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사들, CSR 잘하는 기업에 투자 나선다

해외에서 불붙은 지속가능금융 트렌드, 한국도 가능한가 2003년 전 세계 대형 금융사들이 모여 지속 가능 금융을 위한 ‘적도 원칙(Equator Principles)’을 만들었다. 대형 개발 사업에서 환경 파괴나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대출하지 않겠다는 행동 협약이었다. 현재 적도 원칙에 가입한 80개 금융기관들의 대출 규모는 전 세계 70%를 차지하고, 1000만달러(100억원)가 넘는 모든 개발사업에 이 원칙이 적용된다. 국내에도 지속 가능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에는 국회 CSR정책연구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관한 국제 세미나(‘금융은 기업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열렸다. 지속 가능 금융에 무지한 한국과 시장을 주도하는 유럽 등 선진국 모습이 대비된 현장이었다. 편집자 주 “금융부터 바뀌어야 사회 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날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리지아 노로나<사진> 유엔환경계획(UNEP) 이사의 말이다. 리지아 이사는 런던 정경대에서 법, 경제,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평생 환경 및 에너지 분야의 국제기구, 국제 싱크탱크에서 연구해 온 환경 전문가다. 그는 UNEP FI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UNEP FI에는 현재 전 세계 은행, 보험회사, 투자자 등 230곳가량의 회원이 모여있다. ―지속 가능 금융이란 무엇인가. “기업들은 정말 지속가능하게 행동하고 있을까? 물론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다.하지만 최소한 환경이나 임직원, 사회문제 등에 있어서 대놓고 지속가능하지 않게 행동하기는 힘들다. ‘평판’이 깎일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는 곧 장기적인 기업 수익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사회와 환경에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여는데

“제가 죽인 지렁이만 1톤… 커피·한약재 먹인 지렁이로 유기농 비료 만듭니다”

친환경 농업에 도전한 사회적기업 ‘삼사라’ 박건태 대표 화려한 스펙과 IT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청년 사회적기업·소셜벤처 업계에 ‘지렁이에 미친 친환경 비료 회사’를 만드는 이색 청년이 있다.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예비)사회적기업 ‘삼사라’ 박건태(30·사진) 대표다. 사단법인 스파크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초청해 전문가 패널과 참가한 청중이 함께 대담을 나누는 ‘스파크포럼’을 마련하는데, 그곳에서 그의 이야기는 화제가 됐다. 경영학과 출신의 이색 농업 도전기가 궁금해 직접 경기도 용인의 제조 공장을 찾아갔다. “제가 죽인 지렁이만 1톤(t)이 넘을 거예요.” 박건태 대표가 공장 한편에 놓인 길쭉한 나무 상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게 지렁이 집이거든요. 저에게는 장사 밑천이고요.(웃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완장리 마을에 위치한 이곳은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공장이다. 그런데 비료 공장 특유의 악취가 없었다. 660㎡(200평) 규모의 공장 안은 쌉싸름한 커피 향과 은은한 한약 내음이 감돌았다. 동네 주민들이 “퇴비 냄새 못 맡았는데, 우리 마을에 퇴비 공장이 있었냐”고 반문할 정도. 공장 분위기만큼 깨끗한 게 여기서 만들어지는 퇴비 제품이다. “2011년 유럽 전역을 휩쓸고 30여 명의 목숨까지 앗아간 바이러스가 있었는데, 원인이 오염된 퇴비에서 자란 오이로 지목됐죠. 가축의 변을 이용한 퇴비에는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대장균이 포함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렁이는 달라요. 소화 과정에서 유해균을 분해하죠. 지렁이가 커피 찌꺼기와 한약 찌꺼기를 먹으면 친환경 비료 ‘분변토(지렁이 배설물을 이용해 만드는 자연 발생적 천연비료)’를 만들어 냅니다. 인도어로 ‘순환’이라는 뜻을 가진 ‘삼사라’가 첫 발을 내디딘

예술이 어렵다고요? 우리가 문턱 낮추겠습니다

예술가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대표 3인… 순수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다 안테나… 지역 예술가와 주민 소통 ㈜스플… 설치미술을 일상 속으로 에이컴퍼니… 예술가 작품 유통 지원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약 3249억원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 2014년 미술시장실태조사). 화랑 4곳 중 1곳(26.2%)이 1년간 단 한 작품도 판매하지 못했다. 경직된 국내 미술시장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예술과 대중 사이에 교감 기회를 주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지역의 문제를 예술가들과 함께 풀어가는 나태흠(39) ‘안테나’ 대표, 설치미술을 활용해 공간 디자인 사업을 펼치는 심소라(39) ‘㈜스플’ 대표, 공정유통 시스템 구축으로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정지연(38) ‘에이컴퍼니’ 대표가 그들이다.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이들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세 곳 모두 ‘순수예술’을 다루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각 기업이 느끼는 국내 예술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떤 미션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는지 들려달라. 정지연(이하 정)=국내 미술 전공자 대부분은 입시 미술 강사가 된다. 아르바이트 급료로 작품 활동을 하는 등 별도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재능을 취미로 삼는 경우도 많다. 작가층은 점점 좁아지고 미술관들도 해외 작품 대관전을 주로 하게 됐다.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미술 시장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한 결과, 2011년 작품 유통과 예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http://www.acompany.asia) ‘를 만들게 됐다. 심소라(이하 심)=나 역시 설치미술 작가로 10년 이상 활동하며 후배들이 다른 일로 돈 벌어 작품 만들고, 또다시 돈을 들여 작품을 폐기하는 과정을 지켜봐 왔다. ‘어떻게 하면 작품

“의미 있는 제품? 소비자는 몰라요, 우린 처음부터 품질에 사활 걸었죠”

에코디자이너, ‘젠니클로젯’ 이젠니 대표 버려진 데님 활용해 가방·소품 제작 6개월 새 매출 10배… 단독매장도 열어 돌잔치 맞은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자본 없이 창업 쉽지만 성장은 어려워 사업 전 고객 피드백 반드시 받아야 “2010년 ‘에코그린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던 순간이 10년 디자인 인생 최고의 순간이자, 진정한 출발점이었다.” 최근 가장 ‘핫(Hot)’한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이젠니(30·사진) ‘젠니클로젯’ 대표의 말이다. 지난 2006년부터 각종 미술 대전에서 입상하며 촉망받는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가던 이 대표는 2010년 돌연 에코 디자이너로 전향했다. “자기 색깔과 가치관은 없고 파리와 뉴욕의 트렌드만 좇던 기성 디자인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 시절부터 자연 친화적인 디자인에 조예가 깊었던 이 대표는 이후 친환경 브랜드 ‘맵엔젠(MAP&ZEN)’ 설립(2010), 에코 디자인숍 ‘드림(DREAM)’ 운영(2011) 등을 거치며 노하우를 쌓았다. 이 대표는 지난 2013년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으로부터 남성 정장을 기부 받아 여성 의류로 업사이클링 한 후 네이버 해피빈에 기부하는 3개월 프로젝트를 계기로 젠니클로젯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회사는 버려진 데님(청바지의 원단) 소재를 활용, 세련된 디자인의 가방과 소품 등을 만들며 설립 6개월 만에 매출 10배 달성, 업사이클링 브랜드 최초로 동대문(롯데피트인)에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여는 등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줬다. 이젠니 대표를 만나 한국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현주소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언, 나아갈 방향 등을 들어봤다. ―최근 업사이클링 디자인 분야에 뛰어드는 업체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성이 높아졌다고 봐도 되는가.

마음을 치료하는 무용수…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춤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트러스트 무용단 김형희 단장 청소년들이 문제 행동하는 건 마음이 아프기 때문 지원금 떨어지면 사비 털고 시간 내 춤 가르쳐 무대 올려 장애인 무용수 있는 유일한 현대무용단 소외된 아이들 위한 ‘몸 대안학교’ 만드는 게 목표 삶에서 주인공 역할은 단 한 번도 주어진 적 없었다. 김현준(16·가명)군 이야기다. 마음이 아팠던 엄마는 10대 초반이던 김군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입을 닫은 것도 그때부터였다. 마음의 문도 닫았다. 집을 나왔고, 돈이 없어 물건을 훔쳤다. 휴대폰을 훔치다가 걸렸다. 싹싹 빌 부모도 없다 보니 소년원 송치 직전 단계인 ‘6호 처분(수탁 교육기관 생활)’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무대 위 주인공 역할이 주어졌다. 지난해 8월 6호 처분을 받고 머물던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서 이뤄진 김형희(53) 트러스트 무용단 단장과의 춤 수업에서다. 구석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발도 선뜻 내딛지 못한 채 흘려보낸 날도 수차례. 4개월 이상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김군이 서서히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30일, 문화역서울284 공연장에서 펼쳐진 ‘들어라! 움직여라! 소리쳐라!’ 공연. 살레시오 친구들 12명과 6명의 트러스트 무용수들, 밴드와 아프리카 공연까지 50명 이상이 참여한 큰 무대에서 김군은 넉넉하게 무대를 이끌었다. 박수갈채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마음을 많이 다친 친구였어요. 늘 혼자 있는 걸 보고 일부러 주인공을 시켰어요. 공연이 끝나고 활짝 웃으면서 와락 안기기에 수사님도 울고 저도 마음이 울컥했죠. 공연하기 전까진 애들이 바뀌는지 아닌지 잘 몰라요. 공연을 하고 나면 차오르는 에너지는 말로

[더나은미래 논단] 물 부족으로 국가 간 분쟁까지… 개도국 위한 다양한 지원 필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9명 중 1명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또한 3명 중 1명꼴인 25억명의 인구는 제대로 된 위생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수인성 질병으로만 세계적으로 매년 180만명이 사망한다. 이제 물 문제는 인류의 생존과 세계 평화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는 지난 2014년 4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 인터뷰에서, 향후 5년에서 10년 안에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영향으로 물과 식량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물 문제가 전 세계의 안보와도 직결된, 매우 중요하고도 위급한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물 문제는 비단 기후변화로 인한 물의 절대량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총량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물 부족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그 소비량의 증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세기 동안 전 세계 인구가 20억에서 60억으로 3배 증가하면서 1인당 가용한 물의 양은 58% 가까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물 부족 문제는 특히 개발도상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한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환경이 파괴되고 주변 강이나 바다가 오염됨으로써 먹을 수 있는 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체 사용 수량의 80% 이상을 농업용수에 사용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인접국가와의 물 분배를 놓고 경쟁과 갈등을 겪고 있는 경우가

[인터뷰] 영국표준협회 표준부문 수장 스콧 스티드만

“세계시장에 선도적 기업이 되려면 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국제 표준을 따르는 것 불가피” 사람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업이 이해 관계자를 대하는 방식이 중요해졌다 ISO 26000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국제 표준(standard)은 ‘좋은 물건·서비스란 어때야 하는가’ ‘좋은 기업이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국제적 합의다.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 규정을 다루는 표준 위주였다. 이제는 다르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다하는지가 중요해졌다. ISO 26000(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 표준)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국제 표준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선도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면 이런 표준을 따르는 건 불가피하다.” 영국표준협회(British Standards Institution·이하 BSI)의 표준 부문 수장인 스콧 스티드만(Scott Steedman ·사진)의 말이다. 1901년에 창설돼 올해로 11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BSI는 ISO(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설립을 주도한 표준 부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다. 95% 이상의 영국 국내 표준(BS)이 국제 표준(ISO)의 근간이 됐다. 품질관리 체계 국제 표준인 ISO 9001이나 환경 국제 표준 ISO 14001도 그 한 예다. 스콧 스티드만은 영국 왕립공학대학 부총장을 역임, 스마트 TV 등의 공학 분야 표준을 설정해온 가장 권위있는 전문가다. 지난달 28일 한국을 방문한 스콧 스티드만을 만나 ‘기업 지속 가능성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 표준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표준’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뭔가. “BSI는 세계 최초로 설립된 표준 기관이다. 당시 영국에선 산업혁명으로 토목과 건설

농가 위해서, 혼자 먹기 외로워서… 우리는 ‘밥 일’을 시작했다

바른 식문화 위해 뛰는 청년 4인 아토피 경험… 10년간 자취 생활하며 먹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 가져 산나물·고춧가루 등 농가서 직접 공수 가격보다 정직한 먹거리 우선시 ‘밥 일’ 하는 청년 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추·산나물 등 할머니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1년에 20여t 이상 유통 중인 김가영(29) 경북청송산나물밥집 ‘소녀방앗간’ 이사, 일주일에 300개가 넘는 밥 모임을 연결하는 박인(29) 소셜 다이닝 ‘집밥’ 대표, 지난 3년간 500명이 넘는 청춘들에게 ‘슬로푸드’를 전파한 장시내(24) ‘슬로푸드청년네트워크’ 대표, 숙성 식초·유기농 치즈와 요거트 등 시판 제품과는 질이 다른 식품으로 연매출 3억원을 거둔 한민성(33) ‘둘러앉은 밥상(이하 둘밥)’ 대표책임사원(이상 ‘가나다’ 순)이 ‘더나은미래’를 찾았다. 자칭 ‘밥 일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밥 잘 먹는 법’은 무엇일까. 사회=어떻게 ‘밥 일’을 시작하게 됐나. 한민성(이하 한)=2007년 자전거 여행을 하던 중 강원도 화천에서 애호박 농부 아저씨의 트럭을 얻어 탔다. 한 달간 아저씨 댁에서 일손을 거들며 숙식을 해결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10개들이 애호박 한 박스의 납품가는 2500원인데 서울에서는 1000원 정도였다. 농부와 소비자 사이에 과다한 유통마진이 끼어있던 거다. 이 불합리한 구조를 풀고자 3년 후 농산물 유통기업 둘밥을 창업했다. 장시내(이하 장)=어렸을 때 아토피를 앓았는데, 어머니가 유기농 재료로 직접 만들어주신 음식을 먹으며 건강이 좋아졌다. 이를 계기로 중학생 때부터 요리를 배웠는데, 재료들이 내가 먹고 자랐던 것과 다르더라. 제대로 된 식재료를 찾던 중 슬로푸드를 알게 됐고, 열아홉 살 때 남양주에 있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를 무작정 찾아갔다. 그곳

[Cover Story] 탈북자의 진짜 ‘홀로서기’ 저희가 힘껏 돕겠습니다

탈북 청년, 최초로 사회혁신기업을 만들다 탈북자 사회혁신기업 ‘요벨’ 박요셉 대표   박요셉(33)씨는 탈북 청년이다. 열여덟 살의 나이에 고향인 함경북도를 떠나 스물세 살에야 남한 땅에 첫발을 디뎠다. 5년여 동안 혈혈단신으로 중국을 떠돌며 양치기, 호텔 매니저, 공사판 노동자 등 어지간한 일을 다 겪었다. 20대 청년이 생각하기에 ‘남쪽 동네’에 정착하는 건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같은 문화권이고,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인데 뭐가 힘들까 싶었다. “아니었어요. 막상 와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외래어가 많이 섞여 말이 안 통해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전혀 다른 문화였어요. 마음의 상처도 크고, 가족도 그리웠어요.” 상상하지도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탈북민을 보는 시선이었다. 얼마나 배고팠는지, 얼마나 가난했는지, 국경은 어떻게 넘었는지, 죽을 뻔한 고비는 없었는지…. 어딜 가나 23년 인생, 가장 끔찍한 순간의 기억들만 후벼 파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불쌍한 사람’으로 쳐다보는 연민의 눈빛들도 불편했다. “5년 가까이 유학생들이랑만 소통하고 지냈어요. 대학에서도 외국인 친구들 하고만 어울리고, 교회도 외국인 교회로 다니고요. 영어는 입도 뻥긋 못하고 A. B. C 배워나갈 때였는데, 외국 친구들이랑은 사전 찾아 단어 하나만 보여줘도 서로 말이 통해 낄낄거렸어요. 그 안에선 저를 ‘탈북자’가 아닌 그냥 제 자신으로 봐주더라고요. 어릴 적 놀던 얘기, 소소한 일상, 보고 싶은 가족들 얘기 같은 걸 하면서요. 한국 사회 내에서 제 나름의 ‘제3의 공간’을 만든 거죠. 안 그랬으면 자존감이 많이 꺾였을 텐데, 다행이었죠.” ◇그가 남한 땅에서 살아남은 법 남한 땅을 밟은 지

“웃으며 기부하는 문화 만드는 것… 나눔 기획자 된 이유죠”

나눔콘텐츠 기획사 명랑캠페인 오호진 대표 영화·공연계 미다스의 손 영화 ‘친구’,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등 기획하는 것마다 대박 행진 나눔 기획자로 제2의 인생 ‘공연 때마다 반드시 소외계층 초청’ 조항 사회적기업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계기 “즐겁게 기부하자” 공감 영화제·낭독 연극·댄스마켓부터 나눔 관심자 대상 나눔 대학도 진행 2005년 1월, 한 청년의 이야기가 520만 관객을 울렸다. 상영 첫 주부터 흥행 1위를 고수하더니, 입소문을 타고 개봉 한 달 만에 전국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영화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이후 최고 인기였다. 다섯 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초원(2급 지적장애)군의 마라톤 완주를 다룬 영화 ‘말아톤’ 이야기다. ‘말아톤’은 2001년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57분07초 만에 질주한 배형진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스포츠·장애 등 흥행하기 어려운 요소를 두루 갖췄음에도, 관객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낸 비결에 영화계는 주목했다. 그 중심엔 1년 반 이상 장애 현장을 다니며 기획의 완성도를 높인 여성이 있었다. 바로 오호진(41·사진)씨다. “춘천마라톤을 완주한 배형진군 기사를 조선일보에서 접하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좋은 영화로 만들어내고 싶었죠. 장애인학교인 육영학교를 비롯해 장애 관련 단체들을 직접 찾아다녔어요. 영화를 기획하려면 일단 저부터 발달장애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배형진군 어머니를 인터뷰하고 몇 달간 함께 지냈어요. 입버릇처럼 ‘아들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라던 어머니 말씀에 같이 울기도 했고요. 이런 생생한 스토리가 담긴 덕분인지 기존 목표치였던 80만명보다 무려 7배 이상 많은 관객이 영화를 찾아주셨어요.” 그녀의 손을 거친 영화와 공연들은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적기업 성장모델 육성이 절실할 때

1년 반 전, 미국 대사관 주최로 릭 오브리(Rick Aubry) 스탠퍼드 경영학과 교수와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사회적기업의 성공 요건’이라는 주제로 열린 화상 강연에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릭 오브리는 1986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 중 하나인 루비콘 프로그램스를 이끈 CEO였다. 이 강연에서 그는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사회문제의 크기에 비해 사회적기업은 거의 지역(local)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어 규모의 갭(gap)이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스케일업(Scale up·영향력을 확대하고, 수혜 대상을 늘리기 위해 사회적 혁신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또한 이를 위해 전국적 규모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뉴 파운드리 벤처스’라는 플랫폼을 창립하기도 하였다. 지금 1년 반 전의 강연을 새삼 언급하는 이유는 미국 사회적기업의 파이어니어였던 릭 오브리가 강조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스케일업’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적기업 육성에서 매우 중대하고도 시급한 주제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사회적기업은 빠르게 외연을 확장해왔다. 1300여개 인증 사회적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예비 사회적기업까지 합치면 3000여개 이상의 사회적기업이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인증이나 지정을 받지 않고 다양한 사회혁신적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청년 소셜 벤처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아직 고용 규모나 사회서비스 제공 정도로 보았을 때는 그 사회적 영향력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은 육성 초기 단계여서 그렇다 할 수 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사회적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있을까?’ 질문해본다. 나의 대답은 그다지 긍정적일

시민들이 짓는 태양광발전소… “오염도시 꼬리표 뗄 거예요”

국내 최초 협동조합 태양광 발전소…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주민 140명, 10만~3000만원씩 출자 2013년 공공도서관에 1호 발전소 설립 공사비 7900만원, 누적 수익 7000만원 소액이라도 참여하면 관심 높아져 조합원 538명으로… 곧 3호 발전소 가동 “최근 경기도 광주·여주·이천 등 지역에 송전탑을 세운다고 주민들이 난리잖아요. 우린 지역 옥상이나 유휴 부지에서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바로 쓰니까 송전선로가 필요 없죠. 사회적 갈등 비용이 그만큼 절약되는 거예요. 무공해·무원료인 데다, 더운 여름에 효율이 더 좋으니 에너지 피크(peak) 시간을 버틸 힘도 생기죠.” 지난 12일 찾은 안산 중앙도서관(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옥상을 둘러보던 이창수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하 안산햇빛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옥상 문이 열리자 복잡한 철골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른 키보다 높은 철기둥이 떠받들고 있는 건 네모난 판때기. 1㎡짜리 태양광 패널 192장이 정오의 태양을 정면으로 막고 서있다. 덕분에 사방이 뻥 뚫린 옥상 바닥엔 깊고 넓은 그늘이 드리워진다. 건물 옥상 280㎡(84.7평)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다. 안산 주민 140명이 힘을 모아 세운 안산햇빛협동조합 작품으로,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이 만든 시민 주도형 발전소다. 이창수 이사장은 “이 일 시작하고 나서 날씨에 민감해졌어요(웃음). 겨울엔 햇빛이 귀한데, 오늘은 볕이 참 좋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발전 계량기처럼 보이는 화면엔 ’26’이란 숫자가 찍혀 있다. “현재 전기 26㎾가 만들어지고 있네요. 총 30㎾를 만들 수 있는 발전기니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죠.” 이창수 이사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그 옆에 ‘67438’은 발전기가 세워진 이후 만든 전기의 총량(㎾)인데, 이 양이면 230가구가 한 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