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움
“부모가 수용됐습니다”…남겨진 아이를 맡을 곳이 없다

형집행법 개정 6개월 지났지만 시행체계는 아직부처 간 연계·예산·전담 인력 마련해야 부모가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된 뒤 홀로 남겨진 아이는 누가 찾아낼까. 발견된 아이는 어느 기관이 돌봄과 생계, 상담을 맡을까. 지난해 말 ‘수용자자녀’라는 단어가 처음 법률에 명시됐지만, 법 시행을 6개월가량 앞둔 현재까지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지 않다.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실행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단법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용자자녀 인권보호를 위한 법 개정 이행과 정책 실행 방안 간담회’를 열었다. 한정애·박지원·서영교·백선희·한지아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현장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수용자자녀를 ‘부모 또는 자신을 양육하는 친족이 수용자인 아동’으로 정의했다. 신입 수용자의 자녀 양육환경 조사와 권리 안내, 보호조치 의뢰, 접견 및 관계 회복 지원, 정기적인 실태조사도 법에 담겼다. 수용할 교정시설을 정할 때 자녀의 주거지를 고려하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개정법은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된다. 법무부의 202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수용자의 17.4%가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 그 자녀는 1만4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상당수는 부모가 수용되기 전까지 함께 살았지만, 수용 이후에는 직접 만나는 비율이 크게 줄었고 일부는 연락마저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법에 적힌 지원을 실제로 작동시킬 전달체계다. 개정법은 교정시설장이 신입 수용자의 자녀 양육환경을 조사하도록 했지만, 그 결과를 자녀가 사는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려면 수용자의 동의를

‘수용자 자녀’라는 꼬리표를 극복하기까지

“사랑받은 기억조차 없었다”…낙인 내면화한 수용자 자녀의 고백 아시아 첫 국제컨퍼런스서 정체성 회복·권리 보장 필요성 제기 “나는 수용자 자녀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의 정체성을 정할 수는 없습니다.” 1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국제수용자자녀컨퍼런스(이하 INCCIP)에서 발표자로 나선 안모 씨는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수감 이후 ‘수용자 자녀’라는 꼬리표는 그에게 오랜 시간 숨기고 싶은 과거였다. “이제는 같은 아픔을 지닌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꺼냈다. ◇ “가면 쓰고 연기하며 살았어요” 안 씨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어머니가 수감됐다. 알코올 의존이 심했던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는 무리하게 일을 하다 범죄를 저질렀고, 어린 안 씨는 갑작스레 보육원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그를 괴롭힌 건 정체성이었다. “‘수감자 자녀’라는 사실을 들키면 따돌림당할 거란 두려움에 일부러 엄마가 있는 척, 같이 밥을 먹고 왔다는 식의 거짓말도 했어요. 저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며 살아가는 아이’였어요.”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어요. 내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해볼 기회조차 없었는데, 처음 마주한 정체성이 ‘수용자 자녀’였어요. 그리고 그건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죠.” 안 씨는 “‘수감자 자녀’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분명 부정적인 낙인”이라며, “문제는 사회뿐 아니라 당사자 스스로도 그 시선을 내면화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치심과 무가치함이 반복되면 결국 ‘나는 결함 있는 존재’라고 믿게 됩니다.” ◇ 물질적 지원보다 중요한 건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 전환점은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수용자 자녀 권리 보장 위한 국제 학술대회, 아시아 최초 서울 개최

7월 1~3일 ‘2025 INCCIP 컨퍼런스’…전 세계 전문가·당사자 참여 수용자 자녀의 권리 보장을 위한 국제 논의의 장이 서울에서 열린다. 오는 7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제4회 수용자 자녀 국제학술대회(2025 INCCIP Conference)’가 그 무대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 대회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수용자 자녀의 현실을 조명하고, 권리 회복을 위한 국제 연대와 실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 주관을 맡았으며, 세계 13여 개국의 전문가와 당사자들이 참여해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한 공론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우리들의 목소리: 수용자 자녀의 회복탄력성(Voices of Strength: Resilience of Children with Incarcerated Parents)’이다. 첫날인 1일에는 수용자 자녀 당사자인 청년의 발표와 함께, 미키코 오타니 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다. 2일에는 국회포럼이 열린다. 한정애 의원실과 국회입법조사처가 공동 주최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의 축사와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세움 연구소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된다. 3일에는 참가자 전원이 함께하는 클로징 세션이 열린다. 전통 타악그룹 ‘진명’의 유병욱 연주가가 북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후, 4일에는 소망교도소와 여주교도소를 방문하는 현장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당 일정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참여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법무부 교정본부, 브라이언임팩트, 고려아연 등이 후원하며, 사전 등록은 6월 30일까지 받는다. 현장 등록도 가능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법무부 청사
감옥에 간 부모, 남겨진 아이는?…“공적 지원 체계 마련해야” [사각지대 해법찾기]

<4> 수용자 자녀 지원 체계 점검 법무부 중심 ‘컨트롤타워’ 고려해야 “부모님이 수감되었을 때 어디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어요. 주변에도 아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지원 기관을 알게 됐어요.” 한 수용자 자녀의 고백이다. 부모가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되면, 남겨진 미성년 자녀들은 보호체계조차 연결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현실에 놓인다. ◇ 법 사각지대 속 ‘보이지 않는 아이들’ 법무부 2024년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체 5만8981명의 수용자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는 8267명(7.1%)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응답을 거부하는 인원이 약 1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연구소는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간 ‘수용자 자녀 지원 체계의 한계와 개선방안’에 대한 초점집단인터뷰(이하 FGI)를 진행했다. 연구는 이지선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배영미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가 주도했으며,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전문가 집단 FGI는 수용자 자녀 지원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 3명과 지역사회 아동보호체계 내에서 수용자 자녀를 지원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 5명이 참여했다. 당사자 및 양육자 집단 FGI에는 아동·청소년 시기에 부모의 수감으로 인해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20대 초반의 10명과 아동인 수용자 자녀를 보호 중인 양육자 3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수용자 자녀들은 보호체계로 연계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참여자들은 법무부가 수용자 자녀를 보호하는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아동보호체계로의 연계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체포·구속·구인 단계에서 수용자 자녀를 아동보호체계와 연계할

“수용자 자녀 1만3000명… 미취학 아동만 24%” 위기 아동 지원 대책 절실

사각지대 해법찾기 [수용자 자녀]<3>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 제도 간담회 국내 수용자들의 미성년 자녀가 1만3000명에 달하며, 이 중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2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 제도 간담회’에서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수용자 수는 8267명, 이들의 자녀는 1만2791명이었다. 이 중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은 3093명(24.2%), 7~12세는 4889명(38.2%)에 달했다. ◇ 부모가 양육하지 않는 18%…‘지원 사각지대’ 수용자 중 72.3%는 입소 전 자녀와 함께 생활했지만, 입소 후에는 66.5%(5497명)가 자녀와 직접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심각한 단절 상황을 드러냈다. 또한 수용자 중 82.3%는 자녀를 부 또는 모가 양육하고 있지만, 약 18%는 제대로 된 양육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5.4%는 조부모, 배우자의 형제자매, 위탁시설 등에서 보호받고 있었으며, 나머지 2.3%는 지인이 돌보거나 혼자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양육자가 아예 파악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강정은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2.3%는 국가의 아동 보호체계에서 소외된 사례”라며 “이 비율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민간 기부 100% 의존한 지원… 안정적 재원 필요해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세움 연구소장)는 2015~2022년까지 세움이 수용자 자녀를 지원한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환산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세움 지원 사업의 사회적 가치는 ▲아동청소년 심리 정서 문제 발생 억제 1억9243만 원 ▲수용자

올해는 ‘수용자 자녀’ 지원 골든타임, 단발성 한계 넘으려면

사각지대 해법찾기 [수용자 자녀]<2> 한국 정부의 수용자 자녀 지원책 “아빠가 안쪽에서 문을 잠그고 안 열어줬어!” 2017년 어느 날, 교도소에서 1년 반 만에 아빠를 만난 대용(가명·6세)군이 엄마에게 펑펑 울며 말했다. 대용군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철창이 있는 반투명 플라스틱 창 건너편에 앉은 아빠였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비영리단체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아이들이 실제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에서 부모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같은 해 법무부에 아동을 위한 접견실을 제안했다. 세움의 요청에 교정 본부는 ‘공간’을, 아산나눔재단 등 기부자들은 ‘후원’으로 응답했다. 민간과 정부가 협력한 모델이었다. 2017년 여주교도소 ‘아동친화적 가족접견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청주여자교도소에도 실제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의 접견실도 구축했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아이들이 읽을 동화책과 장난감 등을 구비했다. 이후 세움은 법무부에 아동친화적 가족접견실 설치 설명서를 만들어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에 설치를 확대해 현재는 전국 54개 교정기관 중 49곳에 구축돼 있다. 이렇듯 국내에서 수용자 자녀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데에는 민간의 역할이 컸다. 세움은 평일 접견이 어려운 수용자 자녀를 위한 ‘토요일 아동접견의 날’도 교정 본부에 제안했다. 학업 등으로 평일 접견이 어려운 수용자 자녀와 주 보호자가 토요일에 30분 이내로 접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2021년부터 토요일 접견이 허용됐다. 2022년에는 서울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4개 지방교정청에서 ‘위기 수용자 자녀 지원팀’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법무부는 수용자 자녀 학자금

아빠가 감옥에 갇혔다…위기의 자녀들

사각지대 해법찾기 [수용자 자녀]<1> 수용자 자녀가 겪는 현실 수원 영아 사망사건, 청년 무연고 사망… 사회문제가 곪아 터진 후 이슈가 돼야 새로운 대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여전합니다. 2024년 복지 예산 122조 3779억원. 매년 복지 예산은 늘어나지만, 정책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더나은미래’는 아동·청소년·청년·노인·장애인 등 사회복지 현장의 사각지대는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민간 차원의 해법과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사각지대 해법 찾기] 기사를 연재합니다. 첫번째 ‘경계선 지능인’에 이어 두번째 대상은 ‘수용자 자녀’입니다. /편집자 주 “아빠 없이도 엄마 말 잘 들으며 살아야 한다.” 지현(가명)은 중학교 때 아버지의 이 한마디를 끝으로 약 4년 동안 아버지를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아버지가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해 수감된 것이다. 지현 아버지는 택시 기사였는데, 술에 취한 여성이 아버지를 고소했다는 얘기를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기 전 사업을 하다 난 부도 때문에 채권자들이 아버지를 고소했다. 지현 아버지는 3년 8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지현은 아버지의 부재로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아버지가 모든 경제 활동을 담당했기 때문에 지현네 집 수입은 0원이었다. 지현은 당장 살던 집에서 이사해야 했다. 학교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 10평도 안 되는 집에선 엄마와 지현, 지현 언니와 오빠, 동생까지 5명이 함께 지내야 했다. 어머니가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고, 형도 아르바이트해 생활비를 보탰지만, 5인 가족에겐 턱없이 부족했다. 식사는 주로 교회에서 주는 반찬으로 해결해야 했으며, 옷은 어머니 지인들로부터

[더나미 책꽂이]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이들 파는 나라’ 외

땜장이 의사의 국경 없는 도전 지난해 조기 퇴직하고 국제 의료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뛰고 있는 김용민 前 충북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가 의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의대생 시절 한센병 환자촌인 소록도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며 의사로서의 소명에 눈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앞둔 예비 의사들과 선서를 잊어가는 동료 의사들에게 저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자’고 말한다. 오르골, 1만5000원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하루아침에 범죄자의 어머니, 형제가 된 ‘가해자 가족’들. 이들을 지원하는 일본 비영리단체 ‘월드오픈하트‘의 아베 교코 이사장이 그동안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죄책감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고, 이웃들의 수군거림에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저자는 ‘가장 연약하고 고독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수감자가족 지원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세움’의 이경림 상임이사가 우리말로 옮겼다. 이너북스, 1만5000원      아이들 파는 나라 ‘한국은 어떻게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책. 아동인권 전문기자, 국제인권단체 사무처장, 생후 6개월에 미국으로 국제입양된 작가 등 세 사람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어떤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지, 국제입양은 어떻게 ‘산업’이 됐는지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부제는 ‘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전홍기혜 외 지음, 오월의봄, 1만2800원        인종 토크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자 ‘여성’으로써 끊임없이 차별의 대상이었던 저자가 인종 문제를 다루는 올바른 방법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마이크로어그레션, 교차성, 문화 도용 등 인종 문제를 논할 때 등장하는 개념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면 피부색과

[2018 新 복지 사각지대] “부모의 죗값과 사회의 편견까지 짊어져야” ② 수용자 자녀편 

아버지의 사업 부도와 파산, 그리고 수감…희성(가명·14)이네 가족에게 하루아침에 위기가 닥쳤다. 한때 해외 유학 생활까지 할 정도로 부유했던 4남매는 채권자를 피해 경기도 모처의 단칸방 오피스텔로 쫓겨났다. 아버지가 경제사범으로 5년 형을 선고받으면서, 어머니 홀로 아르바이트로 희성이와 초등학생 하나, 미취학 아동 둘인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살길이 막막했지만 다섯 가족이 기댈 곳은 없었다. 돈을 빌릴 곳도, 신용 대출도 모두 막혀 아픈 동생이 병원에 갔다가 그대로 돌아 나오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의 수입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지원도 희성이네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경제·심리적 고통에 사회적 편견까지…삼중고 시달리는 수용자 자녀들  5만4000명. 지난 2017년 전국 교정 시설에 수감된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 수다(국가인권위원회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수용자 가정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1.9%. 국내 가구 평균(2.3%)에 비해 5.5배 더 많다. 수용자 자녀와 가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세움의 이경림 상임이사는 “부모 수용 전부터 빈곤했던 가정도 있지만, 부모가 사업으로 생긴 채무를 갚지 못하거나 회사 공금을 횡령하는 등 ‘경제사범’으로 당장 오갈 데 없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수감 부모가 아버지인 경우, 집안의 생계를 책임졌던 가장이 사라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 인권위가 국내 교정 시설 수용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수감 부모의 절대다수(90.4%)가 남성이었고, 세움이 2015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지원한 수용자 자녀 96명 중에서도 82.3%(79명)가 아버지가 수용된 경우였다. 부모의 수용이 자녀에게 미치는 정서적 영향도 문제다. 수용자 자녀의 경우, 부모의 이혼율이 일반 가정에 비해 5배가 높다. 이

노인·미혼모·출소자·발달장애… 4大 ‘나눔 사각지대’

2018년 정부가 책정한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146조2000억원이다. 기업이 사회공헌에 쓴 자금은 2조4093억원, 개인 기부금은 1조2592억원에 달했다(2016년 기준, 한국가이드스타).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나눔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신년 기획으로 공익 섹터 전문가 5인에게 우리 사회 속 나눔 사각지대를 물었다. 전문가 5인은 ‘노인(안전·정신건강)’ ‘미혼모’ ‘소년원 출소 청소년, 수용자 자녀’ ‘발달장애(문화예술)’ 총 네 영역을 사각지대로 지목했다. 조상미 이화여대 사회적경제 협동과정 교수는 “기업 사회 공헌이나 자원봉사 분야도 아동, 청소년 등에게 집중되어 있고, 미혼모나 정신 질환자, 장애인이나 수용자의 자녀 등 사회적 편견이 많은 대상에게는 나눔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편견에 또 한 번 상처 입는 ‘사회적 소수자’   “성폭행 피해자, 성매매 업소 여성, 가정 폭력 피해 여성, 장애인 미혼모… 우리 시설에서 생활하는 미혼모들입니다. 바깥에 이야기하기도, 펀딩을 열기도 조심스럽죠. 가끔 후원자가 나타나도 당장 (후원) 효과가 나타나는 청소년 미혼모를 선호하지, 이런 사례까지 지원하기는 주저합니다. 편견이라는 장애물도 있으니 어려움은 배가됩니다.”(이숙영 마포 애란원 원장)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포 애란원’. 이곳은 출산한 미혼모가 처음 지내며 자립을 준비하는 1차 미혼모 시설이다. 특히 미혼모 중에서도 우울증, 대인 기피증, 공황 장애 등 정신 질환이 있거나 장애 등이 있어 몸이 불편한 이들이 생활한다. 운영 관리비의 90% 이상을 정부 보조금에서 충당하고 있지만 건물 임대료, 관리비, 치료비, 식비,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늘 적자다. 이숙영 원장은 “이곳 미혼모 대부분이 신체 및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어 치료비가 만만치

“이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新사각지대 교도소 수감자 자녀

“이들도 누군가의 아들, 딸입니다” 新사각지대···교도소 수감자 자녀   “늘 가슴이 조마조마 합니다. 애들 아빠를 찾을 때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막내는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조금 더 크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최근 김성혜(가명·48)씨는 학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담임선생님은 둘째 아들의 무단 결석과 절도 소식을 전하며, 학교 방문을 요청했다. 가정형편상 잠시라도 일을 쉴 수 없는 그녀는 ‘죄송하다’는 말로 방문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김씨는 아들의 비행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고 있었다. 남편이 세 자녀를 두고 교도소에 갔을 때부터였다. 계속된 아들의 방황, 사회적 편견에 그녀의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6만명. 매년 교도소에 수감되는 수용자(재소자)의 자녀 숫자다(민간의 추정치로 현재까지 정부 정식 통계는 없음). 이들은 부모의 수감 이후 정서적 문제를 겪으며 살아간다. 부모가 범죄자란 이유로 떳떳하게 살아갈 권리를 잃고, 가해자로 취급받고 있는 것. 실제로 수감자 자녀의 40% 이상이 말이 없어지거나 우울증(26%)을 겪는 등 심리·정서적으로 부적응 행동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도 더해진다. 수용자 가정의 16.5%가 기초생활수급자다. 2012년 우리나라의 전체 기초생활보장 수급률이 2.7%인 것과 비교할 때 8배나 높다. ◇ 말뿐인 정책 발표···수감자 자녀 지원 시급해 지난 2011년 10월, 정부는 수용자 가족을 지원하는 특별 예산을 꾸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이들을 위한 제대로된 제도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02년 미국 정부가 수형자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 지원 비용으로 500만 달러를 지원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최초로 수감자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