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보이면 춤출 수 없단 생각, 뒤집으니 희망이 보였다

명상舞 알리는 기업 ‘춤추는 헬렌켈러’ 눈감고 추는 즉흥무, 시각 장애인에 딱 장벽 뛰어넘는 다양한 직업 발굴이 목표 지난 11일 저녁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교회 세미나실. 단소, 꽹과리 등 국악으로 어우러진 한국의 가락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자는 손을 두어 번 휘젓고, 빠르게 한 바퀴 턴을 했다. 그가 옆 여자의 어깨를 살짝 터치하며 순서를 알렸다. 머리를 곱게 묶은 여자는 오른손을 위로 둥그렇게 올리고, 바닥에서 살포시 뛰었다. 발레 동작과 비슷했다. 즉흥적인 몸짓이지만 음악과 묘하게 분위기가 맞았다. 두 남녀는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었다. 유창호(23·시각장애 3급), 최희정(39·시각장애 1급)씨는 시각장애인 댄서다. ‘보이지 않는데 춤을 출 수 있을까.’ 예비 사회적기업인 ‘춤추는 헬렌켈러’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명상무(舞)’를 보급하는 단체다. 이날 연습에 매진하던 시각장애인 5명도 이달 말 ‘세종과 지화, 춤을 추다!’ 공연을 앞둔 명상무 수련생들이다. 명상무는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되 음악이나 연주에 맞추어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춤이다. 정형화된 안무가 아닌 즉흥무 성격이 강하다. 이 때문에 정안인(正眼人)들도 명상무를 출 때 눈에 까만 두건을 두른다. 시각장애인에게 명상무가 ‘잘 맞는 옷’인 이유다. 정찬후(43) 춤추는 헬렌켈러 대표는 명상무가 “맹인이 명인(名人)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년 넘게 호흡 명상과 명상무를 지도해온 정찬후 대표가 ‘시각장애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2009년 그는 석가탄신일 기념 공연에 참가했다가 시각장애인 자녀를 둔 한 어머니를 만났다.

2014 기업 국가·사회공헌도 발표… 고용 많이한 기업 순위 약진

18일 콘퍼런스에서 기업 순위 발표 예정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국기업공헌평가원이 실시한 ‘2014 한국 기업 국가·사회 공헌도’ 평가 결과, 공헌도 1위~3위 기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로 드러났다. 이어 10위권 기업으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KT, 한국전력공사, 현대중공업, 포스코,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평가는 각 기업이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에 등록한 IR보고서를 토대로, ▲가치 창출(매출액) ▲외화가득(수출액) ▲국민소득(총급여) ▲국가재정(법인세) ▲일자리창출(고용인원수) ▲국가경쟁력 제고(특허건수, 연구개발투자 등) ▲사회·환경기여(기부금) 등의 영역별 공헌활동을 분석한 것이다. 한승수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발표된 자료를 기준으로, 얼마나 향상됐는지 아닌지를 따져 수치를 매긴 결과,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공헌도가 각각 34점(일반인 순위), 35점(전문가) 증가했다”며 “KT처럼 작년 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 납부액이 없는 경우 랭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30위권에서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22위(전문가 순위), 20위(일반인 순위)였던 것이 올해 전문가·일반인 순위 모두 12위까지 껑충 뛴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하도급 1만명의 종업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고용창출에 상당한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한승수 교수는 “임금 차이는 없는지 고용의 질을 확인해봐야 하지만, 현재 수치만을 통해 확인하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한국기업공헌평가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14 한국 기업의 국가·사회공헌도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기업 국가·사회공헌도에 대한 구체적 순위는 18일(수) 콘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2014 한국기업 국가·사회공헌도 콘퍼런스 ▲일시: 2014년 6월 18일(수) 16시~18시 ▲장소: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 2층 그랜드볼룸 ▲주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한국기업공헌평가원,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상: 기업CSR·IR·전략기획 담당자, 정부 정책담당자 및 관계자 ▲문의: 02-3149-0302(한국공인회계사회, 이메일

태안에서 봉사만 7년째… 이젠 100m짜리 사구 펜스도 뚝딱이죠

– 암웨이 희망비타민 프로젝트 해안펜스 설치부터 마술 공연까지 지역사회 발전위한 봉사로 도움 나눠 국내에 진출해있는 글로벌기업의 사회공헌이 화두가 된 건 최근 몇 년 사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면서부터 글로벌기업들은 “한국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며 너도나도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에 비해 한국암웨이는 일찌감치 사회공헌을 선보인 기업이다. 자연과 사람, 문화라는 3가지 키워드를 통해 11년째 지역사회와 공생하기 위한 ‘희망비타민 사회공헌 캠페인’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200여명의 한국암웨이 직원들은 또 태안의 기지포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해안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7년째 계속되는 사업이다. 직원들은 이곳에서 해안 사구(砂丘) 방제 펜스를 설치했다. 이 펜스는 해안에 모래를 저장하고 해일·해풍을 막아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봉사에 처음 참가해 케이블타이(Cable Tie)로 대나무를 묶는 것을 어색해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태안을 방문한 직원들이 많다 보니 서로 눈빛만 교환하고서도 척척 작업이 이뤄졌다. 약 한 시간 만에 100m가 넘는 펜스가 해안가에 설치되자, 봉사활동을 참관하던 이규성 국립공원관리공단 태안해양자원과 계장은 “마치 전문가들이 일하는 것처럼 작업 속도가 빨라 놀랍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실 태안과의 인연은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를 돕기 위한 자원봉사에서 시작됐다. 당시 123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태안을 찾았지만, 이후 태안을 지속적으로 찾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한국암웨이는 해안 기름 제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기간에 걸친 후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태안군 창기6리와 1사1촌을 맺고 ‘태안군과 친구 되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작년에는 ‘아름다운 태안 찾기’라는 관광산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기획,

간판에 상인 스토리 담은 전통시장, 멋 입고 부활

– 현대카드 봉평장 활성화 프로젝트 상품·거리에 봉평장 로고 붙이고… 차 없는 거리 만들고 원산지 표시 “이야기 있는 깨끗한 시장” 소문나… 주말장 오는 고객 80%이상 관광객 ’35년 성질 죽이고 스타일 살린 봉평 패션살롱, 제천상회’ ‘봉평에서 40년, 사남매를 키운 어머니의 생선, 미래생선’ ‘아버지와 아들이 잇는 50년 전통의 잡곡 전문점, 대흥상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하얀 감자꽃, 푸른 메밀밭 사이로 난 장터 길을 따라 색색의 천막들이 들어섰다. 천막마다 활짝 웃는 주인장 사진들이 내걸렸다. 짤막한 글귀가 덧붙여진 ‘스토리 간판’이다. 메밀 전병, 메밀 부꾸미 부치는 냄새가 가득한 봉평장엔 병아리부터 고추 모종, 건어물과 야채, 강냉이까지 각양각색 점포들이 북적댔다. 지난 2일에 찾은 강원도 봉평 5일장 현장이다. ◇’메밀꽃 필 무렵’ 봉평장, 낡은 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다 봉평장이 생긴 건 약 400년 전.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 장돌뱅이 허생원이 찾았던 봉평장은 여전히 끝자리 2, 7일에 열리는 5일장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30여년 전만 해도 각지 상인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 없던 시장도 이제는 옛말. 70년대 말 영동고속도로가 뚫리고 사람들이 대거 외지로 빠져나가면서 5일장 규모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100여가구 상인들이 ‘때 되면’ 봉평장으로 모여들지만 상인과 시장이 함께 늙어가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면 전통은 남기되 시장은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현대카드는 강원도와 함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로 ‘봉평장’을 선정했다. 송현주 현대카드 경영지원실 과장은 “일반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라고 하면 최신식 아케이드나 카드 결제를 위한

[공익 뉴스 브리핑] 한국NPO공동회의 ‘사업제안서 및 제안서 작성법’ 교육 개설 외

한국NPO공동회의 ‘사업제안서 및 제안서 작성법’ 교육 개설 한국NPO공동회의는 오는 16일 ‘2014년 사업제안서 및 제안서 작성법’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정부나 민간 공모사업 또는 기업 제안서 작성에 관심이 있는 NPO 실무자 40명 대상이다. 지원 희망자는 오는 13일까지 한국NPO공동회의 홈페이지(npokorea.kr)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문의 02)735-0067~9 포드코리아 ‘2014 포드 환경 프로그램’ 지원자 모집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에서 ‘2014 포드 환경 프로그램’지원자를 오는 9월 21일까지 모집한다. 국내 환경 생태계 보호, 자연 및 환경 보존, 환경 보호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개인 및 단체에 총 5만달러(약 5200만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포드코리아 페이스북 페이지(http://fbapp.me/FordGrants/Tab)에서 지원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문의 02)3782-6478 다음세대재단 유스보이스 미디어 교육자 모집 다음세대재단의 ‘유스보이스(Youth Voice)’에서 청소년 미디어 교육에 관심 있는 미디어 교육자를 모집한다. 유스보이스는 만 13~24세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미디어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참가 희망자는 유스보이스 홈페이지(http://youthvoice.or.kr/lab_project/955292)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을 수 있다. 문의 070-8263-0636

7453억 썼는데 자립률은 15%… 脫수급, 왜 이렇게 어렵죠?

하는 사람도 시키는 사람도 힘든 ‘자활사업 프로그램’ 참여자들 의지 낮고 지자체 지원 부족… 창업해도 2~3년 내에 폐업… 자활 재수 지원기관도 운영비 때문에 실적에 연연 탈빈곤의 창구로 거듭나기 위해선 지자체·지역사회가 함께 도와야 센터 안에 자회사 만들어 자활 도울 예정 기초생활수급자 유민구(가명·47·경기도 안양)씨가 청소업체를 차린 건 2006년. 자활센터에서 청소 일을 배운 지 1년 남짓 됐을 때였다. 당시 자활센터에서 창업 준비를 하던 이들이 “창업하면 망한다”며 갑자기 안 한다던 회사를 그가 덜컥 맡기로 한 것. 유씨는 “사무실도 내주고, 차량과 도구도 주는데 ‘못하겠나’ 싶었다”고 했다. 동료 2명과 함께 창업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청소업계 경쟁은 치열했고, 기술력도 없고 판로도 마땅찮은 유씨의 회사는 금세 밑천을 드러냈다. 유씨는 8년이 지난 지금도 기초생활수급자다. 일해서 버는 소득이 기초생활수급비보다 적어 차액을 더 받는 상황이다. 유씨는 “매년 이 상태면 일할 이유가 없지만,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명숙(가명·47·대구광역시)씨는 2011년 이혼 후 아들딸을 혼자 돌본다. 전(前)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아 졸지에 기초생활수급자까지 됐다. 화병에 우울증까지 생겼다. 이씨는 최근 동사무소에서 일자리를 연계해줘서 지역의 한 식품회사에 취업했다. 과일 통조림에 내용물을 담는 일을 했다. 최저임금을 받았지만, 자립할 희망을 갖고 취업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씨는 4일 만에 그만뒀다. 이씨는 “사람들이 일도 안 가르쳐주고, 텃세만 심하게 부렸다”며 “가뜩이나 밖에 나오면 주눅이 들었는데, 우울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아 관뒀다”고 했다. ◇우리 사장님은 기초생활수급자? 복지와 고용의 접점 ‘자활기업’ 유씨와 이씨는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지난 5月 말라리아로 사망한 코이카 단원… 해외 봉사단은 안전한가

탄자니아서… 질병으로 사망한 첫 사례 봉사자들, 약 처방받으면 안전하다 생각 한국, 매년 4000여명씩 개도국에 파견전문가들 “기능별 전문가 확충해야”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국민 안전망’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파견된 한국국제협력단(이하 코이카) 봉사단원 A(34)씨가 말라리아에 걸려 목숨을 잃은 것. 그는 지난해 9월 탄자니아 다레살람 국립경찰대학에 파견돼 태권도를 가르쳐온 태권도 유단자였다. 지난달 18일 뎅기열 증세를 보인 그는 이틀 뒤 현지 병원에 입원해 말라리아 확진을 받았으나, 합병증으로 병세가 악화돼 21일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뢰 등 불의의 사고는 있었어도 이처럼 질병으로 봉사단원이 사망한 사례는 처음이라, 코이카 봉사단원의 안전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질병으로 봉사단원 사망 사례 최초 “아직도 탄자니아엔 단원이 약 70명 있습니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질까 두렵습니다.” 지난달 28일, 분당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A씨의 빈소를 찾은 청년들은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모두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도국 봉사를 다녀온 이들이었다. 실제로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했던 청년도 상당수였다. 이들은 “말라리아는 증세를 보이는 즉시 현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으면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탄자니아에서 봉사하고 돌아온 한 NGO 실무자는 “아프리카로 떠나는 후배들에게 ‘2년간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 봉사자가 80%고, 말라리아에 걸려도 바로 약을 처방하면 안전하니 걱정 말고 좋은 경험 쌓고 오라’는 조언을 하곤 했다”면서 “안전 매뉴얼을 점검, 강화해야겠다는

성수역 주변 빼곤 한산… 구두 가게 찾기 힘든 ‘수제화 거리’

지역 재생 롤모델 성수동 수제화 거리 르포 서울시가 지원하는 성동구 수제화 매장 값싼 임대료에 10만원 후반에 구두 판매시작 6개월 만에 월 1억2000만원 매출제작업체 300곳 중 3%만 매장 입점 저렴한 가격 강조해 상품 차별화 어렵고’수제화 장인’ 지원 미흡하다는 지적도 지난해 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수동 수제화 타운을 이탈리아의 ‘볼로냐’로 키우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구두테마역’으로 조성하고, 성수역 자투리 공간을 개조해 구두 공동판매 매장 ‘프롬SS’를 오픈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驛舍) 내 2층 1·4번 출구방향 공간과 3층 지하철 승강장 공간 일부에 성수동 수제화 산업의 가치를 확산·홍보하는 공간을 마련한다”고 했다. 과연 ‘성수동 수제화 타운’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지난달 31일 토요일 오후, 구두테마역인 성수역(서울 지하철 2호선)을 찾아가봤다. “딱딱딱딱.” 구두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흥겨운 소리를 기대했건만, ‘슈스팟(ShoeSpot) 성수’로 성수역을 홍보하는 대형 아크릴 패널만 요란했다. 패널을 가득 채운 ‘성수 구두지도’는 성수역 반경 1㎞ 이내의 구두 전문점을 업종별로(완제품 여성화·완제품 남성화·원부자재 유통 등) 표시해놨다. 하지만 수제화 매장은 성수역 1번 출구 앞, 서울시가 만든 ‘프롬SS’ 공동 매장과 맞은편 서울성동제화협회가 만든 ‘SSST’ 매장이 거의 전부였다. 이곳을 떠나자 더 이상 ‘수제화 거리’를 찾기는 힘들었다. 지도와는 달리, 수제화 가게들은 성수역 출구 앞에 서넛씩 모여 있었다. 친구들과 성수동을 방문한 최민근(28·서울시 강남구)씨는 “지하철 역사 안을 제외하고는 성수역 부근이 ‘수제화 거리’라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구두 판매를 하다 12년 전 성수동으로 들어와

‘팀’ 꾸려 아동학대 판정·신고… 의사 개인 부담 줄어 신고 늘 것

아동학대 제도 개선 전문가 심포지엄 “의료인은 아동 학대 발견의 최전선에 있음에도 신고율이 너무 낮았다. 교육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지만 가족 반응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아이를 진료한 사람이 ‘의사 한 명’일 경우 누가 신고했는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학대아동보호팀’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모호한 사례가 있을 때 다 함께 검토를 하고, 신고를 할 때에도 팀을 통해 조처를 해 의사 개인이 판정하고 신고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하면 신고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열린 ‘아동학대 조기발견과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심포지엄’.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소아과·응급의학과 의사, 아동 전문가 교수, 아동보호 전문기관 현장 및 정부 관계자 등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체계적인 학대 아동 보호 체계’ 구축을 위한 각자의 역할을 논의한 자리였다. 곽영호 서울대 응급의학 전문의는 “미국에서는 학대아동보호팀장이 응급실에 상주해 아동 학대 여부를 바로 검토하고, 아동 학대 사망 사례를 보고하는 체계를 갖춰 18세 이하 아동의 죽음에 대해서는 원인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62개 병원에서 ‘학대아동보호팀’을 두고 있지만, 절반 이상이 유명무실할뿐더러 ‘전담팀’ 역사가 20여년 된 서울대의 경우도 지원이 부족하고 훈련된 전문가가 부족해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학대를 당한 아동이 큰 병원을 찾는 일은 드문 데 반해 ‘학대아동보호팀’은 큰 대학병원 위주로 갖춰질 수밖에 없는 문제를 두고 ‘학대아동보호팀’이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익중 아동복지학회 교수는 “시·군·구 차원,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⑤ ‘신고의무자’ 책임 묻기 전 예방 교육 먼저

[아동학대 예방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5)신고의무자, 촘촘한 안전망 역할 하려면 ‘상세 불명의 두개골 내 손상’ ‘대퇴부 골절’ ‘양쪽 손·발 2도 화상’…. 지난해 10월 계모의 학대로 세상을 떠난 울주군 서현양의 병원 진단 기록이다. 여덟 살 아동이 “그냥 다쳤다”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불볕 더위에도 긴 소매 옷을 입고 등교했고, 육안으로 멍 자국이 보였으며, 잦은 결석이나 지각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초등학교 교사 2명, 병원 의사 2명, 간호사 1명, 학원장과 학원교사 2명 등 총 7명이 서현양의 학대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현행법상 모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유치원집 및 학교 교사·의사 등 신고의무자들의 아동학대 신고율이 30%대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3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과 개정된 아동복지법이 통과된 이후, 정부는 “신고의무자 역할을 강화시켰다”고 발표했다. 교사·의료인 등 22개이던 신고의무자 직군도 24개 직군 140만명으로 확대하고, 300만원이던 과태료도 500만원으로 올렸다. 과연 이 특례법이 시행되면 ‘제2의 서현이’는 주변 안전망을 통해 걸러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법안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3가지 맹점을 잘 극복해야 한다고”고 주장한다. ◇맹점 1. 신고의무자 증명 어떻게 할까… ‘몰랐다’고 하면 땡? “한번은 ‘어떤 집에서 부부 싸움을 심하게 해 아이들이 걱정된다’며 기관으로 신고가 들어왔다. 부모 모두 알코올 중독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엄마가 싸우면서 던진 유리병이 깨져,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여자아이의 팔뚝에 깊이 박혔다. 응급수술을 하러 병원에 가보니 둘째는 머리가 빡빡 밀려 있었고 초등학교

장터서 호기롭게 다코야키 파는 이 청년들, 예전엔 ‘은둔형 외톨이’였다는데…

日 K2인터내셔널그룹 해외 연수 프로그램 사회 부적응자 뽑아 ‘자립의 기술’ 가르쳐 “다코야키 먹고 가세요. 한 세트에 3000원이에요!” 지난 1일 온도가 30도를 웃도는 더운 여름날, 공덕동 ‘늘장’에서는 뜨거운 불판위에 다코야키(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문어를 넣고 구운 일본과자)를 파는 일본 청년 2명을 만날 수 있었다. 까만 천막에 ‘일본 사람이 팔아요’라는 하얀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일본의 ‘K2인터내셔널그룹’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본인이다. 1986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K2인터내셔널’은 20년 넘게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니트족(일도 공부도 할 의지가 없는 젊은이) 등 학교·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2012년부터 한국에서 연수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교육생 4명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택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공덕동 늘장, 홍대 앞, 합정동 숙소 앞에서 ‘다코야키’를 판다. 일종의 자립 기술을 익히는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일본의 한 요트회사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1988년 일본 요트회사 ‘테크노랜드’는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인터내셔널 콜롬버스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학교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모여서 요트를 타고 한 달 정도 바다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당시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던 가나모리 가쓰오(Kanamori Katsuo)씨는 회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프로젝트를 포기하자, 회사를 나와 비영리단체인 ‘인터내셔널 콜럼버스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들은 히키코모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생활’까지 시작하게 됐다. 현재 연 상담 건수는 3000건이며, 합숙 프로그램 참가자는 평균 150명 정도다. K2인터내셔널 코리아 책임자인 고보리 모토무(Kobori motomu·31)씨는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는 청년들과 이들을 지지해주는 스태프가 함께 생활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해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배려와 소통을 알려주는 새내기 선생님의 가르침 이런 작은 리더가 대한민국호에도 많아졌으면…

“엄마, 오늘 창체(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라면 파티해요~. 우리 반 친구들이 노력해 시범 수업을 잘 끝마쳐서 사랑의 온도계가 1℃ 올라갔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이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딸의 반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다투지 않고 협력해서 일을 할 때마다 온도계가 1℃씩 올라간다고 합니다. 라면 파티, 영화 상영 등 단계별로 ‘선물’이 주어지는데, 최종 단계는 근처 산을 함께 등반하는 것입니다. 딸아이는 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경쟁만이 아닌 협력과 배려를 몸소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흐뭇한 일을 하는 딸아이의 담임은 스물다섯 살인 2년차 젊은 교사입니다. 반 배정이 이뤄진 첫날, 선생님은 부모들에게 ‘편지’ 한 장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부모님도 글을 써서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게다가 ‘일기 쓰기’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A4 한 장에 스스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90가지의 주제 일기 아이템을 프린트해주었습니다. ‘나만의 숨겨진 비밀 한 가지’ ‘친구 3명에게 상장을 준다면’ ’30년 후 나의 자식에게’ ‘나는 왜 공부를 할까’ ‘나에게 100만원이 생긴다면’ 등 재미있는 주제 일기를 3개씩 쓸 때마다 스티커 한 장을 받도록 했습니다. ‘클래스팅’을 통해 아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도 하는 담임선생님의 이런 신선한 시도를 보면서 고맙고 기뻤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이뤄진 첫 선거를 통해 우리는 또다시 ‘희망을 걸어보기 위해’ 리더를 뽑았습니다. 딸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훌륭한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