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0곳 지점 오픈… 굿윌스토어의 전성기 비결

오전 10시 10분. 개점 시간이 20분 남았는데도 10여명이 줄을 서 있다. 문을 열자마자 매장 안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와 매대에 놓인 물건을 집어 간다. “매일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니까 보물찾기하는 기분으로 와요.” 전국 33개 매장에서 400여명의 장애인이 일하는 ‘이곳’은 기부받은 상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다. 굿윌스토어에서는 발달장애 직원이 함께 근무한다. 2011년도에 입사해 13년째 근무 중인 영업팀 윤승현(37)씨도 그중 하나다. 윤 씨는 “일하면서 사람 상대하는 법도 배우고 옷도 정리할 수 있게 됐다”라며 “직원과 대화가 잘 통하고 내 말을 잘 알아들어 주어 고맙다”라고 말했다. 창고에서 생활용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던 이관태(34)씨는 “직원 복지로 단체 워크숍을 통해 부산에 놀러 가 사진을 찍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허경태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 국장은 “굿윌스토어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계의 ‘삼성’이라 불린다”고 전했다. 2018년도까지만 해도 전국 5개였던 굿윌스토어 매장은 올해에만 열 군데에 새 지점을 연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금융그룹미래재단과 협약을 맺어 10년간 300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올해에는 CJ제일제당과 연간 50억원 규모의 식품을 기부받는 협약도 체결했다. 지금은 바야흐로 굿윌스토어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굿윌스토어는 어떻게 ‘전성기’를 맞이했을까. ◇ 사회복지를 비즈니스 관점으로 전환해 지속가능성 높였다 핵심 비결은 ‘비즈니스 관점’으로의 전환에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마련해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했다. 2019년 3월, 밀알복지재단은 굿윌본부를 만들었다. 한상욱 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 총괄본부장은 “사회복지와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해 이익을 남겨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전환의 시작은 물류를

WWF가 63년 만에 ‘야생동물’에서 ‘생물다양성’으로 전환한 까닭은

판다 로고로 잘 알려진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달, 6개 주요 보전 영역 중 ‘야생동물(Wildlife)’을 ‘생물다양성(Biodiversity)’으로 전환했다. 1961년 설립 당시 ‘세계 야생동물 기금(World Wildlife Fund)’이란 이름을 가지고 출범한 만큼, 야생동물이 가장 큰 보전 목표 영역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는 WWF의 ‘제2막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WWF에 따르면, 약 1년 전부터 관련 논의가 진행됐다. 202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DB)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GBF)를 바탕으로 시작된 안건이다. GBF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하고 지킨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WWF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팀 전수원 팀장은 “GBF 달성을 위해 서식지 보전 활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야생동물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인 생물다양성으로 보전 영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의 생물종(Species)의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Ecosystem)의 다양성, 생물이 지닌 유전자(Gene)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생물다양성은 깨끗한 물과 공기 같은 생태계 서비스의 기반이 되며 의약품과 화장품, 식료품 등의 산업과도 관계가 깊다. WWF의 행보는 생물다양성 보전이 시급하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 WEF)은 지난 1월 발간한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24’에서 자연 리스크로 인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까운 44조달러(약 6경67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320개 기관, ‘자연자본 공시’ 약속  위기를 직감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2021년 6월에는 자연 관련 정보공개 체계 협의체인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수달의 서식지를 보호하라”…카카오 T ‘기브셔틀’ 타보니[더나미GO]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원봉사 현장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2022년 전국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사람은 53만여 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2019년 125만 6421명)에 견줘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감염병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크게 위축된 자원봉사, 더나은미래는 ‘더나미GO’ 코너에서 기자가 직접 ‘봉사자’로 참여해 다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눔의 현장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즐비하게 들어선 나무 아래 풀숲이 펼쳐져 있다. 버드나무와 갈대를 비롯해 눈부시게 푸른 자연이 우리를 맞이하는 곳, 수달 서식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바로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떨어진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울타리 옆 흙길을 걷다 보면 도심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도심 속 자연에도 골칫거리가 있다. 우거진 풀숲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단풍잎과 닮은 잎이 달린 덩굴이 풀들을 휘감고 있었다. 이 덩굴의 정체는 생태 교란종인 ‘환삼덩굴’이다. “환삼덩굴 얘가 나 어릴 때부터 문제였어. 보이면 다 뽑고 그랬는데. 어릴 땐 수풀이 천지라 무슨 풀인지 다 알지. 뿌리 부분이 붉으니까, 붉은 부분을 찾아서 뽑으면 되겠네.” 작은 갈퀴를 쥐고 머뭇거리던 기자 곁에서 함께 봉사에 참여한 어르신이 환삼덩굴의 뿌리를 뽑아 들며 말했다. 지난 11일, 기자는 직접 ‘기브셔틀’을 타고 봉사 여행을 떠났다. 기브셔틀이란 자원봉사와 여행을 결합한 봉사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다.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과 함께 강연과 교통편을 지원한다. 총 5개의 테마로 달마다 이뤄지는 기브셔틀의 6월 주제는 ‘생태종 보호’. 수달의 서식지를 보호하겠다는 일념으로 약 50명의 봉사자가 모였다. 기브셔틀의 시작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자원봉사 장소로 이동하는 것. 카카오모빌리티는 광명시청

우리가 직접 말하는 4人4色 자립 이야기

매년 약 2000명의 청년이 만 18세가 되면 아동보호시설을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부른다. 서울시 ‘2022 서울청년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들의 예상 독립 나이는 평균 30.6세.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은 보호자가 있는 청년층의 자립 시기보다 12년이나 이른 셈이다. 최근 기업 사회공헌의 화두는 ‘자립준비청년’이다. 비극적이지만 청년들의 희생이 거름이 된 탓이다. 지난 2022년 광주에서 20대 자립준비청년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고, 작년 6월과 7월 충남 천안에서도 2명의 보육원 출신 청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14주년 특집으로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4인을 한자리에 모아 ‘자립의 성공 요건과 바람직한 지원책’에 대해 물었다.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모유진(28)씨,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로 알려진 박강빈(26)씨, 전(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자 자립준비청년 지원 단체 SOL 대표인 윤도현(22)씨, 한예종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기아대책 음악특기생인 이석원(30)씨가 참여했으며, 좌담회는 모유진씨가 경기도 성남에서 운영하는 아라보다 카페에서 진행됐다. ―각자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의 경험과 생각을 세상에 알리는 ‘캠페이너’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모유진=2년 전, 자립준비청년으로서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 ‘숨김없는 말들’을 출간했습니다. 2021년부터 기아대책 ‘마이리얼멘토’로 활동하며 멘티들과 소통하고 있어요(성악을 전공한 모씨는 여러 장의 음반도 발표했다).   박강빈=봉앤설이니셔티브에서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이주배경청년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하고 있습니다(박씨는 2022년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해 자립준비청년의 고충을 알렸다). 이석원=바이올리니스트 이석원입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UIM(United In Music) 콰르텟의 리더입니다(이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지휘과를

“이제는 경계를 넘어 더 큰 변화로”

더나은미래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소셜섹터 10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전문가 10인에게 물었다. 이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 투입과 배분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소셜섹터의 경계를 더 확장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주요하게 언급한 성과는 ‘비영리 조직 외에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등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가 다양해진 것’과 ‘ESG의 주류화’를 꼽았다. 2014년 1251개였던 인증 사회적기업은 2022년 3534개로 늘어났고, 현재 고용 인원은 6만명이 넘는다. 2021년 기준 소셜벤처 수도 2184개로 2019년 최초 실태조사 이후 2배가량 증가했다. 이상진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는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시장 내에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라고 해석했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연구센터 실장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기후변화, 회복 탄력성 등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커졌고 ESG 광풍을 타고 기업의 관심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 사회적 기업의 가치가 더 빛난 사례도 있다. 환경 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온IPM은 주거 환경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  고위험군 대상자에게만 방역을 집중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성훈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은 “서비스가 필요없는 주거 환경에 방역을 가면 역효과가 생긴다”면서 “일반 기업이라면 코로나 시기에 과실을 누리는 것에만 집중할 텐데 본질에 집중해 지자체 예산까지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변화다.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SNS를 중심으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개인과 네트워크 차원의 공익 활동과 사회 참여가 많아졌다”면서 “동물권과 환경

늘어나는 지원이 사각지대도 메울까 [자립준비청년 지원책 흐름과 한계]

현금·인력지원 커져도 사각지대 여전해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해 줄 어른’ 최근 정부와 지자체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책을 강화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2월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자립 지원 정책 대상자를 기존 18세 이후 보호 종료자에서 15세 이후 보호 종료자까지 확대했다. 보호 종료 후 5년간 지급되는 자립 수당은 올해부터 10만원 추가 인상된 월 50만 원이다. 2023년에는 의료비 지원 사업도 신설해 자립준비청년에게 건강보험 본인 일부 부담금을 지원한다. 전국 17개 지자체는 시설에서 독립한 만 18세 자립준비청년에게 자립 정착금을 지급한다. 서울시의 2021년 자립 정착금은 500만원이었으나, 올해 2000만원이 돼 3년 만에 4배로 올랐다. 현금성 지원에 더해 인력 지원도 강화됐다. 복지부는 17개 시도 자립 지원 전담기관에 배치되는 전담 인력을 지난해 180명에서 올해 230명으로 늘린다. ‘바람개비서포터즈’의 규모도 확대했다. ‘바람개비서포터즈’란 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보호 아동들의 자립 준비를 지원하는 멘토단이다. 2021년 17명에서 2023년 107명으로 인원이 늘었고, 지난해부터는 월 10만 원의 활동비도 신설해 지원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공공·민간의 다양한 자립 지원 사업을 한 번에 확인하고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자립정보 ON’을 선보였다.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 연구원은 “지원책이 늘어나며 쏠림 현상이 생겨 지원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졌다”며 “유사한 사업이 많기 때문에 사업 현황을 논의하고 지원 공백을 찾아 조정할 수 있는 민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서는 연락 두절 등 지원 대상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한계도

공익 업계 리더 7인의 더나은미래 창간 14주년 축하 메시지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창간한 ‘더나은미래’가 14주년을 맞았습니다. 창간 14주년을 맞아 공익 업계 전반을 조망하고 방향을 제시해주고 계신 공익 업계 리더 7인의 축하 메시지를 전합니다. 더나은미래를 함께 만들어주신 많은 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관점과 방향을 잃지 않는 기사로 부응하겠습니다(이름 가나다순). /편집자 박란희 임팩트온 대표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미디어. 공익생태계 버팀목 더나은미래를 아끼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향후 100년도 이끌어 줄 겁니다. 윤세리 온율 이사장 사회문제가 단순 빈곤과 인구 과잉에서 상대적 빈곤과 저출산 노령화로 바뀌면서 비영리법인과 기업의 사회적 공헌 방향 모색이 절실합니다. 더나은미래가 14주년을 맞아 그 향도 역할을 잘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유훈 경기도사회적경제원장 창립 14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나은 생각으로 더 나은 미래를 그려 주시길 기대합니다. 정무성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 더나은미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대표적 공익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지난 14년 동안 진정성 있게 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혁신가들을 발굴해 함께 도전하는 공익 미디어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창간 1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명칭처럼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데 선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경쟁과 함께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더 관용과 배려의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대식 KCOC 사무총장 각각의 공익활동이 나무라면, 이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숲을 만드는 일을 더나은미래가 지난 14년간 쉼 없이 해주셨습니다. 국제개발협력의 140여 개 비영리

[창간 14주년 특집] 이슈로 본 공익 생태계 14년 히스토

2010년 5월 조선일보 공익섹션으로 창간된 ‘더나은미래’가 14돌을 맞았습니다. 새롭고 자극적인 뉴스가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공익’이라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보도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분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입니다. 이슈가 이슈를 덮고, 자기 홍보가 우선인 시대입니다. 더나은미래는 공익 분야 14년의 히스토리와 맥락을 짚어보는 긴 호흡의 특집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14년을 돌아보며 공익 전문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정리해봅니다. /편집자 #1. CSR 개념의 확산, CSV에 열광한 한국 기업   본지는 창간호(2010년 5월 4일자)에서 2010년 하반기 발표될 예정인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국제 표준인 ‘ISO 26000’ 대응 방안에 대해 보도했다. 이를 기점으로 한국에서도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거래, 공동체 참여 및 개발 등 7개 주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더나은미래는 2012년 창간 3주년을 맞아 ‘ISO 26000 기준 CSR 평가 모델 설명회 및 해외 진출 기업의 글로벌 CSR 전략’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본지 66호(2013년 4월 9일자)에서는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CEO를 대상으로 ‘기업 CSR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도했다. ‘CSR에 사용되는 비용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61명)의 90%에 해당하는 CEO(55명)는 ‘투자’라고 답했다. 2010년 5월 4일 사회적 책임에 당당하라… 新무역장벽을 넘어라 2013년 4월 9일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CEO 설문조사] 사회공헌 비용, 지출 아닌 ‘투자’… CEO가 직접 챙긴다 2014년 5월 27일 EU 기업 비재무 활동 공개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로 알려진 박강빈(26)씨가 지난달 열린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자립은 자립준비청년만의 과제가 아닌 누구에게나 주어진 과제”

“저는 ‘보통의 청년’으로 불리고 싶어요. 수식이 필요 없는, 결국에는 저를 정의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인식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로 알려진 박강빈(26)씨가 지난달 성남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자립준비청년과 청년간의 구분선을 모호하게 하는 것이 인식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박강빈씨는 현재 봉앤설이니셔티브에서 사회공헌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봉앤설이니셔티브는 배달의민족 김봉진 창업자와 아내 설보미씨가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다. 그는 이곳에서 “당사자성이 곧 전문성”이라는 마음으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그의 첫 자립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찍 취업해 대기업 사원으로 입사한 상태에서였다. 그는 “돈벌이가 좋으니 잘 자립하겠지라며 생각했지만 금융에 대한 현실감각이 없었다”며 “외로움에 취약한 시기라, 누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다 빌려줬다”고 전했다. 시설 내에서는 금융 지식과 같은 자립에 대한 배경지식이 얕았다고 부연했다. 그에게 자립의 두려움보다 더 큰 어려움은 바로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의 원인 중 하나는 ‘부족한 지지 체계’였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진학, 취업, 연애 등 생애주기에 따른 고민을 나눌 지지 체계가 다른 사람들보다 부족하다”면서 “변호사 집에서 변호사가 나고, 의사 집에서 의사가 난다는 말이 있는데 자립준비청년들의 진로 분포도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진로 탐색의 생애주기에서 간접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자립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라는 것이다. 그가 자란 시설에는 대학에 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고등학교 졸업 후 그의 선택도 취직이었다. 시설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들의 간접 경험은 그 공간의 경험이 다였다. 간접 경험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자립의 형태는 저렇겠구나 유추할

전(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자 자립준비청년 지원 단체 SOL 대표인 윤도현(22)씨가 지난달 열린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 덕에 인생의 전환점 맞아

“정치를 해보니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하단 생각도 들어요. 제가 비대위원으로 들어갔을 때 ‘왜 이 사람이 정치를 하냐’는 말도 들은 적이 있어요. 자립준비청년이 전체 인구 집단으로 봤을 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청년의 일부기도 하거든요. 결국 당사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적인 공감대도 높여가야 한다고 봐요.” 전(前)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인 윤도현(22)씨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 정치 경험을 풀어냈다. 윤씨는 지난해 말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중 최연소 영입 인재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이 겪고 있는) 사각지대의 목소리가 사회에 전달되는 다리”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 자립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로 나온다는 것에 주목해 실생활 적응을 돕는 ‘자립준비청년 학교’, 자립 정보 플랫폼 ‘자립 정보 ON’ 고도화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유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인 윤씨는 자립준비청년과 후원자를 잇는 단체 SOL(Shine On Light)을 운영한다. 2021년에는 자립활동가 13명과 함께 자립 준비 경험을 담은 책 ‘우리가 마주한 세상에는 지도가 없었다’를 출판했다. 18년 동안 보육원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그가 주목한 것은 ‘사회를 나와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 그는 “보육원 구조 자체가 일대다(1대多) 이기에 시설에서 의지할 사람을 찾기보다는 외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며 “선생님이 자주 바뀌는 것이 현실이니 시설 선생님이 아니어도 내가 의지할만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운영하는 단체 SOL은 홈페이지에 상담소를 열고, 오픈 채팅을 운영하며, 힘든 일이 생긴 자립준비청년들이 상시 연락할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 양부모님을 만나 2년간 함께

한예종 출신 바이올리니스트로 기아대책 음악특기생인 이석원(30)씨가 지난달 열린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내가 원하는 것을 학습하며 나만의 특기를 찾아야”

“결국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자립이 돼요. 잘 할 수 있는 나만의 특기를 찾아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할 수 있어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유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석원(30) 씨는 UIM(United In Music·이하 UIM) 콰르텟의 리더다. 지난 3월 기아대책의 후원으로 첫 정기연주회를 연 UIM은 올해로 창단 9년째인 현악 4중주 그룹으로, 모두가 ‘자립준비청년’ 출신이다. 이 씨가 자립하게 된 것은 2013년도. 이불과 옷가지 몇 개가 가진 것의 전부였다. 아는 형 집에 얹혀살며 LH 대학생 전세주택을 신청했다. 그는 “보증금 백만 원도 없어 주인 할머니가 대신 보증금을 내주며 도장 인감을 찍어준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지원받는 금액은 월 30만 원. 주거 이자와 휴대전화 비용을 내고 나면 사라지는 돈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학식도 비싸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누가 보면 손가락질할까 빨리 먹었다”며 “모든 걸 30만 원 안에서 하려고 하니 대학 친구가 없을 정도로 삶이 빠듯했다”고 회상했다. 대회 준비 비용은 바이올린 현까지 아껴가며 마련했다. 그는 도움 받을 생각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답했다. 그가 악기를 만난 것은 보육원 안이었다. 그는 “보육원에서 다양한 체험을 해보며 재능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능력을 찾아내고 상담도 많이 하면서 자신의 길을 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도 ‘특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는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모유진(28)씨가 지난달 열린 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자립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것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면 크레이터(Crater)가 생겨요. 그걸 억지로 메우려고 하면 많은 시간이 들죠. 하지만 크레이터에 물이 고이면, 주위 동식물을 살릴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진 샘이 돼요. 자립준비청년은 크레이터를 가졌지만 그만큼 먼저 ‘샘’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청년이에요”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모유진(28)씨가 지난달 그가 운영 중인 카페 ‘아라보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강의를 나가면 꼭 해주는 이야기”라며 전한 말이다. 모유진 씨는 2022년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숨김없는 말들’을 출간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이었다. 열한 살 때 위탁 가정에 보내진 그가 ‘자립’을 하게 된 건 스무 살. 위탁 가정에서 학대를 받아 야반도주를 했다. 중학생부터 꿈꿔온 자립의 날. 모두가 잠든 밤에 편지 한 장을 두고 나와 점퍼를 덮고 잤다.  열세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급 천 원을 받기도 했던 그는 현재 카페이자 공방인 ‘아라보다’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 이름인 ‘아라보다’는 ‘경작하다, 항해하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arare’에서 따왔다. 경작하듯 생명이 자랄 수 있도록 땅을 고르고, 항해하듯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라보다는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한다. “우리의 경험을 먼저 나누며 위로와 용기를 전할 때 살아있는 기분”이라는 모유진 씨에게 자립의 성공 요인 세 가지를 물었다.  그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건강하고 긍정적인 멘토”다. 학원비와 교통비를 지원해 꿈을 꿀 기회를 마련해준 음악학원 원장님부터 식대를 지원해 준 과외 선생님까지. 그에게는 울타리가 되어 지켜준 ‘멘토’가 있었다. 2021년부터 기아대책 ‘마이리얼멘토’로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