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쓰레기를 되가져갑니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얼마 전 국립공원에 들렀다가 한 문구를 보았다. ‘쓰레기를 되가져갑니다. 자연을 지킵니다.’ 그린포인트 제도를 소개하는 내용과 함께 적힌 문구였다. 그린포인트 제도는 2010년 국립공원 내 쓰레기 저감 및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시행됐다. 국립공원에 방문한 탐방객이 자기 쓰레기 등을 되가져오는 경우, 쓰레기 1g당 2포인트(2원)를 제공해 온라인 쇼핑몰 또는 공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10년 넘은 이 제도가 곧 종료되고, 올해 7월부터는 포인트 지급이 중단된다고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쓰레기 회수 문화가 정착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공원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결국 가정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국가의 총 쓰레기 발생량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이다. 그래도 ‘쓰레기 되가져가기’ 문화가 정착되었다니 다행이기는 하다.

2019년 3월, 미국 CNN에서 우리나라 경북 의성군에 있는 거대한 쓰레기 산을 집중 보도한 적이 있었다. 한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수거한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허용량의 80배가 넘는 양의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쓰레기가 분해되며 발생한 가스로 인해 화재가 일어났고, 주민의 건강과 지역 미관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쓰레기 문제는 한국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린피스 영국사무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트래시드(Trashed)’ 보고서는 터키 아다나주 주변에 영국과 독일에서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적치되어 있거나 불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절반 가까이가 재활용된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재활용을 위해 수거된 수천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로에서 소각되고, 일부는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타국에 버려지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플라스틱의 16%가 해외로 수출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많은 유럽국가로부터 플라스틱을 수입하는 국가였다. 하지만 2017년부터 중국이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한 후 세계적으로 쓰레기 대란이 생겨 국가 간 플라스틱 폐기물 불법 거래가 급증했고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과 같은 것이 전 세계 곳곳에 생겼다.

지구를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수준을 평가하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의 ESG 평가 방법론 중 순환경제 방법론은 버려지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자연을 재생하려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MSCI는 ‘9R 프레임’을 차용하여 순환경제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 프레임은 한 번쯤 살펴볼 만하다.

흔히들 환경보호를 이야기할 때 4R을 이야기한다. 4R은 재활용(Recycle), 재사용(Reuse), 감소(Reduce), 복구(Recover)를 뜻한다. 9R은 여기에 추가로 5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추가 5가지는 다음과 같다. 다시 생각하고(Rethink), 수리하고(Repair), 다시 꾸미고(Refurbish), 재제조하고(Remanufacture), 용도를 변경(Repurpose)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9가지 외에 기본적으로 거부(Refuse)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지난 12월, 정부가 만든 K-ESG 가이드라인의 61개 지표 중에도 재사용 용수 비율, 원부자재 중 재활용 비율, 폐기물 재활용 비율에 대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SG를 강조하는 기업 중 일부는 재활용 업체를 인수하며 관련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기업인 EMC홀딩스를 인수했고 보광산업은 재활용 장비를 증설했다. 사모펀드도 폐기물 처리, 재활용 업체를 주요 투자대상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타트업도 쓰레기 재활용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수퍼빈은 인공지능 기반의 순환자원 회수 로봇을 개발했고, 소셜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기관인 소풍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오이스터에이블은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재활용품 분리배출함을 개발했다.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노력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글의 첫 부분에서 쓰레기 되가져가기 문화가 정착되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과연 그럴까? 환경단체의 추산에 따르면 이번 20대 대선에서 선거 현수막이 총 10만5090장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2018년 선거법 개정으로 현수막 게재 제한이 읍면동당 1장에서 2장으로 늘어나면서 일회용 현수막 이용 또한 2배가 되었다. 이 쓰레기는 누가 되가져가야 할까?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환경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쓰레기만 가져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구에 발생시킨 쓰레기를 되가져가야 한다. 지난 70년간 인간이 만든 약 83억 톤의 플라스틱 중 고작 9%만이 재활용됐다. 나머지는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태워지거나, 땅에 묻히거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지구 어딘가에 불법으로 남겨놓았다. ‘쓰레기를 되가져 갑니다’ 캠페인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를 지구 어디에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꿈꾸는가? 그러면 우리 세대가 만든 쓰레기는 우리가 가져가자. 되가져가지 못할 쓰레기는 만들지조차 말자. 미래 세대에게 줄 것이 없어서 쓰레기를 남겨줄 것인가?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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