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舞 알리는 기업 ‘춤추는 헬렌켈러’ 눈감고 추는 즉흥무, 시각 장애인에 딱 장벽 뛰어넘는 다양한 직업 발굴이 목표 지난 11일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교회 세미나실. 단소, 꽹과리 등 국악으로 어우러진 한국의 가락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는 손을 두어 번 휘젓고, 빠르게 한 바퀴 턴을 했다. 그가 옆 여자의 어깨를 살짝 터치하며 순서를 알렸다. 머리를 곱게 묶은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둥그렇게 올리고, 바닥에서 살포시 뛰었다. 발레 동작과 비슷했다. 즉흥적인 몸짓이지만 음악과 묘하게 분위기가 맞았다. 두 남녀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었다. 유창호(23·시각장애 3급), 최희정(39·시각장애 1급)씨는 시각장애인 댄서다. ‘보이지 않는데 춤을 출 수 있을까.’ 예비 사회적기업인 ‘춤추는 헬렌켈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명상무(舞)’를 보급하는 단체다. 이날 연습에 매진하던 시각장애인 5명도 이달 말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공연을 앞둔 명상무 수련생들이다. 명상무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되 음악이나 연주에 맞추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춤이다. 정형화된 안무가 아닌 즉흥무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안인(正眼人)들도 명상무를 출 때 눈에 까만 두건을 두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명상무가 ‘잘 맞는 옷’인 이유다. 정찬후(43) 춤추는 헬렌켈러 대표는 명상무가 “맹인이 명인(名人)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호흡 명상과 명상무를 지도해온 정찬후 대표가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9년 그는 석가탄신일 기념 공연에 참가했다가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를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