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화)

불 안 붙는 친환경 ‘물 배터리’ 만드는 ‘코스모스랩’ [기후가 기회다]

‘친환경’이라고 널리 알려진 전기차에는 두 얼굴이 있다. 제조 공정에서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전기차의 탄소발자국을 자체 분석한 결과, 전기차 한 대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17톤 중 5.3톤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 단계에서는 탄소 배출을 하지 않지만, 배터리 면에서 전체 배출의 30%에 달하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배터리에도 ‘친환경’이 필요한 이유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히 배터리를 만드는 우리를 위해 유독하지 않은 물질로 ‘물 배터리’를 만들자고만 생각했어요. 더 많은 분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소재에도 집중했죠. 4년 차가 되니 주변에서 저희 기술을 ‘친환경’, ‘사회적 기여’로 알아주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추구해 온 것이 사회 전반에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되면서, 사회적 가치에도 집중하게 됐어요.”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저렴한 배터리를 만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 ‘코스모스랩’ 이주혁 대표의 말이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 박사과정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자’로 경력을 쌓던 이 대표는 박사과정 당시 도전한 카이스트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창업가’로의 커리어를 전환하게 됐다. ‘물 기반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수상 후 퓨처 플레이의 씨드 투자 유치에 따라 ‘코스모스랩’이 됐다. 

이주혁 코스모스랩 대표가 자사 배터리의 특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코스모스랩

2021년 설립된 코스모스랩의 주요 사업은 ‘친환경 물 배터리’ 제품을 판매하는 것.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전동식 킥보드를 비롯한 소형 이동수단 등의 제조사가 주요 고객으로, 이들에게 B2B 형태로 배터리를 공급한다.

‘친환경’의 비결은 바로 ‘저탄소 제조 프로그램’과 ‘재활용 원료’다. 이 대표는 “코스모스랩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몇 가지 핵심 공정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배터리를 만들어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수분 제거’ 공정을 완벽하게 제거했다. 이 대표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분에 취약해 물이 들어가면 품질이 떨어지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엄격한 수분 제거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며 “코스모스랩의 경우 ‘물 배터리’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저탄소’ 공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모스랩이 사용하는 배터리 전극의 핵심 소재는 목재 폐기물에서 온 활성탄소다. 이 대표는 “활성탄소는 야자수 껍질 같은 걸 태워서 만드는데, 매년 600만 톤 이상 버려지는 목재 폐기물을 태워 ‘업사이클링’ 원료로 사용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스모스랩에 따르면, 목재 폐기물을 활성탄소로 변환할 경우 매립에 비해 1톤당 163k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친환경’을 택하니 ‘가격 경쟁력’이 따라왔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제조 공정을 없애고 재활용 원료를 활용하면서 자연스레 가격도 저렴해졌다.

코스모스랩의 ‘친환경 물 배터리 셀’ 제품 이미지. /코스모스랩

코스모스랩의 배터리는 ‘친환경’을 넘어 ‘안전’까지 챙긴다.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는 배터리 화재 문제가 발생했다. 화재의 원인은 바로 액체 전해액이 불이 붙는 성질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랩의 ‘아연-브롬 물 배터리’는 내부의 전해액으로 ‘물’이 들어가 불이 붙지 않는다. 이 대표는 “종이가 물에 젖어있으면 불이 붙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모스랩 임직원 17명 중 10여 명이 배터리 업계 엔지니어다. 이들의 목표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 방식을 시대 요구에 맞게 효율화’하는 것. 이 대표는 “현재 인류가 찾고 있는 배터리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배터리”라며 “향후에는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필수적인 ESS 특화 배터리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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