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기업가형 재단

발렌베리그룹은 2019년 기준 스웨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스웨덴 대표 기업집단이다. 발렌베리의 모태는 1856년 해군 장교 출신인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설립한 스톡홀름 엔스킬다은행(SEB)이다. 1911년 스웨덴 정부는 은행의 산업자본 진출을 허용하는 은행법을 제정하였고, 스톡홀름 엔스킬다 은행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ABB(발전설비, 엔지니어링), 에릭슨(통신장비), 스카니아(상용차) 등 스웨덴 대표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집단으로 성장한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룩스 또한 발렌베리그룹의 계열사다. 이후 1930년대 은행의 산업자본 소유가 금지되자, 발렌베리재단을 중심으로 하는 재단 중심의 지배구조가 구축되었다. 발렌베리재단은 발렌베리 그룹 산하 계열사에서 나오는 주식 배당금의 80% 정도를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지원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재단에서 스웨덴 과학연구와 교육에 지원하는 금액은 연간 3000억원이 넘는다. 10년 누적 규모로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스웨덴 국적으로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은 이들은 거의 다 발렌베리재단의 후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렌베리그룹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그룹이 재단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스웨덴의 기초과학(의학・생명과학 중심) 분야를 발전시키고 중장기 산업기술 발전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슈미트가족재단(Schmidt Family Foundation)은 구글 전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와 아내 웬디 슈미트의 출연금 약 2조원으로 2006년 설립됐다. 슈미트재단은 환경과 사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관련 단체를 지원하고, 스타트업에 임팩트투자를 한다. 슈미트재단의 특징은 직원이 모두 사회문제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팀이라는 것이다.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사내에 에너지 정책 및 기술, 국제법, 광업, 인권, 식품, 재생 농업, 해양 기술, 임팩트 투자 분야의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임윤찬 신드롬

“열여덟 살 청년에게서 나오는 이 믿을 수 없는 고귀함에 큰 감명을 받았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황홀한 상태로 베이스퍼포먼스홀(텍사스 포트워스)을 걸어나온 기억이 난다.”(장-에프랑 바부제) “임윤찬은 18세 어린 나이에 세상이 주목하는 연주를 창조했고, 이 연주는 그와 함께 또한 세상 사람들과 함께 아주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앞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임윤찬의 것이다.”(앤 마리 맥더모트) 지난달 미국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나온 반응이다. 장-에프랑 바부제는 프랑스의 피아노 거장이며, 앤 마리 맥더모트는 미국의 피아니스트다. 콩쿠르 이후 인터뷰에서 임윤찬에 대한 감동과 놀라움을 표현한 두 사람은 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이었다. 두 사람의 인터뷰를 진행한 피아노 전문 평론가이자 유튜버인 벤 라우더는 “내 평생 콩쿠르에서 협주한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의 연주에 이렇게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임윤찬의 연주 직후에 모든 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손에서 놓고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것은 진심으로 솔리스트에 대한 존경을 넘어 경외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임윤찬은 전투에 나선 장수와 같이 오케스트라를 전투에서 승리하도록 이끌었고, 전장을 호령했다”고 그의 유튜브 방송에서 말했다. 1962년 미국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기 위해 텍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개최된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는 냉전 시대에 이념을 뛰어넘는 음악의 힘을 상징한다. 1958년대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이 극에 달하던 긴장 상황에서 구소련이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를 개최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24세인 미국의 피아니스트 클라이번이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다. 핵전쟁의 위협과 미국과 소련의 군비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MZ세대를 위한 ESG 지침서

MZ세대에게 ESG는 생존의 문제다. MZ세대가 부양해야 할 노인 세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정작 본인들을 부양해야 할 다음 세대는 턱없이 줄어들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모두 65세 이상으로 진입하는 2028년이면 국내 노인 인구가 1400만명을 넘을 예정이다. 2061년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44%에 이를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에 달한다. OECD 최상위권이다. 반면 올해 22세인 2000년생은 64만명이다. 안타깝게도 MZ세대를 백업해야 할 2021년생은 약 20만명에 불과하다. 출산율은 증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또한 MZ세대들이 국민연금을 받을 시기인 2055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은 MZ세대의 노후에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운용규모는 지난해 1000조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2040년에는 2494조원에 이를 예정이다. 이 자산은 국내외 주식에 40%, 채권에 42%를 투자하고 있다. 약 6000조원을 운용하는 미국의 퇴직연금 401K를 통해 이른바 ‘연금 백만장자’가 나오는 것을 바라지는 않더라도 좋은 기업에 현명한 투자는 필수다. 지속가능한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MZ세대에게 돌아갈 연금을 지킬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다. 국민연금 또한 2022년부터 ESG 투자 비중을 50%로 확대하고 자체 ESG 평가 기준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ESG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요소다. 발전소, 자동차와 비행기, 건물 냉난방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농업 폐기물과 축산 분뇨에서 배출되는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전 지구적으로 기록적 고온과 유례없는 가뭄이 속출하고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이기적 유전자의 이타적 선택

“아빠 우리 집에 자가진단 키트 하나 있죠? 그거 제 친구 주면 안 돼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내게 말했다. 친구의 동생이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자기 친구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자가진단 키트 양성이 나와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친구의 부모님이 동네 약국을 다 돌아다녀도 키트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들을 포함한 여러 아이가 그 친구와 같이 축구를 했던 상황이라 걱정이 됐다. “자가진단 키트가 하나밖에 없는데 만약 그 친구가 확진이면 너도 자가진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더니 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대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이기적인 선택에 후회가 밀려왔고 왠지 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 가족부터 지켜야 한다는 종족 보존의 유전자가 발동했던 걸까. 호모 사피엔스는 지난 수십만년 동안 진화하며 ‘최적의 선택’을 하도록 학습 되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는 진화와 인류의 선택에 대한 내용이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이라는 말로 설명돼 있다. 자연선택은 주어진 환경 조건에서 유리한 유전인자를 가진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생존(선택)율이 높아지는 것이며, 적자생존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자연 살아남는다는 개념이다. 여러 개체 중에서 이기적 선택을 한 종족들이 더 많이 자연 선택되고 숫자가 많아지면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종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개체 수가 줄어든다. 이때 이타적 선택을 통해 협력하는 종족들이 등장하여 경쟁력을 가지게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온드림 소사이어티’ 탄생기

2021년 1월 3일 현대차정몽구재단 첫 출근 후 벌써 일년이 지났다. 재단에서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재단 최초의 브랜드 커뮤니티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비영리 영역에서는 아쇼카 코리아가 운영하는 사회 혁신 뮤지엄 ‘아쇼카 스페이스’,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마루 180′과 ‘마루 360′ 등이 브랜드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공간들을 벤치마킹하며 현대차정몽구재단이 만들고자 하는 공간의 방향성을 수립해나갔다. 미래 세대와 함께 환경 관련 사회문제를 창의적,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태원, 성수동, 한남동 등 임대 가능한 빌딩을 보러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예전에 청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서초창의허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서 공간 입지와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선택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이후에도,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서 소개하는 건물들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휑한 공간을 무언가로 채울 자신도 없었다.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페이지 명동’이라는 커뮤니티 스페이스가 명동에 있는데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이지명동은 사회혁신 기업 더함이 YWCA로부터 회관 건물을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위탁 운영하는 곳인데 1층부터 6층까지 공간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직접 방문해보니 마침 1층, 3층, 6층이 공실로 비어 있었다. 더함은 이 공간을 사회 혁신과 가능성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이것은 사회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재단의 방향성과도 일치하였다. 명동성당과 남산타워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입지도 매력적이었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아시아 국가의 ESG

얼마전 싱가포르의 테마섹재단이 미팅 요청을 해왔다. 이 재단은 2018년말 기준 자산총액 250조원에 달하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Temasek)이 2007년 4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싱가포르의 공익재단은 어떤 경영 전략을 갖고 있을지 기대하며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남을 가졌다. 대화를 나누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테마섹재단의 방향성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미래와 혁신에 투자하고, 미래세대 리더를 육성하며, 전 지구적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닮은 점이 많았다. 공감과 반가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아시아 국가들의 ESG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의 ESG 열풍을 설명하며 싱가포르에서도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가지는지 물어보았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에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SG가 유독 한국에서만 과도하게 관심을 받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내친김에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의 ESG 동향에 대해 조사해봤다.   우선 중국 정부는 2018년 ‘상장기업 관리규정’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투자자 관점에서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이 2020년 9월 UN총회에서 ‘30-60 목표’(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을 찍은 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제시하면서 ESG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SG와 사회책임(CSR)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상장기업에게 ESG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2020년 1000여개의 A주(상하이, 선전) 상장기업이 ESG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의 370여개사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자체적인 ESG 평가체계가 있지만 유럽, 미국의 ESG 평가 지표와는 차이가 있다. 중국의 주요 ESG 평가 기관은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CSR 전략과 ESG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과 ESG의 본질은 같다. 기업이 법적, 윤리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기업을 둘러싼 사회 및 이해관계자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CSR이라면, 이를 측정하는 지표가 바로 ESG다. ESG가 주목받기 이전부터 CSR 가이드라인은 이미 존재했다.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 2006년 농구화 제조사 앤드원의 바트 훌라한이 설립한 B-Lab에서 좋은 기업으로 인증하는 B-Corp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ESG는 이러한 기존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친환경 경영, 사회 책임 경영, 올바른 지배구조의 투명경영 등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애플, 아마존, 구글 등 플랫폼 기반의 거대기업의 무형적 비재무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기업의 평판, 브랜드, 인적자본, CEO의 역량 등 기업의 무형적 가치는 재무적 가치와 같은 글로벌 표준이 부족했다. 기업의 재무적 가치는 제품과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로서 매출, 영업이익 등 글로벌 표준화된 회계기준과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연간보고서 형태로 의무 공시되는데, 비재무적 가치는 체계적인 측정 및 공시 시스템이 부족했다. 따라서 블랙록이나 모건스탠리, 연기금과 같은 거대 금융자본과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환경, 노동인권, 안전보건, 공급망 관리, 지역사회 관계 등 비재무적 가치가 측정 가능하게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 확대와 기관투자자의 필요성이 코로나19·기후위기와 맞물리면서 CSR과 지속가능경영의 측정 지표인 ESG 브랜드로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기업 사회공헌의 미래 트렌드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미국뿐 아니다. 홍콩, 대만,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싱가포르 등 총 14개국에서 1위에 올랐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9개국에서는 2위에 랭크돼 있다. 드라마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오징어’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고전놀이가 여럿 등장한다. 게임에서 지면 죽고 살아남으면 수백억원의 돈을 가져간다는 다소 비현실적이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 또래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녀의 친구들까지 보고 있으니, 전 세대를 걸쳐서 공감대를 형성한 듯 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릴 적 친구들과 놀던 생각도 나고 재미도 있었지만, 미래세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치열한 경쟁 사회의 일면을 본 것 같아 섬뜩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드라마에서는 공정을 말하지만 현실은 공정하지 않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게임에 뛰어들었지만 이면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좌절감, 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게임을 하고 살아남아야 하나라는 억울함 등 여러 가지 우리 사회의 문제가 깔려있다. 오징어게임이 기업 사회공헌의 미래 트렌드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에너지와 자원 고갈, 기후변화, 사회갈등의 심화,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위험한 게임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아갈 수도 있다. 위험한 게임이 일상화되는 시대에 게임의 탈락자들에게도 재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비즈니스 또는 자원과 연계된다면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 즉 전략적 사회공헌이 필요한 것이다. 전략적 사회공헌은 기부 중심의 자선적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임팩트] 미래 사회와 장학 사업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역사가 깊고 명망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국제 교육사업의 상징이다. 1945년 제임스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의원이 미국인과 다른 나라 국민 간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제안한 교환교육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지금은 미 국무부 산하 풀브라이트 재단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인재들을 선발하여 미국 유학을 지원하고 있으며, 선발되면 왕복항공료와 미국 유학기간 2년 동안의 학비와 기숙사비를 포함한 연간 4만달러의 장학금을 받게 된다. 현재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은 세계 각지에서 정부, 학계, 산업계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만 88명, 노벨상 수상자는 60명을 배출했다. 국내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이현재 전 국무총리, 김승수 전 국무총리 등이 풀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이다. 덕분에 미국이 실행한 대외정책 가운데 가장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장학재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학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중심으로 미래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학기술, 환경, 사회혁신 분야의 리더 육성에 집중하거나 아세안 국가에서 한국으로 유학 오는 인재들을 지원하는 장학사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포스코 청암재단은 ‘포스코아시아펠로십’을 통해 아시아 국가 대학생의 한국 유학을 지원하고 있다. 아시아 10개국 16개 지정대학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사업이다.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은 기초과학 분야 포스닥(박사후연구원) 예정자를 지원하는 포스닥 펠로십과 매년 20여명의 임용 36개월 내 국내 대학 신진교수 또는 1년 내 임용예정인 연구자를 지원하는 신진교수 펠로십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꿈장학재단은 매년 60여명의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으로 유학하는 전 분야의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글로벌 희망장학’ 사업과 매년 170여명의 고등학교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임팩트] 사회적기업 vs. 소셜벤처

‘사회적기업’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2008년 8월이다. 당시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의 사회공헌을 담당하면서다. 사회공헌 담당의 역할은 농번기에 1사 1촌 봉사활동, 겨울이 오기 전에 집수리 봉사, 봄가을에 제부도나 연구소 인근 하천 쓰레기 줍기 등 주로 임직원이 참여하는 봉사활동 위주였다. 새롭게 맡은 업무가 낯설지만 흥미가 생겼고, 단순 봉사활동이 아닌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찾았다. 그러던 중에 화성시 새마을회 사무국장을 만나게 됐다. 나의 고민을 들은 사무국장은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을 함께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그분이 제안한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70세 이상 노인분들께서 새마을회에서 제공한 공간에서 뻥튀기를 생산·포장하고, 제품은 화성시 관내 공공기관에 무인 판매대를 설치해 개당 1000원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뻥튀기 생산을 위한 초기 설비비만 3000만원이 필요했다. 사회적기업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지만, 잘하면 될 것 같기도 해 거금 3000만원을 집행하기 위한 내부 승인 절차를 진행했다. 다행스럽게도 사회공헌 담당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회사의 승인을 받았고, 얼떨결에 ‘H&S 두리반’(현대차의 H, 새마을회의 S를 따온 이름)이라는 민관협력 모델의 사회적기업이 탄생했다. 자활개념으로 시작된 H&S 두리반은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성시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빵을 만들어서 화성시 전역에 납품하고 있고, 직업학교 학생들이 제빵 실습을 하는 실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될 당시 사회적기업은  대부분 자활기업, 사회복지단체, NGO 등에서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주도로 2008년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 계획이 수립되면서, 대기업의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임팩트] 공간의 가치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고객 또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체험공간, 커뮤니티 공간,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기술 기반의 온라인 소통이 대세이지만, 물리적 공간을 통해 직접적인 소통의 강점을 무시할 순 없다. 기업과 단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공간에서의 체험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로열티를 높이는 옴니채널 형식의 브랜드 커뮤니티 공간의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의 저서 ‘리테일 4.0’에서는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소속감과 생활방식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로서 공간을 찾는다. 공간은 경험하는 장소가 되며 단순히 가야 하는 곳에서 가고 싶은 곳으로 인식 전환된다.’ 국내에서는 청년 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창업지원 강화, 혁신적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벤처 또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 증가, 기업의 기술혁신과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니즈의 확대 등으로 인해 사회 전반적으로 창업, 협력 및 융합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공간 플랫폼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형은 다양하다. 기업형 공유오피스로는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 창업 지원형 공유오피스로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운영하는 프론트원, 아산나눔재단의 마루 180, 서울시의 대표적인 창업지원기관인 서울창업허브 등이 있다. 특히 루트임팩트가 성수동에서 운영하는 헤이그라운드, 소풍의 카우앤독, 서울혁신파크 등은 소셜벤처 코워킹 스페이스로 잘 알려졌다. 또한 기업들이 운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으로는 현대차의 제로원, 한화 드림플러스 등이 있다. 이외에도 지역에서는 로컬라이즈 군산,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 제주 낭그늘, 커먼필드 춘천 등이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임팩트] 기업공익재단의 미래

기업인의 기부 또는 기업의 사회공헌 기금으로 운영되는 ‘기업공익재단’은 사회에 대한 설립자의 철학, 그리고 기업의 도전 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세금으로 집행하는 정부의 복지 서비스,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의 활동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80년대 산업화로 성장한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이 공익법인 설립을 주도하였다. 1990년대 IMF 이후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2000년 초부터 재단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자 하는 기업공익재단의 설립이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신생 IT 기업, 게임회사 등에서도 재단 설립이 확대되고 있다. 신진 기업가 개인의 재산을 출연하거나 회사의 자원을 연결하여 단순히 사회복지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재단 출연자의 PI(President Identity)와 출연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우호적인 효과가 있는 새로운 기업공익재단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5조원 규모의 사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자원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브라이언(Brian)은 김범수 의장의 영문 이름이다. 기업공익재단은 ▲설립자가 출연해 만든 설립자 중심의 재단과 ▲기업에서 자원을 출연하는 기업 중심의 재단으로 나눌 수 있다. 설립자 중심의 재단은 기업가의 개인 자산을 출연해 만든 재단으로 설립자의 철학과 헤리티지가 재단의 비전과 사업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아산재단’은 설립자인 아산 정주영 회장의 평소 소망이었던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라는 뜻에 따라 농산어촌에 아산병원(강릉·정읍·보령·홍천 등 8개소)을 설립했다. 가난해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 재원을 출연한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