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8일(토)

[최재호의 소셜임팩트] 기업공익재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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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기업인의 기부 또는 기업의 사회공헌 기금으로 운영되는 ‘기업공익재단’은 사회에 대한 설립자의 철학, 그리고 기업의 도전 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세금으로 집행하는 정부의 복지 서비스,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의 활동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보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80년대 산업화로 성장한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이 공익법인 설립을 주도하였다. 1990년대 IMF 이후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2000년 초부터 재단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자 하는 기업공익재단의 설립이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신생 IT 기업, 게임회사 등에서도 재단 설립이 확대되고 있다. 신진 기업가 개인의 재산을 출연하거나 회사의 자원을 연결하여 단순히 사회복지성 사회공헌이 아니라 재단 출연자의 PI(President Identity)와 출연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우호적인 효과가 있는 새로운 기업공익재단이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5조원 규모의 사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자원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브라이언(Brian)은 김범수 의장의 영문 이름이다.

기업공익재단은 ▲설립자가 출연해 만든 설립자 중심의 재단과 ▲기업에서 자원을 출연하는 기업 중심의 재단으로 나눌 수 있다. 설립자 중심의 재단은 기업가의 개인 자산을 출연해 만든 재단으로 설립자의 철학과 헤리티지가 재단의 비전과 사업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아산재단’은 설립자인 아산 정주영 회장의 평소 소망이었던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라는 뜻에 따라 농산어촌에 아산병원(강릉·정읍·보령·홍천 등 8개소)을 설립했다. 가난해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 재원을 출연한 기업재단은 기업의 특성에 따라 재단의 방향성과 사업이 구성된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코스메틱 회사의 주요 고객인 여성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관련 학술연구 지원, 아시아의 미를 발굴하는 사업 등 ‘아름다운 가치를 함께 나누는 사회를 지향합니다’라는 재단의 방향성이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기업의 가치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기업공익재단은 법제도적으로는 기업 혹은 설립자와 독립된 형태지만, 사실상 이미지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연결과 협력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기업과 재단이 협력하여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현대차정몽구재단의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도 그런 사례다. 2012년부터 매년 30개의 소셜벤처 창업팀을 선발하여 최대 1억~3억원의 사업비와 온드림 펠로우십을 통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사람에 투자한다”는 설립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미래인재 양성을 재단의 방향성으로 설정하여, 지난 10여년간 도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H-온드림은 정부의 창업지원 및 일자리창출 정책과 협력하고 있으며, 현재 소셜벤처 섹터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공익재단은 정부 정책을 보완하며 사회혁신을 리딩할 수 있다.

기업공익재단으로서 현대차정몽구재단은 공익성과 투명성, 그리고 혁신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재단 사업추진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위해 학계, 문화계, 법조계의 전문가로 구성하여 출연기금의 사용 방법과 운영 주체 등 구체적 사업방안을 수립하는 데 자문하는 사회공헌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년 재단 수익의 80% 이상을 공익목적에 사용하고 있으며, 활동성과 등 지표를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와 혁신에 투자하는 글로벌 재단으로 성장하여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재단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ESG 경영이 강화되면서 기업공익재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은 E(환경)와 G(거버넌스)에 집중할 것이며,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S(사회)는 기업공익재단을 통해 전문적이고 전략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기업공익재단이 더 혁신적이고 창조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면 법제도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인정, 국민의 응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오랫동안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온 수많은 비영리법인과 공익재단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강화되었고 공익재단에 대해서도 이사회 등 지배구조, 사업의 공익성,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주무관청, 공정위, 국세청에서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적 감시를 바탕으로 기업 공익재단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공익분야의 체인지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믿어주고 응원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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