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이 농인으로서 존중받는 사회, 교육으로 만들어갑니다”

[인터뷰] 김주희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대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 ‘비대면 교육’은 필수가 됐다. 하지만 발생 초기부터 요구됐던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북구에 있는 대안학교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이하 소보사)에서 만난 김주희 대표는 “그동안 숨겨왔던 문제가 단지 코로나 19로 가시화됐을 뿐”이라며 “단순한 수단의 정비가 아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 콘텐츠가 대폭 늘었는데 수어 통역을 지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자막도 없는 게 대부분이었죠. 중요한 건 단지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자막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애초에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었거든요.” 소보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어로 모든 교육이 이뤄지는 대안학교다. 농아동∙청소년들이 ‘나의 언어’인 수어로 공부하며 농정체성과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철학을 갖고 지난 2006년 공부방으로 출발해 2017년 대안학교로 전환했다. 김주희 대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히 만난 농인 친구들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동아리에서 수어를 배우면서 농인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수어를 쓰는 걸 부끄러워하고, 장애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데 어떤 친구들은 정반대인 거예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계속 고민하다가 ‘정체성’에 집중하게 됐어요. 우리가 청소년기에 해야 하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을 농인 아이들은 하지 못해서 꽤 오래 방황하는 거예요. 내가 겪는 부당한 일의 원인이 나의 장애인지, 준비되지 못한 사회인지 구분하는 힘은 정체성에서 시작된다는 거죠.”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술의 등장으로 농학생들은 수어가

“언어재활 대상자들의 일상과 사회 복귀를 꿈꿉니다”

[인터뷰] 윤슬기 언어발전소 대표 “국내 19세 이상 성인 뇌졸중 환자가 70만명 정도예요. 이 가운데 60%가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있다고 해요. 성인의 언어장애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사회적 손실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적절한 언어치료가 필요해요. 그런데 국내 언어치료는 아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죠. 언어발전소는 성인 언어치료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통적인 대면치료 방식이 아닌 비대면으로 전환해 뇌손상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와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를 원격으로 연결합니다.” 윤슬기 대표가 이끄는 언어발전소는 1대1 원격 언어재활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셜벤처다. 언어발전소가 주목한 문제점은 국내 언어치료기관이 아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국내 언어치료기관의 90% 이상이 아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증가하는 성인 언어치료의 수요를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아동 대상 언어치료기관이 대부분이어서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가 양성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높은 치료비용도 언어치료에 대한 성인 대상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윤 대표는 “누구에게나 뇌졸중이 올 수 있지만 개인의 소득수준, 직업, 나이 등에 따라 재활의 빈도나 강도가 천차만별”이라며 “언어재활사가 상주하는 병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약으로 연속적인 언어치료를 받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다”고 설명했다. 이에 언어발전소는 성인 언어재활 대상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꾸준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 언어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1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치료해 보았더니 효과가 대면치료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검증됐어요. 사실상 대상자 분들에게는 발병 후 골든 타임 기간에 얼마나 자주, 얼마나

“中企 ESG경영은 사실상 리스크” 민관, 맞춤형 지원 나서

“투자 결정 시 ‘환경 지속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 석탄 기업 등 환경 지속가능성이 ‘높은 위험’인 기업 투자에서는 발을 뺄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주요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이다. 이 서한은 전 세계에 ‘ESG 경영 열풍’을 몰고 왔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99곳 중 68곳이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까지 그룹 내 9개 상장사에 ESG 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기후행동보고서를 발간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기후 정보공개, 저탄소 전략 고도화 등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에 ESG 경영은 ‘그림의 떡’이다. 예산과 인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ESG 경영은 버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뿌리산업 옥죄는 친환경 경영 중소기업벤처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ESG 중 환경 분야 대응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온실가스·폐기물 감축 등 환경오염 저감, 환경 법규 준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저탄소 전환을 위한 설비 도입, 공정개선 비용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 근간인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 등 부품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의 경우 제조원가 대비 전력 요금 비중이 이미 업체 평균 12.2% 수준이다.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되면 뿌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벤처공단에 따르면 ESG 경영에 대해 ‘준비됐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한 중소·중견기업은

“배달 음식도 도시락도 다회용기에 담으세요”

[인터뷰] 이준형 잇그린 대표 “폐기물은 Reduce(감축),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로 없애 나가야 합니다. 국제연합(UN)에서는 이를 ‘3R’이라고 하죠. 잇그린은 재사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옛날에 짜장면을 다회용기에 배달했던 문화를 다시 부활시키는 겁니다. 그때는 단순한 문화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있어요.” 이준형 잇그린 대표(39)는 식음료 산업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방법은 ‘쓰레기 줄이기’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잇그린은 다회용기 대여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일회용품 대신 도시락통, 반찬 통, 수저 등 스테인리스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다시 수거해서 세척한다.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감축하는 게 목표다. 아직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롯데액셀러레이터 L-Camp에도 선정되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삼성웰스토리, CJ,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과는 이미 협업을 진행하며 도시락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나가고 있다. 잇그린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6만7306개의 일회용품을 줄였고, 1만6131㎏의 폐기물을 감축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Return’하면 탄소가 줄어요 잇그린의 ‘리턴잇’ 서비스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와 배달 음식을 시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딜리버리’로 나뉘어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주력 사업인 리턴잇 비즈니스는 단체급식 업체나 영화관 등 많은 용기를 요구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웰스토리는 일부 도시락을 잇그린의 스테인리스 용기로 대체해서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업에서는 기업과 협업하는 비즈니스가 아주 중요합니다. 몇백개의 용기를 한꺼번에 대여해주고, 다시 일괄 수거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으니까요. 이 돈으로

세 살 입맛 여든까지…지속가능한 식생활 교육이 필요한 이유

[인터뷰] 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이란 말 그대로 지금 끼니를 해결하고, 당장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보다는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를 생각하며 음식을 소비하는 태도를 말해요. 지금의 먹거리를 다음 세대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환경과 공동체 문제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지역과 나라의 고유한 식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식생활 교육을 통한 점진적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푸드포체인지의 목표입니다.” 대학에서 외식산업경영을 복수 전공한 노민영(42) 푸드포체인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레 ‘푸드스타일리스트’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외식업체 마케팅 일을 했고, 음식전문잡지에 근무하며 음식산업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음식 산업은 노 대표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달 19일 만난 노민영 대표는 “상업적인 음식들은 이윤 추구를 위해 과장되고 자극적인 맛을 내세우면서 환경과 비윤리적 문제를 동반했다”면서 “국내에도 식문화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비영리 사단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했다. “푸드스타일링에서는 건강한 재료보다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예쁜 음식을 주로 다뤘어요. 외식업체에서도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음식을 대량 생산하는 구조를 따랐고요. 매뉴얼 대로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맛도 획일적으로 변하게 돼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생산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재료도 좋은 걸 쓰기 어렵겠죠. 음식의 맛과 품질이 모두 무너지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식생활 교육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게

“중고 옷 입기, MZ세대의 재미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정주연 다시입다 대표 ‘패션 산업’은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다. 정주연 대표가 이끄는 ‘다시입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이다. 중고 옷 입기 문화를 확산하고 의류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해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4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온·오프라인 활동을 확대해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 대표는 “최근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옷 과소비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과거 번역가로 일하며 유럽에서 일어나는 환경과 관련된 사례들을 접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젊은 세대가 의류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운동을 주도하고 있었다. 감명을 받은 정 대표는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섰다. 특히 환경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다시입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다시입다 연구소는 의류교환 행사 ’21%파티’를 개최하고 의류 제로 웨이스트 관련 포스터 관람, 교환한 옷을 리폼하는 업사이클링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이 행사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었어요. 다시입다 인스타그램 팔로어의 90%도 2030세대죠. 처음에는 그냥 안 입는 옷을 처리하러 오는 분이 많았어요. 물론 환경적 가치에 큰 뜻을 두고 오신 분도 꽤 계셨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환경의 가치를 넘어서 의류 교환 자체가 재밌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가자들은 의류교환 행위에 순수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과 교환하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죠. 별생각 없이 참여한 행사였는데,

“네 번 입고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인터뷰] 박소영 코햄체 대표 “사랑을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지만, 단 4번만 입고 버려지죠. 순백의 아름다움을 잃고 땅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해요. 웨딩드레스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썩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립니다. 짧은 수명에 길고 긴 마지막을 겪는 거죠.” 박소영(26) 코햄체 대표는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의 쓸모를 찾았다. 웨딩드레스는 고가인 만큼 소재도 좋다. 이 고급 소재를 업사이클하면 질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2018년에 설립된 코햄체는 수명이 다 된 웨딩드레스로 가방·귀걸이 등 패션잡화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소셜벤처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대한민국친환경대전에서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사무실에서 박소영 대표를 만났다. “웨딩드레스 한 벌로 약 20~30개의 파우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던 MEANING BAG처럼 큰 제품의 경우엔 한 벌로 가방 5개 정도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게다가 화이트 색감인데도 오염에 강해서 더럽혀지지 않아요. 세탁도 쉽죠. 업사이클에 최적의 소재입니다.” 박 대표는 웨딩숍에서 버려지는 웨딩드레스를 10만원 정도에 사온다. 웨딩드레스에서 자잘한 비즈를 떼어내고 레이스를 분해한다. 손으로 세탁하고 제품 생산도 수공예로 진행한다. 웨딩드레스 중에는 똑같은 제품이 없다. 원단도 가지각색이다. 웨딩드레스의 원단과 특징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가령 실크와 비슷한 새틴 원단은 가방을, 레이스는 귀걸이를 만드는 데 쓴다. 원단 두께에 따라 파우치, 클러치백, 스크런치 등 제품도 만들 수 있다. 업사이클 수공예 사업 4년차에 접어들면서 박 대표는 다른 의류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바로 ‘해녀복’이다.

“장애인을 위한 직무라는 건 없습니다”

전체 직원의 91.2%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회사가 있다. 불과 직원 13명으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지난 10년간 장애인 고용과 일자리 개발을 위해 노력하며 올해 8월 기준 직원 250명 규모로 성장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장애인을 위한 직무’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IT 기업 ‘오픈핸즈’ 이야기다. 올해 창립 11주년을 맞은 오픈핸즈는 삼성SDS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다. 주요 사업으로 소프트웨어 테스트, 솔루션 개발, 웹 보안, 서비스 데스크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오픈핸즈는 장애인 고용의 모범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고, 올해는 같은 대회에서 근로자부분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달 24일 오픈핸즈의 성장 스토리를 듣기 위해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에서 이상준, 허민솔, 박형진, 박종성씨 등 직원 네 명과 마주앉았다. IT기업이지만 장애인도, 문과도 괜찮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업무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업무 난이도를 바꿀 순 없잖아요. 대신 업무 환경에 신경 쓰죠. 장애인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IT사업팀에서 근무하는 이상준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픈핸즈에서는 장애인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업무 내용을 조절하지 않는다”면서 “대신 업무 환경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회사에 알리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휠체어 이용에 편리한 높낮이 조절 책상이나 낮은 시력에 필요한 대형 모니터 등 직무 수행을 위한 환경 개선을 편안하게 요구할 수 있다. 사내에는 전기 휠체어 충전소를 비롯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과 핸드레일도 곳곳에 설치돼

“버려진 종이컵이 사진 인화지로 재탄생합니다”

[인터뷰] 오승호 테오아 대표 “종이컵 소각을 막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출발했어요. 버려진 종이컵의 약 95%는 내부 코팅지 탓에 소각됩니다. 그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로 이어지죠. 테오아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려진 종이컵을 사진인화지로 재활용하고 감각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요. 종이컵 예술은 종이컵의 가치를 아는 소비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오승호(32) 테오아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소셜미션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한 각종 국내외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었다. 유기견, 쓰레기, 여성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면서 세상의 변화를 꿈꿨다. 아이디어를 실천하고자 반려견 비문(콧구멍) 인식 기술로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기술개발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후 사진인화서비스 스타트업을 설립한 오 대표는 무심히 버려지던 종이컵에 주목하게 됐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승호 대표는 “테오아는 지구를 위한 사진 브랜드로 환경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일상 속에서 버려진 수많은 종이컵을 보게 됐어요. 국내에서 매년 버려지는 종이컵이 ‘257억 개’예요. 그중 재활용률은 단 ‘5%’에 불과해요. 내부가 코팅된 종이컵은 일반 종이와 재활용할 수 없어요. 별도로 수거해서 처리해야 합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종이컵은 소각되죠. 이 과정에서 16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환경오염을 유발합니다. 종이컵의 환경문제를 깨닫고 해결방법을 고민했어요. 사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던 터라 기존에 사용하던 비닐 인화지를 전면 중단하고 종이컵 소재로 사업 아이템을 전환하게 됐습니다.” 2017년에 설립된 테오아는 세계 최초로 ‘종이컵 사진 인화지’를 개발했다. 2018년 출시했던 사진인화서비스 ‘필라로이드’에 지난해 1월부터 ‘종이컵 사진 인화지’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38만 개’의 종이컵이

“발달 장애 학생의 ‘학교 가는 길’을 위한 ‘길동무’가 돼주세요”

[인터뷰] 영화 ‘학교 가는 길’ 김정인 감독 특수학교 설립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과제다. 2017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시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7개 자치구에는 아직도 특수학교가 없다. 설립 논의 중인 동진학교를 제외하면 서울엔 2017년 이후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추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부지 확보의 어려움,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건립 과정의 갈등을 다룬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개봉했다. 서진학교는 2017년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주목받은 곳이다.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을 18일 만났다. 아빠의 책임감으로 만든 ‘학교 가는 길’ “영화는 ‘마로와 마로의 친구들에게’라는 자막으로 시작해요. 마로는 제 딸이에요. 제가 아빠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안 했을 겁니다. 기성세대로서의 반성과 아이들이 자랄 세상은 다르기를 바라는 기대를 담았어요.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영화는 발달 장애인 학생과 부모의 일상부터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서 서진학교 토론회 등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준다. 김 감독이 처음부터 장애인 학교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그는 자신도 원래 장애인 인권에 무지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도 우연에 가깝다.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무산됐다는 기사를 봤어요. 제가 아이 교육에 한창 관심이 있을 때여서 인상 깊게 읽었죠. 기사

지방으로 ‘유턴’한 도시 청년들, 로컬에서 꿈 펼친다

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향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어·귀촌 인구는 전년 대비 7.4% 증가한 49만5766명을 기록했다. 귀촌인 가운데 30대 이하는 48%에 육박했다. 정부는 수도권 편중 문제를 해소하고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는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부터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로컬크리에이터’를 선발해 예비창업가에 최대 1000만원, 기창업가에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지난해 선발된 로컬크리에이터 280개사는 매출액 535억원, 투자유치 174억원, 신규고용 502명의 성과를 냈다. 최근엔 이주와 정착의 과정에 초점을 둔 체험형, 교육형 프로그램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전국 12곳을 대표하는 청년 단체·기업을 선정해 지역별로 5억원을 지급, 도시청년들이 지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로컬 기업 충북 괴산의 농업회사법인 ‘뭐하농’은 지난 4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현재 ‘괴산에서 두 달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농촌에서 창농(創農) 혹은 창직(創職)을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8주간 실전적인 지식과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6월부터 프로젝트에 돌입한 1기 20명은 각자 다양한 분야로 사업계획서를 구상하고 파일럿 과제를 수행했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덕일까. 지난달 8일 수료한 1기 멤버 전원은 괴산군 잔류를 결정했다. 이들은 괴산에 머물며 콘텐츠 개발과 사업 구체화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지현 뭐하농 대표는 청년이 로컬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으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청년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이 지역별, 작목별, 심지어는 농기구별로

“일 잘하는 장애인들에게 일 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터뷰]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지난달 17일 방문한 브이드림 사무실에는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선물이 가득했다. 장애인 노동자들이 전하는 감사의 선물이었다. IT회사에서 2년째 근무 중인 20대 중증장애인 A씨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주눅이 들어 있었는데, 브이드림 덕분에 장애인도 사회에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김민지(35) 브이드림 대표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브이드림은 장애인에게 맞춤 직무를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출퇴근이 어려운 장애인의 채용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비장애인과 비교해 인지능력에 큰 차이가 없는 13개 유형의 장애인이 재택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2019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롯데그룹, 더본코리아, 한솔그룹 등 250곳 넘는 기업이 브이드림을 통해 장애인을 고용했다. 브이드림을 거쳐 취직한 장애인은 1000명이 넘는다. 부산 동구에 있는 브이드림 사무실에서 김민지 대표를 만났다. 장애인 맞춤형 재택근무 시스템 개발 “공공기관이나 50인 이상 노동자가 상시 근무하는 기업은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합니다. 장애인 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해요. 부담금만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죠. 브이드림은 기업은 돈을 아끼고 장애인은 취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요.“ 브이드림은 장애인 구직자의 이력서를 받고, 기업의 채용 의뢰를 받아 둘을 매칭해준다. 고용 후 장애인 근로자와 기업의 소통, 근로자 관리도 브이드림이 맡는다. 김 대표는 ”행정, 보도자료 작성, 홈페이지 관리, 컴퓨터 지원 설계(캐드·CAD) 디자인 등 집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직무 위주로 중개한다“고 말했다. 현재 브이드림이 소개하는 직무는 20개다. 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