가
지속 가능한 맞춤 법률 지원 시스템 만들고 싶어
“국내 사회적경제 저변이 넓어졌다는 걸 몸으로 느낍니다. 몇 년 새 법률 상담을 요청하는 곳이 부쩍 늘었어요. 사회적경제 조직이 성장할수록 다양한 법률문제에 얽히게 돼 있죠.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가들에게도 법률 조력자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국내 첫 사회적경제 전문 법무법인을 설립한 이경호(45) 더함 대표변호사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15년 사회적경제법센터로 출발한 더함은 최근 법무법인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법률 지원 사업에 나섰다.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그는 “선한 의지를 품은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려는데, 법률문제로 애를 먹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며 “사회적기업도 규모와 양상이 다를 뿐 영리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전문 변호사로서 그의 업무는 크게 법률 자문, 법률 교육, 제도 개선 입법 지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법률 자문은 정관 작성, 지식재산권, 근로계약, 투자계약, 소송대리 등 조직의 성장 단계와 업종에 따라 다양하게 이뤄진다.
“분쟁은 생각보다 사소한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여럿이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에서 분쟁이 많이 생겨요. 처음 의기투합할 때는 문제가 없었을 거예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사업이 잘되면 사업 방향이나 수익 분배 때문에, 사업이 잘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다툼이 생깁니다. 대부분 구성원 간의 계약을 소홀히 하고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은 투자 계약이나 송사 등 상대적으로 큰 사건에 마주하게 된다. 자금 조달을 위한 계약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바로 ‘독소 조항’이다. 즉 회사에 독이 될 수 있는 계약 조항을 뜻한다.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외부 기관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게 되는데,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보호하는 방안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거나 사업에 관련된 사안을 동의받거나 보고받을 수 있게 요구해요. 일례로 한 창업자가 이사회 구성을 투자자 측에 더 많이 준 경우가 있었어요.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본인이 대표이사고 지분이 많으니까 상관없겠다 생각했대요. 투자자의 선의를 믿은 거죠. 이럴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고 최악의 상황에는 회사에서 내쫓기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송 업무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상표권 관련 분쟁이 잦다. 예를 들어 사회적기업이 등록해서 사용하는 상표를 제3자가 같은 업종에서 유사하게 사용하는 경우다. “막상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당황하게 되죠. 열도 받고요. 바로 소송으로 들어가진 않습니다. 먼저 내용증명을 보내 사실관계를 바로잡게 해요. 상대방이 무시하면 바로 형사고소 들어갑니다. 대부분 상표권 위반으로 벌금형이 떨어지죠.”
이경호 변호사는 과거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을 담당했다. 10여 년간 영리기업을 대리했지만, 프로보노 활동에서 만난 사회혁신가들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이 변호사는 “선한 의지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동시에 갖춘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로펌에서 제공하는 유학 기회 대신 서울시사회적경제센터 파견을 택했고, 그 경험을 계기로 아예 사회적경제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법인 더함은 아이쿱생협, 공공그라운드, 빅이슈코리아, 함께일하는세상 등 20여 사회적경제 조직에 정기적으로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이경호 변호사는 사회적경제 조직 대상의 지속 가능한 법률 지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조직마다 업종과 규모가 다르고, 발생하는 법률 이슈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좀 더 효율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성장 단계와 업종이 유사한 조직을 그룹으로 묶어서 정기적으로 맞춤 법률 서비스를 해보려고 해요. 개별 조직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자문료를 함께 부담하고, 자문이 필요한 곳부터 먼저 받는 방식이죠. 마치 두레 같은 거죠.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사회적경제 조직의 법무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