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주희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대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 ‘비대면 교육’은 필수가 됐다. 하지만 발생 초기부터 요구됐던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북구에 있는 대안학교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이하 소보사)에서 만난 김주희 대표는 “그동안 숨겨왔던 문제가 단지 코로나 19로 가시화됐을 뿐”이라며 “단순한 수단의 정비가 아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 콘텐츠가 대폭 늘었는데 수어 통역을 지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자막도 없는 게 대부분이었죠. 중요한 건 단지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자막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애초에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었거든요.” 소보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어로 모든 교육이 이뤄지는 대안학교다. 농아동∙청소년들이 ‘나의 언어’인 수어로 공부하며 농정체성과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철학을 갖고 지난 2006년 공부방으로 출발해 2017년 대안학교로 전환했다. 김주희 대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히 만난 농인 친구들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동아리에서 수어를 배우면서 농인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수어를 쓰는 걸 부끄러워하고, 장애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데 어떤 친구들은 정반대인 거예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계속 고민하다가 ‘정체성’에 집중하게 됐어요. 우리가 청소년기에 해야 하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을 농인 아이들은 하지 못해서 꽤 오래 방황하는 거예요. 내가 겪는 부당한 일의 원인이 나의 장애인지, 준비되지 못한 사회인지 구분하는 힘은 정체성에서 시작된다는 거죠.”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술의 등장으로 농학생들은 수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