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 기업도 함께해야 ‘진짜’ 해결된다 [2025 ERT]

2025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멤버스 데이 현장 기업이 주목해야 할 사회문제는? “우리 사회는 긴밀히 연결돼 있어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영역도 영향을 받습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을 방치한 채로는 사회 전체의 발전이 어렵습니다. 기업이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1일 열린 ‘ERT 멤버스 데이’에서 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RT 멤버스 데이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 회원사를 비롯해 5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했다. ◇ 사회문제 해결 방식의 3가지 접근법 기조연설에서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 방식에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우선순위 ▲리워드 시스템 ▲관계의 가치 등 세 가지 개념을 제시했다. 우선순위는 시급한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국민 관심이 높지만 기업의 참여가 부족한 사회문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워드 시스템은 사회문제 해결 노력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상을 제공하면, 더 사회적 가치가 확장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최 회장은 “기업이 수익 창출과 사회문제 해결을 별개의 개념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의 가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연대를 의미한다. 현대사회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를 하나의 주체가 해결할 수 없기에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NGO,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 정부, 시민사회, NGO, 소비자 등이 협력해야 한다”며 “ERT는 이러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이 힘 보태야 사회문제 풀린다…청년부터 디지털 소외까지 행사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주요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기업의 사회공헌 사례를 공유하는 세션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국민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문제와 기업이 집중하는 영역을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 대표는 “특히 고용·소득·주거 등 다른 사회문제와 연계성이 높은 청년 문제는 다층적인 구조를 통해 이해한 뒤 접근해야 더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지역 청년의 성장을 지원하는 ‘청년 로컬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젝트’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장명석 메이드인피플 대표, 나영훈 포스코홀딩스 상무보, 김재구 명지대 교수가 청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실업부터 교육

외로움은 ‘개인 탓’이 아니다…영국에서 찾은 해법

한국인의 57%가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적 불편함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교류 단절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정부부처’를 신설하며 이 문제에 정면 대응했다.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대화와 연결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처방’ 모델을 만들어 외로움 해소에 접근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의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사이시옷(ConnectorS)’은 영국의 외로움 해소 정책을 직접 취재했다. 정부기관부터 대학 연구소, 민간단체까지 영국의 종합적인 해결책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 세계 최초 ‘외로움부’ 신설한 영국 정부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외로움부의 엠마 배로우(Emma Barrow)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17년 조사에서 전체 인구의 14%인 900만 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중 3분의 2는 이를 털어놓을 곳조차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콕스(Joanne Cox) 하원의원의 뜻을 이어 설립된 DCMS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전담 부처로 지정된 정부기관이다. 현재 60개 정부기관과 150개 민간단체와 협력하며,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낙인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유도하며, 증거 기반 정책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엠마 배로우는 “통계뿐 아니라 변화된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로움 해소, 단기 처방 아닌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에는 외로움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학도 있다. 영국 셰필드할람대학교(Sheffield Hallam University)의 외로움연구센터(Centre for Loneliness Studies)는 외로움을 개인적인 문제로 한정짓지 않고, 사회적 요인과 연결된 문제로 바라본다. 안드레아 위그필드(Andrea Wigfield) 외로움연구센터장은 “보건, 사회학, 심리학 등 10개 이상의 학문과 정책 입안자, 산업계 파트너, 자원봉사자, 외로움을 경험한 당사자까지 협력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 그리고 공간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대 간 공동생활 커뮤니티 같은 실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센터를 나서며 우리는 중요한 통찰을 얻었다. 외로움 해결의 핵심은 ‘의미 있는 관계’ 형성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사회 전체의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약으로 치료할 수

비영리 단체의 AI 혁명, 독일·스위스에서 배운다

한국의 비영리 단체들은 예산과 기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AI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규모 단체의 IT 예산은 평균 1.7%에 불과해, 홍보와 커뮤니티 관리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제약이 크다. 그러나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AI 기술은 적은 예산으로도 홍보 콘텐츠 제작과 모금 캠페인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생성형 AI 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탐구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글로벌 스터디를 진행했다. 8일간의 현장 방문을 통해 AI가 사회혁신 분야에 도입된 사례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구축 방안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비영리 단체들이 기술과 윤리를 조화롭게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 베를린에서 찾은 AI 혁신: 기술과 인간 중심 원칙의 조화 독일 베를린의 ‘임팩트허브 베를린(ImpactHub Berlin)’은 중소규모 비영리 기관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혁신 공간이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축과 현대적 디자인이 어우러진 이곳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공간 구성과 효율적인 업무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는 ‘키론(KIRON)’이다. 키론은 난민과 난민 출신 학생을 위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학습 자료를 추천하고 가상 멘토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AI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직마다 차이가 있었다. 같은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 협동조합 ‘라이파이젠 연맹(DGRV)’은 5400개 협동조합을 관리하며, 200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대규모 조직이다. 당초 필자는 협동조합에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와 생성형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조사하려 했으나, DGRV의 접근 방식은 달랐다. 이들은 AI를 단순한 업무 자동화 도구가 아닌, ‘인간 중심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었다. 협동조합 내 합의와 관계 형성을 우선시하는 만큼, 법규 개선 문서 작성, 데이터 공유, 행정업무 자동화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베를린에서 마주한 두 기관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과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식, 두 가지 서로 다른 철학을 보여주었다. 기술이 혁신을 주도할 수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 AI 혁신, 인간 중심 윤리가 우선돼야 한다 제네바는 인권과 국제법의 중심지로, 다양한 국제기구 본부가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 AI 윤리에 대한

“뛰고, 걷고, 탐방하고”…몸으로 하는 기부가 뜬다 [2025 기부트렌드]

경험하는 기부, 움직이는 기부자 스스로 참여하는 ‘체험형 기부’ 인기 기부 문화가 변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내는 것을 넘어,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라톤, 하이킹, 봉사활동 등 기부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제 기부는 매달 자동이체되는 기부금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6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세대학교에서 연 ‘기부트렌드 2025 컨퍼런스’에서도 이런 흐름이 강조됐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부 마라톤이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고 있다”며 “함께 뛰는 기부자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기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직접 체험하는 기부가 뜬다 나눔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했다. 기부트렌드 조사에 참여한 시민 패널 18명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기부 방식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68.8%가 ‘참여형 기부’를 꼽았다. ‘기부런’(기부+마라톤) 열풍이 대표적이다. 최근 2년간 인스타그램에서 ‘기부’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도 ‘기부런’과 ‘기부하이킹’이었다. 특히 기부마라톤은 기부단체의 전통적 모금행사를 넘어 사회적 유행으로 확산했다. 한국해비타트의 815런, 월드비전의 글로벌 6K, 굿피플의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기부 참여 모델로 주목을 받은 소규모 비영리 단체도 있다. 사단법인 ‘계단뿌셔클럽’은 이동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정보를 제공하는 ‘계단정복지도’ 앱을 운영한다. 시민들이 직접 계단과 경사로 정보를 수집해 등록하는 방식이다. 매주 주말마다 2시간씩 산책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이 활동에 지금까지 2500여 명이 참여했고, 수집된 장소 정보는 5만 8000곳에 달한다. 이대호 계단뿌셔클럽 대표는 “인지도가 낮은 단체가 대중을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참여의 문턱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봉사활동이나 공익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100명이라면, 재미있는 활동을 찾는 사람은 10만 명”이라며 “공익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골목탐방·맛집 찾기·사람들과 느슨하게 어울리기 같은 요소를 접목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계단뿌셔클럽은 정보수집을 봉사활동 대신 ‘정복활동’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 임직원 봉사활동, 강제 아닌 선택이 대세 참여형 기부가 확산하면서 기업 임직원들의 봉사활동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일률적으로 동원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개인이 원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소셜액션 플랫폼 ‘베이크’와 세이브더칠드런과 협업해 임직원 사회공헌 플랫폼 ‘나눔&’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이 플랫폼을

뮤지컬 ‘스윙 데이즈’로 본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박사

일제강점기 첩보작전 ‘냅코 프로젝트’에 투입된 요원 ‘스윙 데이즈_암호명 A’ 초연 폐막, 2026년 본 공연 예정 “나 같은 사람 하나 뛰어들어서 하루씩, 또 누군가 뛰어들어서 하루씩, 그렇게 하루씩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국주의 시대인 20세기 초, ‘유일형’(유준상·신성록·민우혁)은 소꿉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황만용’(정상훈·하도권·김승용)에게 독립운동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지난 9일 초연을 마친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의 주인공 ‘유일형’은 유한양행(대표 조욱제)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1895~1971) 박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유일한 박사는 일제치하였던 1944년, 미국 OSS(전략첩보국·CIA의 전신)가 주도한 첩보 작전 ‘냅코 프로젝트(NAPKO Project)’의 요원으로 활동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인 요원들을 훈련시켜 일본 내 정보 수집과 지하 조직 구축을 목표로 진행된 작전이었다. 당시 19명의 한국인 요원 중 유일한 박사는 ‘A’라는 암호명을 사용하며, 사격·공중 폭파 등의 훈련을 받았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는 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을까. “사람이 죽으면서 남기는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한 무언가다.”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남긴 발언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1971년 타계한 유일한 박사는 자신의 주식을 전부 공익법인에 기증하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끝까지 실천했다. 그의 뜻을 이어온 유한양행은 대한민국 ESG 경영의 효시로 평가받으며, ‘사회를 위한 기업 경영’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2023년 진행된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무상 제공이다. 조욱제 사장은 약 900명의 폐암 환자에게 6개월간 신약을 무료로 공급하며, 총 311억 원 이상의 경제적 지원 효과를 냈다.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2026년)을 맞아 유일한 박사의 정신과 역사적 이야기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이번 뮤지컬 제작에 일부 투자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번 뮤지컬은 현재 이사회 의장인 이정희 전 대표이사 시절부터 기획되어 현 조욱제 사장이 ‘암호명케이문화산업전문 유한회사’를 설립해 제작됐다. 이번 작품에는 영화 실미도 각본으로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긴 김희재 작가와 제이슨 하울랜드 작곡가, 김태형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이 참여했으며, 출연진으로는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 정상훈, 하도권, 김승용, 김려원, 전나영, 이아름솔, 장현성, 성기윤, 최현주, 이지숙 등의 배우가 총출동했다. ◇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 유일한, 조선에 제약회사를 세운 이유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완성됐다. 김희재 작가에 따르면, 극 중 내용은 실제 역사와 약 15~20% 일치한다. 프로젝트가 세상에 알려진 게 50년 후인 1993년인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2022년 기준 감축은 7.6%에 불과하다. /픽사베이
“탄소중립, 구호만으론 안 된다” 기후전담부처 신설, 해법 될까

[이슈&해법] 온실가스 감축 속도 ‘빨간불’탄소중립 예산, 기후전담부처가 통합 관리해야 한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 감축 속도로는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산업 정책을 총괄할 기후전담부처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2022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2430만 톤으로, 2018년 대비 7.6%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30년까지 40%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상당히 미진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기후 정책과 에너지 정책이 유기적으로 조정되지 못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의 94%는 에너지·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 정책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역시 정책 조정 권한이 부족해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선진국이 갖춘 탄소중립 실행 체계, 한국은 어디에?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마을에서 정부조직까지 탄소중립 실행체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에너지·산업 정책을 통합한 ‘기후경제부’ 신설을 제안했다. 그는 “환경부가 담당하던 기후·탄소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와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U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전담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 경제부에 기후보호 기능을 추가해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를 신설했으며, 영국은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를 출범시켰다. 두 국가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각 65%, 68%로 설정했으며, 현재까지 41.6%, 50% 가량 줄였다. 이탈리아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 업무를 통합한 ‘생태전환부’를 프랑스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를 합친 ‘생태포용전환부’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탄녹위를 독립 행정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이유진 소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이 확보되면 감축 목표 미달 시 강력한 이행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며 “기후 예산 수립과 정책 협의 과정에서도 실질적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독립적인 기후위원회를 운영하는 동시에 기후시민의회를 통해 시민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 탄소중립 예산, 실효성 높이려면 정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탄소중립·녹색성장 지원에 총 89조 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별 사업별 예산 집행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실질적 감축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에너지 기술 개발, 저탄소 생태계 조성 등 핵심 예산은 2022년

택배차에 폐페트병 싣자, 비용 줄고 탄소 감축…‘착한 물류’ 이야기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3> CJ대한통운 [인터뷰] 윤한득 CJ대한통운 ESG팀 책임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한켠에 투명 페트병이 수북이 쌓여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CJ대한통운 택배 차량이 이를 수거해 재생기업 ‘RM’으로 보냈다. RM은 이를 세척해 플라스틱 원료(재생 펠릿)로 가공했고,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이를 화장품 용기로 제작·판매했다. 해당 수익금은 CJ나눔재단을 통해 친환경 공모전에 활용됐다. 이는 CJ대한통운이 2022년 도입한 ‘택배 기반 자원순환’ 모델이다. 환경부와 함께 기획한 ‘세이브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호텔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다. ◇ ‘배송하는 김에’ 폐기물도 수거했더니 CJ대한통운이 자원순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강화되면서 비대면 소비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도 급격히 늘어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3월 재활용 가능 품목 발생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9.1% 증가했고, 특히 플라스틱류는 23.4%, 1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기업에게는 기후변화 대응 요구도 커졌다. 윤한득 CJ대한통운 ESG팀 책임은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수거차가 분리배출된 폐기물을 한꺼번에 섞어 싣는 모습을 보고 해결책을 떠올렸다. “배송하는 김에 폐기물도 수거하면 어떨까?” 윤 책임은 “쓰레기 수거차가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된 폐기물을 한꺼번에 실어 가면서, 재활용 가능 자원이 뒤섞이는 문제를 목격했다”며 “1차로 뒤섞인 폐기물이 선별장에서 다시 한번 뒤섞이는 ‘이중 혼합’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차량 운영 비용 부담 때문에 수거 차량을 추가로 배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윤 책임은 ‘전국 곳곳을 오가는 택배 차량을 활용하면 추가 비용을 줄이면서도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택배 차량이 기존 배송 경로를 따라 폐기물을 함께 수거하면, 추가 비용 없이도 인력비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까지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폐기물 수거 대상지는 호텔로 정했다. 깨끗한 상태의 투명 페트병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텔 투명 페트병 수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수거하면서 다른 택배를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위생 관리도 철저히 했다. 호텔 하우스키퍼가 페트병을 찌그러뜨린 뒤 비닐봉지로 싸고 전용 수거 박스에 동봉하는 식이다. 윤 책임은 “철저한 위생 관리로 지금까지 배달 상품 ‘오염 이슈’가 단 1건도 없었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2022년

‘사회적 가치’가 곧 경쟁력, 시장 넓히는 프랜차이즈들

프랜차이즈, 임팩트를 입다 <2> “어떤 운동이 저한테 맞을까요?” 서울의 한 필라테스 센터. 강사가 회원의 자세를 확인한 뒤, 태블릿을 건넸다. 화면에는 회원의 신체 특성에 맞춘 운동 프로그램이 추천되어 있었다. 장애 유형별 맞춤 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아앤코’의 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센터다. 일반적인 필라테스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기존 프랜차이즈가 ‘빠른 확장’을 목표로 했다면, 이들은 ‘배리어프리’라는 ‘사회적 가치’를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프랜차이즈는 보통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을 통해 확장력을 극대화한다. 매뉴얼이 정교할수록 점주 교육이 쉬워지고, 고객도 어디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장애인 고객을 위한 운동법, 장애인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 향상… 기존 프랜차이즈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요소들이다.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은 “임팩트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검증된 사회적 가치를 안정적으로 확산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일관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운영 매뉴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 장애인·고령층 위한 서비스, 표준화로 확장한다 필라테스 센터 ‘디아앤코’는 장애인과 시니어를 위한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운영한다. 지난해 가맹업 등록을 마친 뒤, 운영 매뉴얼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핵심은 ‘고객 유형별 맞춤 운동 진단 테스트지’ 개발이었다. 테스트를 하면 척수장애, 하지 절단, 지체장애 등 10가지 장애 유형별로 집중해야 할 운동법을 진단받을 수 있으며, 직업 및 일상생활 유형 등에 따라 최적화된 운동법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디다 디아앤코 대표는 “가맹점주는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에 맞는 운동을 제안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피드백 카드’ 앱도 개발 중이다. 강사가 수업 후 회원의 심박수 등 운동 데이터를 기록하면, 회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목표를 효과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덕분에 이 대표는 지난해 필라테스 센터 1곳과 가맹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해당 센터는 디아앤코의 매뉴얼을 도입한 후, 기존 고객 외에도 장애인 고객 4명을 추가 유치하며 수익을 확대했다. 이 대표는 올해 5곳의 가맹점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복지유니온은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하면서 ‘연하식(삼키기 쉬운 음식) 표준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국 100여 개 요양원에 연하식을 공급하고 있지만, 영양 돌봄 서비스가 표준화되지 않아 공급자마다 서비스 품질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었다. 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는

빠르고 강한 확장력…‘임팩트 프랜차이즈’가 주목받는 이유

프랜차이즈 산업이 ‘확장’에서 ‘공존’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핵심 동력으로 삼는 ‘임팩트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들은 취약계층 고용, 환경 보호, 지역 경제 활성화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프랜차이즈, 임팩트를 입다> 시리즈 기사를 통해 프랜차이즈 산업의 새로운 실험을 조명하며, 이 모델이 앞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짚어봅니다. 프랜차이즈, 임팩트를 입다 <1> 지난 16일, 점심 준비로 분주한 ‘와로샐러드’ 수원인계점. 문을 열자 오리고기와 달콤한 데리야끼 소스 향이 침샘을 자극했다. 이곳은 와로샐러드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와로가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임팩트 프랜차이즈’ 사업에 참여하며 신규로 오픈한 8번째 매장이다. 와로샐러드는 2019년 오형래 와로 대표가 창업한 샐러드 전문점이다. 간편 건강식을 판매하면서 동시에 자립준비청년 등 취약계층 청년에게 일자리도 제공한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직원도 지난해 12월 새롭게 채용된 청년이었다. 그는 “더 많은 취약계층 청년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모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 기존 프랜차이즈의 한계를 넘어서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은 성장과 확장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일정한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사는 가맹점 확대를 통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한다. 이 같은 특징 덕분에 프랜차이즈는 비교적 낮은 리스크로 창업이 가능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확장이 때로는 가맹점 간 경쟁 심화, 지역 상권 독점 논란, 본사와 점주 간 갈등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며 등장한 개념이 바로 ‘임팩트 프랜차이즈’다. 기존 프랜차이즈 모델의 강점은 살리되, 사회적 가치를 핵심 운영 원칙으로 내세운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임팩트 프랜차이즈’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가맹사업을 통해 그 영향력을 확산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3년간 총 3억2000만원의 사업 자금부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되기 위한 전문가 멘토링, 투자 연계 등을 지원받는다. 사업 1차년도였던 2024년에는 총 6개 기업이 선정됐으며, 이들은 총 18개의 신규 지점을 개설했다. 지난해 멘토로는 취창업 전문 교육기관인 언더독스와 장애인 바리스타를 양성하는 커피브랜드 히즈빈스 등이 참여했다. 1차년도 사업에 선정된 6개 기업 중 와로샐러드와 빅모빌리티는 이미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유니클로는 왜 ‘히트텍’ 기부하고 옷을 ‘오래’ 입게 할까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2> 유니클로 [인터뷰] 셸바 에이코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옷이 실하네. 색이 화사하니 예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2일, 유니클로의 기능성 발열 내의 ‘히트텍’을 받은 독거노인 A씨는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유니클로 본사 임원을 비롯한 임직원 10여 명은 효창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와 함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직접 의류를 전달했다. 전날인 21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 노인 600여 명을 위해 설명절 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열었다. 이는 유니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해 전 세계에 히트텍 100만장을 기부하는 ‘더 하트 오브 라이프웨어(The Heart of LifeWear)’ 캠페인 활동이다. 이 중 절반인 히트텍 50만장은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난민과 실향민에게 전달되고, 나머지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된다. ◇ 독거노인 2만5000명에 히트텍 전달… 12억 원 상당 지원 유니클로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 저소득 독거노인 2만5000명에게 약 12억 원 상당의 히트텍 5만장을 지원했다. 이번 기부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난 10년간 이어온 독거노인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폴란드, 몰도바 등에서도 각국의 사회문제를 반영해 지원이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지진 피해 아동을, 폴란드는 미혼모와 취약계층 아동을, 미국은 노숙인과 망명 신청자를,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대상으로 삼았다.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전략은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부에서는 NGO 파트너를 선정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가이드라인의 큰 기준 중 하나도 ‘장기적 파트너십’의 가능 여부다. 이번 캠페인을 함께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도 2015년부터 10년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약 37억 원 상당의 의류 및 현금을 지원했다. 정유리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서비스지원과 팀장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대상을 트렌드에 따라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유니클로는 10년 동안 일관되게 독거노인을 지원해 왔다”며 “이러한 꾸준함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평가했다. 유니클로는 지역 NGO와 협력해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김지훈 홍보실장은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NGO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본사 서스테이너빌리티 팀과 협의해 각국의 사회문제에 맞는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주간 회의에서 각국의 상황과 NGO로부터 들은 정보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 사회공헌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유니클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단순한 기부가 아닌

국내 대형마트 3社 탄소집약도, 코스트코 최대 7배…온실가스 감축 대책은?

[이슈&해법]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온실가스 배출 정부·기업·시민 ‘공동 대응’ 필요해 국내 주요 대형마트 3곳의 탄소집약도가 해외 대형마트보다 4배에서 최대 7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먹거리 유통산업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농식품 체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 1200만 톤(CO₂eq)으로, 이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16%에 달한다. 이 중 식품 유통 부문이 34%를 차지하며, 그중에서도 대형마트의 배출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3대 대형마트의 탄소 배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신효정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전임연구원은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3곳이 유통산업과 식음료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한국 먹거리 유통산업의 탄소 감축에 막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 홈플러스, 코스트코보다 탄소집약도 7.3배 높아 국내 3대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의 전체 탄소 배출량 자체는 해외 대형마트보다 적지만, ‘탄소집약도’ 면에서는 훨씬 높게 나타났다. 온실가스 직접 배출(스코프 1)과 에너지 사용(스코프 2)에 따른 2023년 기준 탄소집약도를 보면, 홈플러스(82.79), 롯데마트(69.11), 이마트(46.99) 순이었다. 홈플러스는 해외 대형마트 코스트코(11.39)보다 7.3배 높은 수준이다.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 등 글로벌 5대 대형마트의 평균 탄소집약도(17.45)와 비교해도 국내 마트들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형마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태양광 설비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낮고 감축 목표 또한 구체적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구체적 대책 없는 국내 대형마트, 감축 목표 미흡 테스코는 2020년에 이미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조기 달성했고, 월마트는 2030년까지 탄소 10억 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허남혁 삶전환연구소 소장은 “국내 대형마트의 경우 에너지 사용의 80~90%가 전기이지만,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대형마트는 스코프 3 배출에도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월마트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스코프 3에서 탄소 10억 톤을 줄이겠다는 ‘기가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까르푸는 스코프 3 배출 중 절반 이상이 먹거리 관련임을 인식해 공급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협력 플랫폼을 구축했다. 반면, 국내 대형마트는 스코프 1·2(직접 배출 및 에너지 사용) 중심의

국감서 음반 상술 지적받은 K팝 기획사, 개선 노력은 ‘글쎄’

4대 기획사 음반 판매 관행 점검JYP, SM ‘묵묵부답’ 8777만 장. 지난해 팔린 K팝 음반 수다. 10년 전 737만 장에서 1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포토카드, 팬사인회 등 기획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팝 팬덤은 이러한 음반 판매 방식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친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터사들의 ESG 경영 실천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국감서 “개선하겠다”던 엔터사들, 실천은? 지난해 10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JYP, SM, YG, 하이브 등 4대 기획사 대표들이 음반 판매 관행 개선을 요구받았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의 최준원 대표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들 기획사의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5474만 장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팬싸인회, 랜덤 포토카드 등 사행성을 조장하는 마케팅으로 인해 음반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다”며 “이는 탄소 배출과 자원 낭비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사가 첫 주 음반 판매량을 뜻하는 ‘초동’ 판매량을 중요시, 이를 늘리기 위해 과도한 상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표들은 “개선점을 찾겠다”며 입을 모았다. 특히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엄청난 쓰레기 배출이 ESG 경영이냐”는 지적에 “플라스틱 음반 대량 구매로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시장과 사회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획사들이 2022년에만 폐기물 부과 대상 플라스틱 801.5톤을 사용했다. 케이팝 팬덤 환경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은 음반 한 장 제작 시 500g의 탄소가 배출되며, 지난해만 약 4400만 kg의 탄소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승용차 97억 km 주행 시 발생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 K팝 팬덤이 뽑은 ‘최악의 환경오염 기획사’ 하이브 지난 16일, 케이팝포플래닛은 하이브를 ‘2024 지속가능한 케이팝 어워드’에서 ‘올해의 환경오염 작작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팬들은 하이브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팬들의 꺼지지 않는 빛’을 상징하는 응원봉 트로피를 전달하려 했으나, 사옥 출입이 불가능해 정문 앞에 전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17일까지 66개국 1만40명의 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하이브가 50.5%의 득표율로 ‘기후악당’ 1위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친환경 팬싸 가보자상’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환경 문제 해결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