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1일(목)

‘기후위기’를 해결할 기업을 찾아라…기후테크 전성시대 [기후가 기회다]

지구촌 곳곳의 이상 고온 현상,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폭우… 점점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니라 ‘내 일’로 체감되고 있습니다. 각종 지표는 다소 비관적이지만,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해법을 찾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기후테크는 ‘인내 자본’이 더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합니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며, 더나은미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조명하는 [기후가 기회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 주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기후 문제 해결의 새로운 주체로 떠올랐다. ‘기후기술’이라고도 불리는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된 기술을 의미한다. 기술을 통해 기후 위기를 해결한다는 것. 최근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의 투자와 지원이 이어지며 기후테크 스타트업 전성시대의 막이 열렸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테크를 ①재생 에너지 생산 및 분산화 기술을 개발하는 ‘클린테크’ ②공기 중 탄소포집·저장 및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카본테크’ ③자원순환, 저탄소 원료 및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에코테크’ ④식품 생산·소비 및 작물 재배 과정 중 탄소를 감축하는 ‘푸드테크’ ⑤탄소관측·모니터링 및 기상정보를 활용해 사업화하는 ‘지오테크’ 총 5개 분야로 분류해 제시한 바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기후테크에 투자하는 펀드 조성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4일, 글로벌 투자 운용사 누빈자산운용(Nuveen)은 최근 1억 8600만달러(한화 약 2577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후포용펀드 2호(Global Climate Inclusion Fund II)’를 1차 결성했다고 알려졌다. 누빈자산운용은 약 1조 2500억달러(한화 약 1662조원)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미국 교직원연금기금(TIAA) 산하 자산운용사다.

올해 3월, 독일 베를린 기반의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탈(VC) ‘월드펀드’는 3억 유로(한화 약 4529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유럽에서 결성된 기후테크 벤처펀드 중 최대 규모로, 탈탄소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주요 LP로는 영국 환경청 연기금과 유럽 윌트셔주 연기금 등 주요 연기금이 있으며, 독일의 친환경 검색 엔진으로 알려진 에코시아(Ecosia)도 포함됐다.

정책자금, 인재까지 몰리는 기후테크 생태계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3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정책자금 420조원을 민관 합동으로 기후기술 분야에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더해 기후기술펀드·혁신성장펀드·성장사다리펀드로 9조원 규모를 투자한다. 지난 15일 ‘기후기술펀드’의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위탁운용사(GP) 선정계획을 공고했다. 금융위는 “우리나라는 탄소배출 및 전력사용량이 많은 제조업의 수출 비중이 높아 각국의 환경규제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경기도는 지난해 3월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추진해 2026년까지 기후테크 분야 우수 스타트업 100개 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33곳을 선발해 평균 4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또한 4월 기후위기 대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경기도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특별보증’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자금 및 교육 지원을 통해 기후테크 인재를 키우고 널리 알린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 4월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임팩트 투자자들과 사회혁신 기관들의 네트워크인 ‘AVPN(아시아 벤처 필란트로피 네트워크) 글로벌 콘퍼런스 2024’와 6월에 개최된 ‘2024년 제21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구과학총회’에서 기후테크 인재 육성 및 사업화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기후테크 연구와 의미를 전하고 소통하고자 기후테크 공개 강연을 열었다. 강연에는 일반 대중 130여 명이 참석했다.

LG전자와 LG화학이 조성한 인재육성 통합지원 플랫폼인 LG소셜캠퍼스는 지난달 ‘LG소셜펠로우’ 14기로 기후테크 스타트업 8팀을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사업 자금과 함께 맞춤형 컨설팅 및 LG와의 협업 기회가 지원된다.

지난 6월 13일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가 함께 개최한 ‘기후위기의 게임체인저, 바다에서 찾은 기후테크의 미래’ 행사 현장의 모습. /소풍벤처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투자사도 눈에 띈다.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2022년 4월 국내 최초로 기후테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100억원 규모의 기후펀드 ‘임팩트 피크닉 투자조합 1호’를 결성했다. 이에 더해 올해 3월에는 250억원을 목표로 2호 펀드를 출자했다. 지난 6월에는 카카오임팩트와 함께 ‘기후위기의 게임체인저, 바다에서 찾은 기후테크의 미래’ 라는 주제로 월간클라이밋 6월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히 해양과 관련된 기후테크 기술과 관련 기업을 소개한 이번 행사에는 기후·해양 전문가, 투자자, 창업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기후테크, 사회서비스, 농식품 등 ESG·사회공헌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강화해 온 한국사회투자는 올해 2월 기후테크, 농식품테크 등에 투자하는 자체 모금 펀드 ‘임팩트 퓨처’를 선보였다.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ESG 경영이 떠오르며 기업이 환경 보호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기후테크에 자본이 몰려 기술개발에 투자가 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부상의 배경은

이러한 전성시대의 배경은 RE100을 비롯한 탄소중립 관련 규제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했다는 것.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 및 환경 관련 규제와 정책이 작동되면서, ‘기후’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글로벌 규제와 정책이 기후테크 시장을 만들고, 관련 보조금 또한 대규모로 조성된 상태”라며 “거대한 산업 전환에 따라 민간에서의 투자도 늘어나는 것을 보면 시장 전망이 대단히 밝다”고 강조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기후 문제 해결의 새로운 주체로 떠올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달리를 통해 제작된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달리

그러나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돕는 전문가들은 ‘기술 차별성’과 ‘사업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표는 “혁신적인 해결책이 되는 기술을 제시할 수 있어야 더 큰 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규제와 정책이 기후 기술 시장을 만든 만큼 글로벌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한 대표는 ‘하이임팩트 하이리턴(High impact, High return)’이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겸 기후테크센터장은 “금융이 받쳐주기 시작하면서 ‘기술로 기후를 해결한다’는 것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기후 위기 심화에 따라 기후테크도 함께 ‘우상향’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정학적으로 기후 변화가 큰 우리나라의 기후를 해결하는 기술이라면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후테크 수요도 크기에 경쟁력 있는 기술이 사업화된다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도가 높아진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수종 교수는 “그동안 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해왔기에 대부분의 기업이 에너지 분야에 쏠려있다”며 “못 하는 게 아니라 해 보지도 않은 상황이기에, 산업 다양성을 갖춘 다음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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