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홍보대행사 재직 시절, 주변 동료들은 늘 점심을 컵라면으로 때우며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과 다투며 일했다. 특히 어느 기업 오너의 부정기사라도 나는 날이면 컵라면도 반납하고 연신 키보드를 두들겨야 했다. ‘아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출퇴근 때마다 다짐했고 결심했다. 이렇게 살지 않기로. 사장님이 아닌 세상을 위해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선한 마음으로, 그리고 매출 목표가 아닌 조금 더 숨통이 트이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다소 불순한 의도로 비영리 단체에 문을 두드렸다. 사실 비영리에 엄청난 사전 지식이 있는 상태로 입사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세상과 다르게 돌아가는 이곳 시스템에 많은 문화충격을 받기도 했다. 돈 얘기에서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늘 재정 걱정에 시달렸고, 대의를 내세우며 당장의 물질적 이득을 내칠 때는 우둔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이곳은 무려 100년도 더 전에 기독 여성들이 의기투합하며 만들어졌다. ‘여성’과 ‘기독교’라는 특수성이 공존한다. 이 때문인지 가끔 이유 없는 질타와 욕을 먹기도 하는데, ‘제로웨이스트’나 ‘기후위기대응’ 캠페인을 할 때면 이유 없이 관심과 지지를 받기도 하기에 너무 섭섭해하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우리가 눈떠서 생활하며 아무 의식 없이 지나쳐 온 모든 시스템, 법적 규제, 사회적 합의 등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특히 한국은 전쟁과 분단을 경험하며 많은 선배들이 사회적 아젠다를 던지고 싸워 결과를 이뤄왔다. 그렇다 보니 50여 년 넘게 우리 단체를 지켜봐 온 선배들과 2023년을 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