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빈부 격차 없애려면 의학 지식 격차 줄여야

서정욱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선진국과 저개발국가의 건강 지식 격차를 메울 방법을 오래도록 고민해온 의사가 있다. 2000년부터 의료계의 정보화 흐름을 주도해온, 서정욱(58·사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다. 서 교수는 2000년부터 서울대학교병원의 정보화 혁신 사업을 담당해왔다. 환자들의 건강 기록을 의사들이 손쉽게 공유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에 전자의무기록을 도입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있는 12만건의 전자정보를 구조화해 전자도서관 사업을 추진한 것도 바로 그다. 현재 그는 (사)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이사로 재직하면서 글로벌한 ‘오픈 액세스’ 운동을 시작했다. 저개발국가에서 생산되는 의학 정보를 전 세계에 전파시키는 지식 공유 프로젝트다. “저개발국에 전기와 컴퓨터를 보급해서, 선진국의 의학 정보를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기후, 풍토 등 지역 환경에 따라 질병도 다르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약의 종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지 상황에 맞는 의학 정보를 직접 생산하도록 돕는 게 최우선 과제지요.” 기후나 환경이 비슷한 지역끼리 의학 정보를 공유하면 더 효율적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 교수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각 지역의 의학 논문을 실시간으로 검색·공유하는 ‘지역별 펍메드(pub med·의학논문 검색 사이트)’를 구상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먼저 한국이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의 펍메드를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였다. “베트남, 네팔,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도 훌륭한 의학 학술지들이 있었지만, 국제 저널(SCI)에 게재되는 논문 수는 손을 꼽습니다. 저개발국에서 쓴 논문은 거짓 정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들의 의학 지식도 가치 있다는 설득이 필요했습니다.” 2005년 필리핀 정부기관을 방문한 서 교수는 한국과 의학 정보

“제가 받은 ‘재능나눔’ 다시 나누고 싶어요”

바리톤 김진추씨의 음악 멘토링 “보육원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단 한 사람이라도 제 노래를 듣고 감동받았으면 좋겠어요.” 준희(18·여수정보고3)군의 꿈은 성악가다. 초등학교 시절 동요대회에 나가면 “성악가의 소질이 보인다”는 심사평을 듣곤 했지만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어렵게 사는 준희군에게는 맹목적인 꿈일 뿐이었다. 작년부터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준희군의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지난 6월, 준희군의 꿈을 응원하는 한 명의 멘토가 등장했다. 국내 명사들의 나눔이야기를 듣는 어린이재단 ‘나눔톡콘서트’에서 만난 바리톤 김진추(40)씨다. 김씨는 한양대 음대, 이탈리아 마스카니 국립음악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국내 최정상급 바리톤 성악가다. 김씨는 준희군의 사연을 듣고 4개월째 무료로 정기적인 멘토링을 하고 있다. 준희군은 한 달에 3-4번 여수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김씨에게 레슨을 받는다. 연습한 노래를 mp3에 녹음을 해서 김씨에게 체크를 받기도 한다. 아직도 준희군은 “성악을 꿈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감격하다가도 “비싼 등록금이 걱정이 되긴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연말까지 오페라 3편에 잇따라 출연하기 때문에 분초를 쪼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김진추씨가 선뜻 준희군의 멘토를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재능나눔으로 큰 혜택을 입은 옛 경험 때문이다. “1학년 때 35명 중에 꼴찌를 했어요. 소리가 해결이 안 돼서 고민이 많았는데 제 얘기를 들은 베이스 유신선 선생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선생님이 쉽게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암 덩이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소리가 탁 트이면서 3배는 커졌습니다. 2학년 1학기 때는 과에서 1등을 했죠.” 준희군도 김씨에게 레슨을 받은

[Cover Story]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⑩… 한국 특수교육 일군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3代

‘장애인을 내 가족처럼…’ 3대째 실천하는 가족 맹아학교 기숙사에서 3대 모두 장애인과 먹고 자고 함께 생활 조부는 대학과 특수학교, 아버지는 특수교육학과, 이총장은 K-PACE 설립 학생들 하고픈 일 있다면 잘 하도록 돕는 게 목표 철저한 신원조회로 자식처럼 장애인 보살필 특수교사 채용 미국 한국도 이런 변화 필요 사회복지시설이 전무하던 시절, 시각장애·청각장애·지체부자유·정신지체·정서장애 등 5개 특수학교를 한곳에 세운 사람이 있다. 국내에서 장애인 인권 운동이 시작된 1988년보다 무려 32년 전에, 특수교육 지도자 양성을 시작한 인물이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이도 있고, 국내 최초로 발달 장애인을 위한 고등교육 전문 기관을 설립한 사람도 있다. 이름 석 자 뒤에 ‘최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들. 한국의 특수교육을 이끈 네 사람, 아니 한국 특수교육의 역사를 써 내려간 한 가문의 이야기다. “대학 캠퍼스 안에 이렇게 주차장이 많으면 장애인이 보행하기 힘들어요. 미국 대학들은 캠퍼스 안에 주차 공간을 만들지 않습니다. 만약 무단 주차를 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하고, 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 없어요. 아직 우리에겐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25일 만난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의 머릿속엔 온통 장애인 생각뿐이었다. 특수교육 역사관, 장애인 지원센터 등 대구대 곳곳을 소개하는 와중에도 그는 “장애인 전용 캠퍼스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든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사이버 강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등 장애인 복지와 교육 방향을 제시하느라 바빴다. ◇장애인과 함께 자란 이근용 대구사이버대 총장 5개 특수학교가

“돈 많이 번다고 다 행복한가… 사회적기업으로 값진 가치 얻길”

청년 사회적기업 경진대회 수상자 8인 대담 경제력·경험 부족한 청년 기업 실패 후 재기 돕는 시스템 없어 미국은 졸업 후 취업에 플러스 한국은 오히려 경력상 마이너스 사회적 관심과 경제적 지원 필요 시민 힘 확장하고 인식 변화해야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개소식이 있었다. 서울시는 앞으로 이 공간에 사회적기업 전문대학원, 사회혁신센터 등을 추가해 사회 혁신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사회적 경제 시대에 주역이 될 청년. 그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들어보기 위해 각종 사회적기업 경연 대회에서 수상한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올해 SK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페스티벌 우수상을 차지한 김영진(31)·조재련(26) 제로디자인 공동대표와 허인재(32) 아트리움 대표, 현대차정몽구재단 H-온드림 오디션 대상을 수상한 김종식(45) 녹색친구들 대표와 홍성재(29)·신윤예(27) 러닝투런 공동대표, SK세상 콘테스트 2등상을 받은 한상엽(28) 위즈돔 대표, 2011 효성 소셜챌린지 수상자인 서현주(32) 삼분의 이 대표 등이 대담에 참여했다. 사회=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적기업 경연 대회에서 수상했는데, 어떤 사회적기업인지 소개해달라. 김영진·조재련=작년 8월, 캄보디아로 단기 선교를 갔다가 빛이 없어 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고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공대 출신이라 적정 기술을 생각했다. 현재 캄보디아 현지에 태양광 전등 렌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전등을 서로 연결해 더 강한 빛을 낼 수 있는 ‘멀티 태양광 전등’이라는 점이 기존 제품과 다르다. 개당 15달러에 납품해 현지인들 스스로 렌털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김종식=국공유지에 짓는 임대주택을 패시브하우스(최소 에너지로 생활 가능한 주택)로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⑨ 사진작가 조세현

12년간 이어온 사진 봉사…비영리단체 설립해 나눔 올인 입양아 안은 스타들의 사진전 10년째 열어 소년원생·노숙자 대상 사진 강의하기도 사진으로 자아 찾아 자폐아 치료에 활용 시대 맞춘 교육 필요 다양한 환경서 꿈 키워야 스타 연예인 화보 사진과 신제품 마케팅을 위한 잡지 광고 촬영까지…. 12년 전까지만 해도 조세현(54) 사진작가의 일정은 이렇게 채워졌다. 하지만 요즘 그의 일정표엔 노숙인 사진 교육, 소외 계층 아동 사진 치유 프로그램, 다문화 가족, 입양아를 위한 사진 촬영이 가득 추가됐다. 그는 최근 오랜 꿈을 이뤘다. 2000년부터 시작된 ‘사진을 통한 나눔’을 확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든 것이다. 이름은 ‘조세현의 희망프레임’. “할 일만 100가지가 넘는다”며 의욕이 넘치는 조세현 사진작가, 아니 ‘조세현의 희망프레임’ 이사장을 만났다. ―몇년 전 함께 월드비전의 아프리카 케냐 기아 현장을 취재·촬영할 때 동행한 이후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당시만 해도 재능 나눔으로 ‘참 좋은 일 하시는구나’ 생각했는데, 아예 비영리 단체까지 설립하면서 제2의 인생을 ‘나눔’에 올인할 줄 몰랐습니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사진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돕기 시작한 게 2000년부터였어요. 대한사회복지회와 함께 입양아를 안은 스타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담아 사진전(‘천사들의 편지’)을 연 게 올해로 10년째예요. 한 사회복지사의 부탁으로 입양아 백일사진 찍어주던 것이 인연이 돼 시작한 일이죠. 재작년에는 경기도 의왕의 소년원생들을 대상으로 쇠창살 안에서 사진을 강의했어요. 숙제를 내니까 기가 막혀요. ‘나가고 싶다’ ‘반성’ 등의 제목으로 구석에 웅크린 자신의 모습을 찍어와요. 이주 노동자나 서울시의 노숙자

‘공유경제’ 바탕은 신뢰에서 시작되죠

코업 양석원 대표 미국의 홈스테이식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는 창업 5년 만에 회사 가치가 1조원이 넘었다. 하루에 192개국 2만7000여개 도시의 100만명이 사용하고, 일일 거래량은 3만5000여건이 넘는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의 거래량을 추월한 수준이다. 에어비앤비는 방이 남는 사람과 잠잘 곳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공유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공유경제’란 무엇일까. 10개의 ‘공유경제’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있는 코업 양석원(34) 대표를 만나 들어보았다. “‘공유경제’는 새로운 개념은 아니에요. 물건을 바꾸고, 나눠쓰고, 쓰던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은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중고장터도 있잖아요. 단, 요즘에 IT기술과 결합하면서 거래비용이 감소하게 되자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겁니다.” 양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유명 포털사이트의 웹기획자였다.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어비앤비, 집카(Zipcarㆍ지역 기반 차량 공유 서비스) 등의 공유 비즈니스를 접하면서 ‘공유경제’에 푹 빠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그만두고 강남 한복판에 협업공간 ‘코업(Co-up)’을 만들었다. 하루 1만원, 혹은 한 달 24만원에 업무공간을 빌려주는 곳으로 1인기업, 벤처기업 등 20여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코업에서는 칸막이도 없다. 아이디어와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의미다. ‘공유경제’의 키워드는 ‘신뢰’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여행자보험, 24시간 콜센터 등 보조장치를 만들고 숙박업소 주인과의 화상 면접 인터뷰도 꼼꼼하게 진행한다. 손님이 잘못했을 경우 최대 5만달러까지 에어비앤비에서 보상한다. 집카도 차를 빌려주는 사람, 빌리는 사람 모두 리뷰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양 대표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때문에 사람의 평판을 체크하기가 편해졌다”며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공유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아동 폭력 예방 지침만 알려주는 건 도움 안돼

박은숙 초록우산 서울아카데미 원장 인터뷰 초록우산 서울아카데미는 ‘캡(CAP·아동 폭력 예방)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박은숙(43) 원장은 아동 실종 분야 전문가로, 지난 2009년 국내에 캡 프로그램을 도입한 주역이다. 잇따른 아동 폭력 문제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박 원장을 찾았다. ―캡 프로그램의 특징은 뭔가. “우리는 지금까지 아동 폭력 예방 지침만 알려줘왔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하는데, 이런 지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침에 나오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아, 아이들이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유괴나 성폭행 위협이 되는 낯선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미국 아이들은 평범한 사람을 그린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 쓰고 지저분하고 무섭게 생긴 남성의 모습을 그린다.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고, 위험한 상황을 분별하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캡 교육의 목적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어떤 효과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성폭력 관련해 신고율이 10%밖에 안 된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캡 교육이 끝난 후 한 아이의 소감문에 ‘저는 성폭력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서 포커페이스를 했다. 역할극을 보고 내 잘못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썼더라. 역할극을 통해 또 강조하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반드시 얘기하라’고 한다. 학교와 집에 신뢰할 만한 어른이 누가 있는지 교육 시간에 질문한다. 우리가 아동 교육뿐 아니라 부모 교육, 교사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하는 이유다. 30분 동안 리뷰 타임을 통해 나온 상담

“학원 운영자·강사도 아동학대 신고해야”

장화정 관장 인터뷰 지난해 대검찰청에서 분석한 범죄 현황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지난 200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07년을 기점으로 무려 1000건을 넘어섰다. 아동·청소년과 범죄자가 서로 ‘아는 사이’거나 ‘가족 및 친척’ 관계에 있는 경우도 46.9%를 차지한다(2011년 여성가족부).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국내에 기형적으로 자리 잡은 아동 성범죄 문제를 지적하며 “최근 개정된 아동복지법이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정된 아동복지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군을 12개에서 22개로 확대한 점이다. 초중등학교 교원·의료인·아동복지시설의 장에 한정됐던 신고 의무자군이 학원 운영자·강사, 의료기사, 건강가정지원센터·다문화가족지원센터·정신보건센터 관계자 등으로 대폭 늘어났다. 의무 위반자에겐 100만원의 과태료도 부과한다. 아동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의 아동 보호 역할이 강화된 것이다.” ―개정된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가. “아동 성범죄 가해자들의 교정·교화를 위한 치료와 교육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진 아동 성범죄자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들이 치료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 이젠 5년 이상의 형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가해자들의 어린 시절 분석부터 일대일 치료, 집단치료 등 세밀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지역사회 내에서 서로 관심을 갖고, 함께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 통영 사건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아이는 자장면 아저씨한테 ‘배고프다’고 문자를 보내거나, 마을을 혼자 돌아다니는 등 동네 어른들에게 관심을 호소했었다. 경남 지역에서 엄마들이 4명씩 조를 짜서 가가호호 방문하는 ‘마을지킴이’처럼

“가슴 따뜻한 봉사에 중독… 12년간 빠지지 않은 이유죠”

굴착기 데몬스트레이터 이정달씨 매년 빼놓지 않고 해비타트 봉사 참여해 집 없는 저소득층 가족에 따뜻한 보금자리 마련 고마워하는 주민 보며 나눔의 묘미 느껴 17세 딸도 함께 참여 이정달(45·볼보건설기계코리아)씨는 국내 유일의 ‘굴착기 데몬스트레이터’다. 굴착기를 판매하기 전 고객들에게 흥미로운 방법으로 장비 시연을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굴착기로 붓글씨를 쓰고, 와인도 따른다. 2008년에는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국립오페라단 발레리노들과 함께 ‘몬스터 발레’ 공연도 선보였다. ‘굴착기 달인’인 그는 12년째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해비타트 봉사에 참여해 ‘집짓기 달인’이 되었다. 2001년, 이씨는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처음 집짓기 봉사에 참여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실제 일에도 도움이 됐다.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친해지면서 전체적인 업무를 이해하기도 쉽고, 업무 협조가 편하다는 것이다. 임직원 80~100명 정도가 매년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지만, 12년째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봉사활동을 하는 이는 이씨뿐이다. 올해도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여름휴가 대신 그가 다녀온 곳은 진주, 경산, 대전, 춘천, 아산, 군산, 천안 등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다. “해비타트에선 매년 4월부터 기초공사를 시작해 10월까지 공사가 진행되는데, 기초공사가 끝난 8월쯤에는 자원봉사자들도 벽체를 세우거나 톱질, 망치질을 할 수 있어요. 아침 8시부터 시작해 오후 5시까지 꼬박 땀을 흘려야 해요. 막상 일을 시작하면 덥고 힘들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요. 할 때는 이게 뿌듯한 일인지 몰라요.” ‘집짓기 봉사’에선 경험으로 다져진 노하우가 중요하다. 합판 같은 자재도 전문가가 한 장을 쓸 때, 초보자는 한 장 반을 사용하기

친생부모 동의후 가정법원 허가 받아야 입양 가능

허남순 교수 인터뷰 미혼모 출생신고해도 아이를 입양 보내면 아예 흔적 남지않아 양쪽부모 알고 지내는 개방입양이 세계추세 입양, 특히 해외 입양은 우리나라에서 늘 동전의 양면 같았다. 해외 입양인의 눈물겨운 성공스토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도, 연간 1000여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된다는 부끄러운 이면은 애써 외면했다. 지난 8월 5일부터 시행된 개정 입양 특례법으로 우리나라는 입양 문화 ‘후진국’을 벗어날 수 있을까. 허남순(64)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통해 달라진 입양 특례법의 취지와 의미, 방향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이번에 개정된 입양 특례법의 취지와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비밀 입양이 대부분이었다. 또 입양 부모를 중심으로 입양이 이뤄지다 보니, 입양 아동의 권리나 복지가 소홀히 다뤄진 측면이 있었다. 입양 부모에 대한 범죄 조회도 부족했고, 입양 부모가 이혼하거나 입양 아동과 갈등을 빚으면 쉽게 관계를 끊어 졸지에 고아가 돼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서 가정법원의 허가를 통해 입양이 이뤄진다. 친생부모와 아이의 법적 관계는 완전히 종료된다. 입양 아동과 입양 부모 모두 법적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미혼모에게 아이를 출생한 후 일주일 동안 숙려기간을 두고 입양 동의서를 쓰도록 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면 어떤 경제적 지원제도가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고민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아직 비밀 입양을 선호하는 반면 선진국은 입양에 대해 훨씬 관대한 문화다. 현실을 앞서가는 법 아니냐는 지적이

[양준혁 야구재단] “글러브 없어 야구 못할 뻔한 유년시절 생각나… 꾸준히 도울 것”

지난 5월 야구재단 설립 야구 봉사 약속 지켜야구는 희생과 협동 그리고 배려의 스포츠어려운 환경 아이들 이승엽·박찬호보다 더 큰 인물들로 키우고파기업과 사회의 참여 필요 스포츠선수 중에는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많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호나우두는 부잣집 아들이 콜라와 감자칩을 사준다고 해서 축구를 시작했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미 메이저리그의 유명 야구선수가 된 새미 소사는 야구배트와 미트가 없어서 스틱과 빨래판으로 야구를 해야 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축구에 대한 꿈을 포기했지만 결국 대한민국 마라톤 역사를 다시 쓴 이봉주 선수도 그렇다. 당시 이 아이들이 세계적인 스타급 스포츠선수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지난 7일, 전(前)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가 전남 강진의 ‘산내들 지역아동센터’의 피해복구를 위해 자원봉사를 나섰다. 태풍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을 돕기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마련한 봉사다. 휘어진 철제와 깨진 유리조각, 뜯겨나간 전기선이 엉켜있는 위태로운 현장에서도 그는 특유의 듬직함을 잃지 않았다. 양 선수는 지난해 5월 ‘양준혁 야구재단’을 정식으로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뛰어들었다. “제가 굉장히 가난하게 자랐어요. 글러브 때문에 야구도 못할 뻔했어요. 선수 시절엔 어려운 환경 속에 있으면서 도움을 거의 못 받았기 때문에, 나중에 은퇴하면 형편이 어려운 애들을 도와야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수 시절부터 구상을 했던 일이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법적인 절차를 준비하는 문제와 재정적인 부분에 특히 애를 먹었다. 준비하는 데만 8개월 정도 걸렸다. 양 이사장은 “어려움을 하나씩 풀어나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재단은 무슨 활동을 할까. 양

“장애인만을 위한 보조기구? 그 편견부터 깨라”

제리 와이즈만 보조공학협회장 인터뷰 고령화 시대 접어들면서 보조공학 필요성 높아져 장애·비장애 구분 없는 디자인이 대세 될 것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 그 장벽을 무너뜨릴 때 보조공학의 미래는 밝아 “안경은 시력 보조기구지만, 보조기구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패션의 일부로 여긴다. 좋은 브랜드가 붙으면 고가를 지불하기도 한다. 휠체어나 보청기에도 적용되지 말란 법이 없다. ‘페라리’가 휠체어를 만든다고 상상해보라. 모두가 탐내고, 타는 것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까.” 제리 와이즈만(Jerry Weisman) 북미 재활·보조공학협회장의 말이다. 그는 버몬트 기술대학에서 재활공학기술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등 평생을 재활 엔지니어의 분야에 바친 대가다. 지난 8월 30일, ‘2012 국제 보조공학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을 위해 일산 킨텍스를 찾은 그를 만나, 선진국의 보조공학 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들어봤다. -앞으로 보조공학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의료기술이 발전했다. 과거에는 생명을 위협했던 질병을 극복하는 대신, 장애나 기능적인 제약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고령화로 청력이나 시력에 문제가 생긴 이들이 보조공학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20세기 초 47세였던 평균수명은 오늘날 75세가 됐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으로 장애를 입는 군인들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 아닌, 모두에게 유용한 ‘보편적인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방문의 원형 손잡이를, 누르는 ‘레버형’으로 바꾼다고 해보자. 비장애인들도 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 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휠체어를 위해 만든 경사로 덕분에 일반인도 캐리어를 쉽게 이용할 수 있지 않나.” -한국은 보조기구와 관련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