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 전성시대… 비영리단체도 소외되는 일 없어야죠”

리듬오브호프는 지난 2014년 설립된 미디어봉사단체다. 미디어 분야 기술을 갖춘 대학생들이 모여 도움이 필요한 사례자를 알리는 영상이나 카드뉴스 등 모금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게, 지금은 80명의 봉사단이 훨동하는 단체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활동 방식은 단순하다. 기관이 리듬오브호프에 영상 제작을 의뢰하면 단원들이 사례를 검토하고 글·후원 영상·포스터 등을 제작해 모금 플랫폼에 게시한다. 활동 구조는 단순하지만 이들이 베푼 도움은 작지 않다. 이들이 만든 미디어콘텐츠를 통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용인 세브란스 병원 등과 협력해 지금까지 약 280여 가정에 총 20여억원의 후원이 진행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리듬오브호프는 정식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0일 만난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는 “정식 법인 등록을 마친 후 전국 대학에 지부를 설립해 보다 폭넓은 미디어 봉사활동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을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예산 때문입니다. 저희는 봉사단체로 지금껏 기업 후원이나 공모전 참가 상금으로 활동비를 충당해 왔는데, 활동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필요해졌어요. 또, 기업이나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는 관행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개인 후원자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정식 민간단체가 아니라 단순 모임이다 보니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어 후원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9월 초쯤 단체 설립 관련한 서류 정리를 마치면, 후원자도 확대하고 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의 지원도 더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대학생 봉사단체에서 정식 비영리법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인데, 그간 대학생 모임이라는 점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학생 봉사활동 단체라는 점은 참여자들의

코로나19로 여성 경력단절 문제 ‘심각’

지난해 시어머니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40대 A씨는 올해 초부터 다시 직장을 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A씨는 경력을 이어가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업계 전반적인 예산이 줄어들면서 경력에 맞는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업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국비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찾아가봤지만, A씨와 맞는 자리는 없었다. 그는 “대부분 교육이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 등이어서 사회복지사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이 없었다”면서 “시간은 가는데 취업 자리는커녕 제대로 된 교육도 받기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자리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긴 데 교육도 ‘올스톱’ 코로나19 확산으로 A씨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가 흔들리면서 고용 시장이 위축된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시되는 상황에 사람을 모아 진행하는 교육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코로나19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지원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은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프로그램이 ‘올스톱’ 상태”라며 “매월 진행하던 교육 프로그램도 중지된 상태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무기한 연기 상태”라며 “온라인 수업도 검토 중이지만 친밀한 멘토링이나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 특성 때문에 이 방식이 효과적일지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도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계자도 “온라인 교육이나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도 계획하곤 있지만, 40대 이상인 경우 온라인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설 곳을 잃은 이주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8월 중순 다시 급증하면서 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지만, 재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는 그 피해를 정통으로 맞는다. 코로나19가 이주민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최근 실시된 이주민 대상 설문에 따르면, 이주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 이후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전염병 유행은 건강을 넘어 생계의 문제로 다가왔다. 이주민에게 더욱 가혹한 코로나 지난 6월 이주민 인권단체 ‘이주민과함께’는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 33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66.7%는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장보기·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의 불편’(38.1%), ‘의료기관 이용의 어려움과 두려움’(28.8%), ‘차별적인 제도와 정책’(25.8%), ‘개학 연기, 어린이집 휴원으로 인한 자녀 돌봄’(25.5%) 순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부족’(16.5%)과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16.2%)를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소득이 적은 이주민들은 코로나로 생계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한국인이라면 사회복지 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될 만한 사람이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구제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했다. 경제적 피해의 원인으로는 ‘일이 줄거나 없어졌다’는 응답이 6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일용직에 종사하는 이주민이 많은 탓이다. 그나마 직장을 갖고 있던 이주민의 20.7%는 ‘직장이 휴업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했다’고 답했다. 고용 환경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치명타로 작용한 셈이다. 이주민과함께는 설문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백수’는 사회문제라고요? 그렇게 보는 시선이 문제입니다”

직장에 다니지도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상태도 아닌 청년을 ‘니트(NEET)’족 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청년실업률 증가와 함께 사회에 참여할 의지까지 잃어버린 상태가 되기 쉽다. 니트족은 ‘히키코모리(집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사람)’ 증가가 커다란 사회 문제로 드러난 일본에 많다고 알려졌지만, 통계를 보면 국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지난 2019년 OECD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청년 니트족 비율은 18.4%로 9.4%를 기록한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기존 시민사회에서도 하자센터 등을 중심으로 니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 왔지만, 새로이 뛰어드는 시민단체는 많지 않았다. 취업을 원하는 구직 상태의 청년과 달리 니트 청년은 사회 활동 자체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지원하는 활동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입증해 추가 지원을 받아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비영리단체로선 니트 문제 해결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활동 분야는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호기롭게 니트 문제 해결에 뛰어든 신생 단체가 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다. 지난달 11일 용산구 서계동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에서 박은미(37) 니트생활자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루에 푸시업 30번이 ‘업무’…청년이 모인 가짜 회사 니트컴퍼니는 말 그대로 니트들이 다니는 회사다. 정식으로 직원을 고용해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박 대표는 “니트컴퍼니가 입사자들에게 주는 건 소속감”이라고 설명했다. 입사자들은 100일간 가짜 회사의 직원이 돼서 평일 9시~6시 사이에 출퇴근 인증을 하고, 스스로 입사지원서에 하기로 써낸 일을 진행한다. “니트

“휠체어 탑승 아동, 이동성 좋아지면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사회공헌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에는 ‘세상파일’이라는 팀이 있다. 세상파일 팀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일을 한다. 지난 2019년, 세상파일 팀은 휠체어 사용 아동을 위해 맞춤형 수동 휠체어와 전동키트 제공을 중심으로 한 이동성 향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차혜인 세상파일팀 매니저는 “장애가 있는 아동이 자신의 몸에 안 맞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2차 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며 “스스로 이동하는 게 어려운 아동들이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부모들의 부담이 높고, 장애 당사자의 우울감도 심하다는 말을 듣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사옥에서 만난 차혜인 매니저는 “아동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아동들이 스스로 세상에 나아가도록 돕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장애 아동들이 휠체어 사용 중 겪는 어려움을 없애고, 좀 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빌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6~13세 아동 몸에 맞는 맞춤형 수동 휠체어와 이를 원할 때 전동 방식으로 바꿔주는 키트를 제공합니다. 또, 신체나 정서 발달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몸에 안 맞는 휠체어를 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잘못된 보조기기 사용으로 나타나거나 심화하는 신체·정신적 문제를 ‘2차 장애’라고 합니다. 자신의 몸에 안맞는 휠체어를 쓰면 이런 2차 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신체적 불편감도 큰 문제였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문제시한 건 오히려 정신적 문제였어요.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사회성 발달이

‘따로 또 같이’ 주거 공간이 청년의 삶 바꾼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주거 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사람마다 다양한 삶의 형태나 취향에 맞는 주거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코리빙(co-living)’이다. 한 마디로 ‘따로, 함께’ 사는 집을 말한다. 전통적인 공유 주거 모델인 하숙이나 최근 몇 년 새 주목을 받은 셰어하우스보다 개인 공간을 보장하되 취미 활동이나 편의 시설 공간만 공유한다.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맹그로브’가 대표적이다. 임팩트 디벨로퍼를 표방하는 MGRV가 처음 내놓은 코리빙 하우스로, 현재 24가구가 입주해 있다. 지난 19일 맹그로브 숭인점에서 만난 MGRV의 하진수 CXO는 “독립성에 기반한 커뮤니티로 청년들의 좋은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들은 “편히 쉴 수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고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독립된 생활과 풍부한 공유 공간…‘사회초년생의 좋은 주거’ 실험 맹그로브는 6층 건물로, 지하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공유 공간과 주거 공간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 CXO는 “모든 주거 공간은 1인 1실로 독립적으로 살되, 공유 공간에서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지하 1층과 1층엔 각각 주방, 세탁공간과 코워킹 카페가 있고, 2층부터 5층까지 개인용 거주 공간이, 일부 층에는 요가와 피트니스 공간이 마련돼 있다. “셰어하우스에서는 주거공간을 쪼개 쓰는 방식이라 사생활 보호가 어렵고, 생활 방식이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충돌할 수도 있죠.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청년 문화와 맞지

확산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친환경 운동의 새로운 구심점 될까

지난 6월, 서울 천호동에 강동구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송포어스’가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포장재 사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가게를 말한다. 송포어스 관계자는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그런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없어 직접 매장을 냈다”며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사기 위해 멀리 나가던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생기니 아주 좋다’며 자주 찾는다”고 했다. 문을 연 지 3개월이 안 되는 신생 가게지만,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샵은 동네 환경 운동 거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로웨이스트샵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더피커’가 2016년에 문을 연 이후 송포어스(강동구)·알맹상점(마포구)·지구샵(동작구)·디어얼스(서대문구) 등이 대표적이다. 제로웨이스트 제품만 판매하는 가게도 있지만, 커피나 디저트를 판매하면서 제로웨이스트 방식을 지켜나가는 곳도 있다. 서울 연희동에 있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대표적이다. 보틀팩토리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등 쓰레기 배출량 제로를 원칙으로 하는 카페다. ‘모레상점’ 등 온라인 상점도 있지만, 오프라인 상점이 늘어난다는 점은 제로웨이스트샵만의 특징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의 주요 이용자들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인데, 택배를 이용하면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고 포장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지역 환경운동의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알맹상점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재사용 가방이나 용기 등을 기부받아 담아갈 곳이 없는 다른 손님들이 사용하도록 한다. 가까이에 있는 망원시장을 활용해 ‘무포장 장보기’ 등 제로웨이스트

작은 손재주로 만든 큰 변화…장애인 삶 살피는 세심한 관심이 비결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예비 사회적기업 ‘청각장애인 생애지원센터(이하 ‘청생원’)’가 작은 기술로 청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청생원은 지난 2018년부터 청력 향상을 위한 수술인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앞둔 청각장애인에게 보조기기를 감싸는 뜨개커버와 고정핀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청각장애인의 마지막 희망으로 불리는 수술이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청각장애를 가진 난청인들의 달팽이관에 인공 달팽이관을 심는 수술이다. 뜨개커버와 고정핀을 제공하는 것은 사소한 데서 나온 아이디어였지만, 청각장애인들의 호응은 뜨겁다. 지난 1일 화상으로 만난 조성연 청생원 대표는 “세심한 관심에서 만들어진다면 작은 기술로도 누군가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비용 비싸고 까다로운 인공와우 수술…작은 기술로 청각장애인 돕고파 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청력이 아주 낮은 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수술이면서도 수술비가 4000만원 이상의 고가라는 점, 평생에 한 번 밖에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청각장애인에게 ‘애증의 수술’로 불려 왔다. 인공와우는 내부에서 청신경을 자극하는 수용 자극기와 외부에서 소리를 받아들이는 마이크와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안테나가 있는 헤드피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체 내·외부가 연결된 장치다 보니 관리도 까다로워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외부 헤드피스가 충격이나 습기로 고장이 나는 경우도 많고, 일반 회사에서 판매하는 단일 모양의 인공와우 커버가 두상에 맞지 않아 불편하다는 사람도 많았어요. 또, 헤드피스가 인체에 삽입된 인공 달팽이관과 붙어 있는데 이 두 개를 잇는 자석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떨어지지 않도록 머리카락에 붙이는 분실방지용 고정핀과 각자 두상에 맞추어 쓸 수 있는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합니다”…제로 웨이스터 라이프 3일 체험

 ‘제로 웨이스터’(zero waster)로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다. 제로 웨이스터의 사전적 정의는 폐기물 혹은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말처럼 쉽지 않다. 생산·소비 전반에 걸쳐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행동하기 전에 생각해야 한다. 주변에서 ‘별나다’ ‘구질구질하다’ ‘유난 떤다’ 등의 곱지 않은 시선 또한 견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지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최근 몇 년 새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큰 주목을 받았다. 제로 웨이스트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재활용폐기물 대란 등 사회 이슈와 맞물리며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기자는 지속 가능한 미래 만들기에 동참하기 위해 직접 ‘제로 웨이스터’에 도전했다. 본격적인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시작하기에 앞서 스스로 기준들을 정했다.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하기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잔반 남기지 않고 남을 시엔 다회용기에 담아오기 ▲그린피스 캠페인 ‘채소 한 끼, 최소 한 끼’ 실천하기 ▲사전에 쇼핑 리스트 작성하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낭비 방지하기 등이다. 체험은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폭우 속 비건식당 찾아 헤매다 친구와 의절 위기 체험 첫째 날. 평소라면 버스나 택시로 금방 이동했을 3km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자동차 배기가스는 대기오염의 주요 오염원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승용차 4.5대에서 1년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30년생 소나무가 가로·세로 100m 규모로 빽빽하게 채워진 숲이 필요하다. 기자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선택했다. 소나무 한 그루를 생각하며 페달을 밟았다. 한낮의 더위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기상청은 발표한 이날 한낮 기온은 34도였다. 자동차

나무를 화분에 담다…‘이동식 나무’ 아이디어로 도심에 숲을 만든다

도심에 공원을 조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건물이 구획에 따라 들어서 있고, 도로도 정비된 상태라 나무를 심을 공간이 없다. 가로수라도 몇 그루 심으려면 도로를 파내야 한다. 사회적기업 헤니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이동식 나무’를 만들어 보급한다. 대형 화분에 나무를 심어놓은 형태라 설치가 간단하고 여기저기 옮길 수도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서 볼 수 있다. 김대환 헤니 이사는 “도심에 녹지를 만들려면 토지를 확보하고 나무를 심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동식 나무를 활용하면 간단하게 ‘설치’만 하면 된다”고 했다. 화분에 담긴 나무, 도시 숲 조성도 쉽게 “우리나라에서 조경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88올림픽입니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조경 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죠. 다양한 수목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조경수를 거래하는 중간 상인의 정보 독점으로 불공정한 거래가 만연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사이트를 구축해 농장주와 구매자에게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김대환 이사는 조경수 거래 플랫폼 ‘트리디비’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트리디비는 2001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온라인 나무 직거래 사이트로 조경수 생산, 관리, 유통에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목받았다. 최근 이동식 나무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회적기업 헤니는 트리디비의 성공을 기반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헤니는 현재 SK임업과 손을 잡고 ‘이동식 나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8년 SK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도시 숲을 만들기 위한 파트너를 찾았고, 헤니와 의기투합해 ‘모바일플랜터’라는 이름의 ‘이동식 나무’를 개발하게 됐다. 현재 모바일플랜터의 생산과 판매는 헤니가 도맡아

“장애인 근로자는 생산성 낮다고?…중증장애인 직원들이 매출 14배 끌어올렸습니다”

“산업계에는 중증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이 아직 만연합니다. 장애인 직원의 생산성이 낮다거나 기업 성장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저는 이러한 편견들을 깨부숴 나가면서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중증장애인 직원도 회사를 급성장시킬 역량이 있다는 걸요.” 노영주(34) 해오름장애인협회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6년간 중증장애인 고용비율 90%를 유지해왔다. 현재 직원 수는 45명.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이 36명, 경증장애인과 취약계층 9명이다. 지난달 24일 만난 노영주 대표는 “장애인이 만드는 제품이라는 편견도 있지만, 그런 사회적 시선을 견디며 운영해온 결과, 회사는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자랑했다. 매년 2배 성장기업의 비법은 ‘디테일’ 해오름장애인협회의 매출 그래프는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7년 3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2018년 14억원, 2019년 23억원으로 매우 증가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에도 이미 4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은 CCTV와 구내방송시스템 보급이다.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을 해마다 성장하는 기업으로 키워내기까지 노영주 대표는 많은 고비를 넘어서야 했다. 그가 맞닥뜨린 가장 큰 고비는 제조업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근로자의 안전 문제였다.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기계를 만질 때 필요한 안전 장비에 대한 투자는 절대 아끼지 않아요. 이를테면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면 작업 동선을 최대한 안전하게 설계한 후, 안전바 등 장비들을 설치하는 식이죠. 또 숙련된 관리자가 있어야만 기계 작동이 허락돼요.”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겪는 불편에 따라 업무를 분담하는 일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전기배선제품의 경우 드라이버도 사용하고 납땜도 해야

긴급 SOS부터 말벗까지…인공지능으로 노인 돌봄 공백 채운다

첨단 기술과 결합한 비대면 노인 돌봄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범 사업으로 진행해온 ‘ICT 기반 노인 돌봄 사업’이 실제 위기상황에 처한 노인들의 목숨을 구하면서다. 정부는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노인 돌봄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서 대면 돌봄 서비스 공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독거노인의 외침에 AI가 응답했다 “아리아, 살려줘.” 인공지능 스피커를 향해 내뱉은 말 한마디가 목숨을 구했다. 지난 7월28일 오전 7시35분, 경남 의령군 부림면에 사는 A(82)씨는 새벽부터 고열과 답답함을 느끼다 다급하게 소리쳤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AI 스피커가 반응했다. A씨의 “살려줘”라는 음성을 인식한 AI는 부림면센터, 보안업체로 긴급 구조 문자를 발송했다. 보안업체의 신고로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하면서 A씨는 위급한 상황을 넘기고 무사히 치료받을 수 있었다. 경남도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AI 통합돌봄 서비스’를 지난해 11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가구마다 AI 스피커를 보급해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됐다. AI 스피커에는 음성 인식을 통한 긴급구조서비스뿐 아니라 날씨, 생활·건강정보, 복약시간 알림, 음악듣기 등의 기능도 탑재됐다. 현재 창원시, 김해시, 의령군, 고성군 등 지역 1000가구에 시범적으로 보급했다. AI 통합돌봄 서비스는 보급 1년 만에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남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 6건, 낙상·어지럼증으로 119 응급처치가 이뤄진 사례 2건, 자살 방지를 위해 긴급출동으로 연계된 사례 1건 등이 보고됐다. 경남도는 올해 하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