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서비스, 위기 가정 발굴·아동학대 예방의 돌파구 될까

[이슈&해법] 출산 뒤 고립된 가정, 학대로 번지기 전 개입 필요
신청형 서비스 한계…전국 보편적 방문 논의 본격화

저출생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위기 임산부와 영유아 지원이 초기 단계부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부모의 심리·경제적 어려움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을 위한 보편적 가정방문서비스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아동학대 방지와 위기가정에 대한 지원책으로 보편적 가정방문서비스가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어도비 AI 파이어플라이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2023년 아동학대로 숨진 12세 이하 아동 202명 중 0세 신생아가 83명에 달했다. 가해자의 85.9%는 부모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임신 중 여성의 25.8%가 ‘출산 후 양육 부담’을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고, 출산 후에는 3명 중 1명이 양육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다. 생후 24개월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직접 방문, 아동 상태를 확인하고 고립가정에는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부모의 심리적 안정과 아동학대 예방, 건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신청 기반의 가정방문서비스가 운영된다. 서울시의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이 대표적이며,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2023년부터 전국 70개 지역에 ‘생애초기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개별 신청주의 한계로 접근성이 낮다.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 이용률은 2019년 38%에서 팬데믹 이후 급감해 2022년 기준 약 18%에 그쳤다. 지역 간 격차도 크다.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 참여 지역은 전체 시군구의 27.9%에 불과하며, 임산부 심리 점검 중 아동학대·폭력 징후 발견 후 실제 전문 서비스로 연계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시군구도 20곳에 달했다.

◇ 신청 기반으론 한계…“보편·의무화 필요”

전문가들은 보편적 가정방문서비스 도입과 법제화를 강조한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생 대응 국제심포지엄’에서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위기 임산부·청소년 부모·비혼모 등은 행정체계로는 발굴이 어렵다”며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저출생 대응 국제심포지엄 –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성 모색’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생후 3~4개월 이내 보편 방문이 의무화돼야 한다”며 “특히 공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주거지가 불안정한 가정일수록 아동학대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 방문이 이런 사각지대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가정방문서비스를 ‘e-아동행복지원사업’과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이 사업은 영유아 건강검진·사회보장정보 기반으로 위기가정을 선별, 지역 공무원이 직접 방문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사업처럼 1~2회 전문가 방문을 보편화하면 모든 아동이 최소한 한두 차례는 양육 환경 점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적 기반 강화도 필요하다. 전민경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임산부·영유아·미숙아 가정에 보편적 방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아동복지법 차원에서도 학대 예방 관점에서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일본은 이미 제도화…학대 예방 효과 입증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적 가정방문서비스가 제도화돼 아동학대 예방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미국의 ‘간호사-가족 파트너십(NFP)’ 프로그램은 첫 자녀 임산부와 간호사를 연계, 아이가 2세가 될 때까지 정기 방문해 건강·발달·학대 여부 등을 점검한다. 또 다른 프로그램인 ‘헬씨 패밀리 아메리카(HFA)’는 모든 임산부 가정을 방문, 부모 교육·산후 우울증 검사 등을 무료 제공한다..

이은주 알버니 뉴욕주립대학교 교수가 10일 ‘저출생 대응 국제심포지엄 – 영유아 가정방문서비스 법제화 필요성 모색’ 토론회에서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이은주 미국 알버니 뉴욕주립대 교수는 “NFP 수혜 가정은 아동학대·방임 비율이 48% 감소했으며, HFA 프로그램도 7년간 추적조사 결과 아동학대 연루율이 약 19% 낮았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1961년부터 신생아 가정방문을 도입했고, 2000년 아동학대방지법 제정 이후 2007년부터는 ‘안녕, 아기’ 사업을 통해 생후 4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아기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났는지, 산모의 산후우울증 여부, 가정의 위생·경제 상태 등 환경 전반도 점검한다. 산후우울증과 아동학대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모든 출생 가정에 학대 예방 교육 제공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보편적 서비스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과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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