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오늘도 자란다] 부모의 삶이 ‘테크’와 만났을 때

장서정 자란다 대표
장서정 자란다 대표

서울대학교와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엄마의 52.4%, 아빠의 33.4%가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육아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부모가 되면 ‘나’로서의 삶과 ‘부모’로서의 삶 중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양 측면의 삶을 균형 있게 살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보다 부모 중 누군가가 ‘나’로서의 삶에서 한발 물러나 ‘부모’로서 아이에게만 충실히 살 것을 사회에서 강요하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가 돌봐야지”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부모들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면서도 부모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육아에 몰입하는 시간을 본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하면서, 일에 몰입할 때는 그에 맞는 아웃소싱과 테크 솔루션을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커리어가 단절돼 나 자신은 사회에서 없어진 듯한 상실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일하느라 아이에게 늘 부족한 부모라는 부채감을 느끼는 이런 양가감정 없이 부모와 아이의 삶이 모두 만족스러울 때 비로소 가정이 편안하고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진다.

이미 해외에서는 부모의 부담을 덜고 육아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페어런트 테크(Parent Tech)’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유아용품 쇼핑 플랫폼인 ‘베이비리스트’ 와 아이를 위한 금융 플랫폼 ‘그린라이트’에 각각 약 710억원, 약 31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내 페어런트 테크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1조6500억 원(14억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육아시장 규모는 13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아이의 기질과 부모의 기질을 파악해 그에 따른 육아법, 놀이법을 코칭하는 스타트업 ‘그로잉맘’, 부모의 보조 없이도 아이들이 온라인으로 다양한 체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 ‘꾸그’ 등이 성장하고 있다. 돌봄과 교육 매칭 플랫폼인 ‘자란다’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놀이와 배움 프로그램 역시 아이를 위한 시간과 부모를 위한 시간 양쪽을 만족하게 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가정이라면 ‘오복(五福) 중 가장 귀한 것이 이모복’이라는 말을 흔히 한다. 우리 아이, 가정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부모가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 ‘복(福)’이라 여겨질 정도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또한 아이의 성장시기에 맞는 교재, 완구 등에 대한 정보는 학부모 오프라인 모임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다. ‘이모복’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 정보나 솔루션을 그때그때 손쉽게 찾는 것은 아직 어려운 게 현실이다.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OTT나 자정에 주문해서 새벽에 배송을 받는 이커머스 시장이 발전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부모의 삶도 테크와 만나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부모의 삶이, 그리고 아이의 삶이 상황에 따른 선택과 결정을 강요받지 않도록 고도화된 데이터와 기술이 ‘페어런트’ 혹은 ‘키즈’ 시장에서 빠르게 발아하길 바란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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