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가상 세계도 탄소를 배출한다

나아질 것 같으면서도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19에 영향을 받는 것은 많지만, 그중 특히 수혜를 본 영역 중 하나는 디지털 전환일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거리 두기를 강제당하면서, 인류는 현실에서 하는 많은 것이 디지털 세계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요즘 메타버스(Metaverse)가 폭발적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며, 콘텐츠 영역에서 일하는 지인과, 가상 세계의 성공은 그럴듯한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게 아니라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현실 세계가 망가지는 데 달렸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은 인류에게 필수 불가결한 단계다. 인류 생활의 모든 것이 전산화되고, 데이터가 축적되어 그것들을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2010년 1분기에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회사 10곳 중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둘만이 디지털 관련 회사였는데, 2021년 1분기 시가총액 상위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를 제외한 9곳이 디지털 관련 회사라는 것이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인터넷 사용량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인구는 2004년 약 9억명에서 2020년 약 48억명으로 늘었고, 특히 중저소득국에서 빈약한 보건, 교육, 의료 인프라 등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진행하면서 모바일 인터넷 사용량은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은, 방금 전까지 눈앞에 존재하던 현실을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해서 그 물리적 비용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누리던 만큼 더욱 높은 해상도로 생생하고 그럴듯하게, 또한 끊김 없이 디지털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임팩트] 기업공익재단의 미래

기업인의 기부 또는 기업의 사회공헌 기금으로 운영되는 ‘기업공익재단’은 사회에 대한 설립자의 철학, 그리고 기업의 도전 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세금으로 집행하는 정부의 복지 서비스,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의 활동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80년대 산업화로 성장한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이 공익법인 설립을 주도하였다. 1990년대 IMF 이후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2000년 초부터 재단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자 하는 기업공익재단의 설립이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신생 IT 기업, 게임회사 등에서도 재단 설립이 확대되고 있다. 신진 기업가 개인의 재산을 출연하거나 회사의 자원을 연결하여 단순히 사회복지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재단 출연자의 PI(President Identity)와 출연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우호적인 효과가 있는 새로운 기업공익재단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5조원 규모의 사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자원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브라이언(Brian)은 김범수 의장의 영문 이름이다. 기업공익재단은 ▲설립자가 출연해 만든 설립자 중심의 재단과 ▲기업에서 자원을 출연하는 기업 중심의 재단으로 나눌 수 있다. 설립자 중심의 재단은 기업가의 개인 자산을 출연해 만든 재단으로 설립자의 철학과 헤리티지가 재단의 비전과 사업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아산재단’은 설립자인 아산 정주영 회장의 평소 소망이었던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라는 뜻에 따라 농산어촌에 아산병원(강릉·정읍·보령·홍천 등 8개소)을 설립했다. 가난해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 재원을 출연한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준법경영, ESG 경영의 시작

최근 ESG(환경·사회·거버넌스)라는 용어가 중요해지면서 많은 조직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인 ESG 공시기준 또는 평가기관이 요구하는 수준과는 달리 기업의 활동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횡령을 한 당사자가 기업의 ESG 위원장을 맡거나, 한편으로는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 경영진이 불법을 저질러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한 회사는 회사 자체적으로 ‘그린리스트(Greenlist)’라는 지표를 만들고 공신력 있는 환경지표인양 오인토록 한 후, ‘그린리스트 성분’ 표시를 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처럼 표시위반을 하여 법원으로부터 위법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ESG 경영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기업은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거버넌스 측면의 노력과 성과를 알리고 싶어하는데 이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 즉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이다. 지난 4월 국제 표준화기구인 ISO는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 즉 조직의 준법경영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인증기준을 제정하였다. ‘ISO 37301’로 명명된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은 조직 내부의 효과적인 규정준수 시스템 구축 및 실현, 평가와 개선을 위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러한 컴플라이언스 경영시스템은 조직의 유형, 규모 및 성격에 관계없이 모든 유형의 조직에 적용되며 공공, 민간 또는 비영리 부문에도 적용된다. 국제 표준화기구가 준법경영 인증제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준법경영에 대한 요구는 사실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오래 전부터 강조하고 있던 사항이다. 2010년에 제정된 ‘ISO 26000’은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만든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으로 각 조직이 자율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ISO 26000은 각 조직이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채용에 진심이세요?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니 조직을 운영하는 대표님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단골 질문이 있다. “OOO(직무명) 인재풀 좀 있으세요? 요즘 사람 뽑기 정말 어렵네요.” 대표님들의 고민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이렇다. 채용공고를 낸 지 한참 지났는데도 아무도 지원을 안 하거나, 겨우 한두 명 지원해서 면접을 봐도 다른 데에 합격했다며 입사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난도 심각하지만 구인난도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얘기였다. 채용을 돕는 우리 입장에서도 이해가 된다. 요즘 취업과 채용 둘 다 너무 어렵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가 막 퍼지고 심각해질 무렵, 경기 악화와 불확실성 증가로 신규 채용하는 회사가 크게 줄었는데, 동시에 지원자도 줄었다. 코로나 전이었다면 충분히 입사 지원을 했을만한 후보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왜 지원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어린이집 휴원이나 온라인 수업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에 구직을 하기 힘들다는 후보자도 있었지만 안전을 위해 구직이나 이직 의지를 접은 후보자의 수도 꽤 많았다. 불안하니까 도전이나 모험을 하는 대신 확실하고 안정적인 소위 ‘가성비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거다. 이런 분위기가 심화될수록 힘든 건 초기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의 대표들이다. 회사가 해결하는 문제, 만들어내는 혁신, 지향하는 가치만으로는 고액 연봉을 내걸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유니콘 기업을 이기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채용을 포기할 수는 없다, 초기 소셜벤처와 스타트업일수록 사람이 전부니까. 구직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약속할 수 있는 돈도, 보란 듯이 크고 화려한 사옥도 우리에겐 없지만 빛나는 지략과 진정성으로 우리의 매력자본을 만들 수

[사회혁신발언대] 가치 소비와 국제개발협력

지난해 딜로이트 글로벌에서 발표한 ‘밀레니얼 서베이 2020’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환경보호’였다. MZ세대는 ‘가치 소비’의 일환으로 친환경 제품과 재활용 제품을 소비하는데, 그 기저에는 환경보호, 기후변화 대응, 평등, 정의 등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그들의 소신과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Z세대는 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자신들의 신념에 위배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현재와 미래의 핵심 소비자인 MZ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발전을 고려한 경영 목표를 앞다퉈 발표하고 실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은 1972년 로마클럽에서 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보고서는 인구 증가와 경제성장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100년 안에 지구가 파괴적인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유엔은 제70차 총회에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이행하기로 결의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환경 문제 ▲빈곤, 성차별, 교육 격차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 ▲기술, 주거, 고용 등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 역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개발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람(People), 평화(Peace), 번영(Prosperity), 환경(Planet)의 ‘4P’를 핵심 가치로 선정하고 협력국의 빈곤 감소, 여성·아동·장애인의 인권 향상, 성 평등 실현 등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코이카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ODA 역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모두의 칼럼] 내 휠체어 건들지 마라

세상엔 특정 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에 드는 비용들이 있다. 여자는 생리대, 남자는 면도기, 학생에겐 교복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장애인에게는 장애 비용이 있다. 장애 비용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휠체어·보청기 등 보조기구 비용, 병원 외래·입원·약 처방 등의 의료 비용, 마지막으로 생활 비용이 있다. 첫 번째, 보조기구 비용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내 경우에도 휠체어, 보조기, 재활 기구 등의 구입비와 유지비가 상당히 많이 든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거나 중첩될 경우 비용은 끝도 없이 늘어난다. 특히 휠체어, 보청기 등 개인에 따라 미세한 조절이 필요한 것들은 주문 제작 형식을 거치기 때문에 부담이 더 늘어난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 내 휠체어를 함부로 만지고 장난치는 친구들에게 “이 휠체어 고장 나면 너희 가족 휴대폰을 다 팔아야 한다”고 하면 모두 장난을 멈췄던 기억이 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비용을 물어줘야 한다는 게 핵심은 아니었다. 휠체어는 장애인에게 몸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중요한 물건이니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것을 납득시키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두 번째, 의료 비용은 셋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 날 잡아 대형병원의 여러 과를 돌며 진료를 받으면 최소 3만원. 당일 실시된 처방, 검사에 따라 몇 십만 원이 드는 날도 있다. 진료가 끝나고 가만히 영수증을 볼 때마다 먼 훗날 혼자 아르바이트나 취업해 돈을 벌 때는 이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매번 처방받는 약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두의 칼럼] 삼성家의 상속세와 사회 환원 ‘새로운 기부 문화’ 신호탄 되려면

세계 최고의 상속세 12조원. 지난 29일 발표된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다. ‘정직하게 국민이 납득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신념대로 유족들은 담담히 세금 납부와 사회 환원 결정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 3년치(2017~2019년) 상속세 수입(10조6000억원)보다 많은 돈이 한 번에 세수로 확보되니 정부 입장에서는 대환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최선일까. 다른 나라의 부자들은 상속세 대신 기부를 선택해 엄청난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데 왜 우리는 세금일까. 만약 ‘사상 최고의 기부금 12조원’이 됐다면 어땠을까.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가 조릉의 정원에서 까치 사냥을 했는데, 까치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까치는 사마귀를,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지 못함을 두고 한 말이다. 미국, 영국 등 기부가 활성화된 나라에서는 당장 정부의 세수가 줄더라도 세금 감면 등 장기적으로 기부를 활성화하고 장려하는 정책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한 치 앞을 못 보는 것 같다. 기부는 항상 우리 역사에 중요한 변화 동력이 돼왔다. 한강의 기적, IMF와 코로나 위기, 모두 기부의 현장이 됐다. 지금도 기업, 자산가, 개인 기부자를 막론하고 ‘기부 DNA’를 가진 착한 사람들이 사회 빈틈을 메우고 있고 기부가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마치 십일조를 떼놓듯 ‘내 이윤의 일부는 사회 환원을 하겠다’는 정서도 생겼다. 민간 활동은 점점 더 다양해지며 내용도 세밀해지고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정부의 힘이 닿지 않는 모든 곳에 민간의 유능한 인력과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갈 곳 잃은 여행자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많은 시련을 주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궤멸적인 피해를 본 산업 중 하나가 여행·관광 산업이다. 2019년 전 세계 GDP의 10.4%를 차지하던 여행·관광 산업은 2020년 5.5%로 약 49.1%(약 4조5000억달러)나 감소했고, 관련 일자리도 18.5%가량 감소했다. 정부의 긴급 보조금을 가장 많이 수혈받은 업계 중 하나였는데도 이 정도라면 실제 여행·관광 업체 종사자들이 느낄 고통은 얼마큼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무착륙 비행’이라는, 기후변화 시대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탄소 배출 상품이 인기를 끈 것도 결국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에 해외여행 욕구가 커진 고객들과, 당장 현금이 없어 피가 마르는 관광 업계와 항공 업계의 수요가 맞아 도착지도 없이 면세점 쇼핑과 비행만 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이래저래 씁쓸하다. 설령 갈 곳이 없어도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인류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점점 발목이 묶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여행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 산업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 ‘서스테이너블 트래블 인터내셔널(Sustainable Travel International)’에 따르면 관광 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하며, 그중 절반이 이동 수단에 의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까지 중국, 인도 등 최근 경제 성장이 가파른 국가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저가 항공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1990년 5억t 수준의 항공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8년 10억4000만t이 돼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차치하더라도 관광은 해당 지역에 큰 사회적, 환경적 부담을 준다. 수용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임팩트] 히든챔피언을 기다리며

독일 경제의 핵심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즉 미텔슈탄트(Mittelstand)다. 미텔슈탄트는 직원이 500명을 넘지 않고 매출은 5000만 유로(약 670억원) 미만인 기업으로, 독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한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연 매출 40억 달러 미만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수출을 위주로 하며 세계 시장에서 1~3위 또는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히든챔피언이라고 정의했는데, 2017년 기준 독일의 미텔슈탄트 1300여개가 히든챔피언이었다. 전 세계 히든챔피언 2700여개(2017년 기준) 중 절반 가까이가 미텔슈탄트인 셈이다. 대다수의 미텔슈탄트들은 가족소유 경영을 한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첫째, 기업인이 직원에 대해 큰 책임의식을 가지고 가족처럼 대한다는 점이다. 둘째, 가족 경영이라는 특성 덕분인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경영 방식을 가지고 있다. 셋째, 기업이 속한 도시나 지역,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히든챔피언들은 사회공헌 활동이나 재단 설립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있으며, 재단을 통해 가문의 헤리티지(유산)를 이어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디지털 시대, 필기구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파버카스텔’은 독일의 대표적인 히든챔피언이다. 설립자인 안톤 볼프강 폰 파버카스텔 백작은 “사업가로서 절대로 미래 세대의 비용을 사용해 이익을 창출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확고했다. 파버카스텔은 연간 20억 자루의 연필을 제작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약 15만톤의 목재가 필요하다. 목재의 조달로 황폐해지는 지구에 대한 책임을 느낀 파버카스텔은 브라질 사바나 황무지에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경영자를 위한 히포크라테스 선서

지난 2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Fortune)은 전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50대 기업을 발표했다. 기업의 혁신성, 인사관리 부분, 자산 활용, 사회적 책임과 품질 관리, 재정 건전성, 장기 투자 가치, 제품·서비스 품질, 글로벌 경쟁력 등 9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GPTW도 매년 탁월한 리더십과 높은 사명감으로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고 혁신적인 경영철학을 확산·보급하는 CEO를 선정해 ‘일하기 좋은 직장(Great Place to Work)’을 시상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여러 단체들도 매년 사랑받는 기업과 존경 받는 기업을 선정하고 발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정 기업들은 실제로 사회에서 사랑받고 존경받고 있을까? 사실 기업은 우리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는 못했다.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으로 구속되기도 하고, 협력업체에 갑질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노동조합 탄압을 지시하기도 했고, 노동자가 임원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2001년 기업의 사기와 부패와 관련된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한 에너지·물류 회사인 엔론이 회계부정 사건으로 파산하면서 당시 경영진은 사기와 내부자 거래 등의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엔론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미국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아서앤더슨 역시 영업정지를 받고 결국 파산했다. 이후 2007년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위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전 세계 많은 회사들이 파산하며 금융위기를 맞은 일이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회사의 부실 대출과 함께 이들을 감시하는 신용평가사 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더욱 커졌다.

210420-0012
[모두의 칼럼] 네 가방을 보여 줘!

SNS나 미디어에서 유명인이나 일반인이 자신의 가방 속 물건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가방 속에는 어떤 물건들이 들어 있을까? 그 속을 살펴보면 소비 트렌드를 알 수 있고, 조금씩 달라지는 일상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핸드크림을 가방에 넣고 다녔지만 이제는 손 소독제가 추가됐다. 겨울철 핫팩이 있던 자리는 자외선 차단제가 들어갈 차례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 텀블러 외에 생수병도 하나씩 넣기 마련이다. 다 쓴 물건을 다시 채우고, 낡은 것을 새로 바꾸면서 새삼 ‘작은 전자 기기들과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이 많은 물건을 어떻게 매일 들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편리함이 가져온 환경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지나 이제 인류는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류를 향한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됐고 이제는 대안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부터 투명 페트병을 별도 분리배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한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기업과 상품이 많아지며 구매도 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우시산’은 작년에 페트병 6개로 만든 원사가 들어간 맨투맨 티셔츠로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는데 목표의 789%를 달성했다.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젠니클로젯’은 천막 자투리로 만든 어닝 백, 페트병을 이용한 펫 백 등 다양한 상품들로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비닐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47만톤이 버려진다고 하는데 이러한 비닐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핸드메이드 카드 지갑을 만드는 예비 사회적 기업 ‘두에코’도 있다. 이런 기업들의 상품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몰라 봐서 미안하다

5년 전 투자한 회사에 이어 작년에 투자한 회사에서도 얼마 전 우리 소풍벤처스로 배당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사업 성과가 뛰어난 두 기업의 배당 통지를 받아 들고 조언을 받아야 하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시드 투자사이자 액셀러레이터이다 보니 배당을 받는 경우가 이례적이라서 배당에 따른 세금과 배분 문제 등이 우리에게 생소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풍이 투자한 소셜벤처는 80곳을 돌파했다. 이 중 95%는 소풍이 첫 투자자였고, 50%는 법인조차 설립되지 않은 곳이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예 없거나 검증이 안 된 초기 팀들을 마주하는 것이 액셀러레이터의 일상이다. 아무리 좋은 팀, 비즈니스라도 초기 모습은 대부분 엉성하다. 여러모로 부족한 모습으로 만나 투자사와 피투자사로서 인연을 맺은 기업이 어느새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하여 배당하는 상황은 금액 크기를 떠나 그저 뿌듯하기만 하다. 배당이 가능한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한 이들을 보며 떠오른 곳들이 있다. 바로 소셜미션과 진정성에는 크게 공감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없거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창업팀이다. 의외로 자주 찾아오는 이 안타까운 순간을 마주할 때면 복잡한 감정이 밀려든다.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를 비즈니스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대면하는 것이기도 하고, 더 괴로운 것은 창업가에게 투자 거절이라는 모진 말을 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언해 줄 방향이나 아이디어조차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경우에는 자괴감까지 더해져 힘이 쭉쭉 빠진다. 액셀러레이터로서, 진정성 있는 창업자와 역량이 좋은 구성원들이 엄청난 비즈니스를 가지고 스스로 찾아오는 행운을 앉아서 기다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