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일(금)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이기적 유전자의 이타적 선택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아빠 우리 집에 자가진단 키트 하나 있죠? 그거 제 친구 주면 안 돼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내게 말했다. 친구의 동생이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자기 친구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자가진단 키트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친구의 부모님이 동네 약국을 다 돌아다녀도 키트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을 포함한 여러 아이가 그 친구와 같이 축구를 했던 상황이라 걱정이 됐다. “자가진단 키트가 하나밖에 없는데 만약 그 친구가 확진이면 너도 자가진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더니 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대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이기적인 선택에 후회가 밀려왔고 왠지 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가족부터 지켜야 한다는 종족 보존의 유전자가 발동했던 걸까.

호모 사피엔스는 지난 수십만년 동안 진화하며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학습 되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는 진화와 인류의 선택에 대한 내용이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설명돼 있다.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 조건에서 유리한 유전인자를 가진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생존(선택)율이 높아지는 것이며, 적자생존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자연 살아남는다는 개념이다. 여러 개체 중에서 이기적 선택을 한 종족들이 더 많이 자연 선택되고 숫자가 많아지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개체 수가 줄어든다. 이때 이타적 선택을 통해 협력하는 종족들이 등장하여 경쟁력을 가지게 되고 자연선택된다. 이러한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혈연관계를 넘어 다른 종족들과 협력하는 사회성을 가진 개체로 진화했고 마침내 지구의 우세종이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자신의 종을 번성시키기 위해 이뤄낸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 창조적 활동들이 이제는 지구 상의 다른 종의 멸종을 유발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수렵, 채취의 경제에서 곡류의 재배와 가축사육에 성공하여 농업사회로 이행하기 이전의 호모 사피엔스는 전체 지구 개체 중량의 1% 미만이었다. 하지만 지난 만년동안 인류는 78억 인구로 폭발적 성장을 하였고 이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소, 돼지, 닭 등을 키우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야생동물 멸종, 호수와 하천의 오염, 사막화, 온난화, 바이러스 창궐 등 온갖 사회환경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만년 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했던 선택들이 세상을 이렇게 바꿔놓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진화과정에서 살아남은 생물은 공존·공생을 위한 이타적 선택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1년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포럼에서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생명다양성재단 대표인 최재천 교수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를 주제로 팬데믹 시대에 우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협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재천 교수는 흡혈박쥐와 개미의 예를 들면서 공존과 공생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공존과 협력은 남을 위한 이타적 배려가 아니라 우리 종 전체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선택, 정의로운 선택이란 무엇일까? 나와 내 가족, 우리나라를 위한 이기적 선택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인류가 아닌 다른 종과 지구 환경을 고려한 이타적 선택이 필요한 때다. 오늘 저녁 아들에게 가서 그때 이타적 선택을 했던 너의 생각이 옳았다고 말해야겠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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