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인연의 가치

얼마 전, 동네에 있는 교정 전문 치과에 아이를 데려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하고서 앞니 부정교합으로 치료를 한 후, 꽤 오랜 만에 방문한 치과에는 아이의 6년 전 진료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차트에는 앳된 얼굴의 아이가 이를 모으고 찍었던 사진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많이 컸네”하면서 아이를 기억했다. 앞으로 검진할 주기와 주의해야 하는 습관을 하나씩 알려주면서 “치과는 이렇게 더 자라서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아 좋다”고 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시험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였다. 초등 저학년 때 아이와 만났던 자란다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다. 아이가 크면서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당황스럽다고 했다. 선생님은 본인이 아이를 잘 아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보겠다 했다. 아이는 어릴 적 만났던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수다를 하며 속이 시원해진 듯했다. 며칠 전 고객센터에서 상담이 진행되는 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이름이라 물어보니 서비스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이용했던 남녀 쌍둥이 부모님과의 통화였다. 당시 일곱살 쌍둥이를 키우던 부모님은 두 아이 성향이 너무 달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하곤 했다. 여전히 자란다 선생님을 잘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용 기록에는 아이들의 성장 흔적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인연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이다. 시장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느라 2~3년 내 사라지는 서비스가 많은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지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객 생애 가치는 고객이 기업과 관계를 유지하는 기간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꿈의 시작점

매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초·중·고 학생들의 희망직업을 조사한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발표한다. 아이들의 희망직업이 해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이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 같아 눈여겨보게 된다. 올해 조사에서 초등학생의 희망직업 1위는 운동선수, 2위는 교사였다. 크리에이터가 3위에 올라 처음으로 ‘톱 3’에 진입했다. 지난해 2위였던 의사는 올해 4위가 됐다.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희망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였다. 절반의 초등학생들은 ‘좋아하는 일이라서’라는 답변했다. 반대로 ‘희망 직업이 없다’고 답한 초등학생의 39.2%는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몰라서’, 37.8%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라고 이유를 골랐다. 한창 고민이 많을 중·고등학생이 50%에 가까운 비율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라고 답한 것은 이해가 됐지만, 호기심과 에너지가 많을 초등학생의 77%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는 답을 한 것은 의외였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기까지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조사에 따르면, 두 달에 한 번 정도 부모와 아이가 관련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주목할 점은 부모 또한 이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부분이다. 자란다의 자체 설문에서도 부모들은 이렇게 답했다.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뚜렷한 관념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다” “아이가 스스로 꿈을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시키고 싶다”라고. 교육, 그리고 성장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개발하면서 행복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물을 판다

우리가 언제부터 물을 사서 마시게 되었을까. 매일 페트병에 담긴 물을 소비하고 있지만, 수도꼭지만 돌리면 깨끗한 물이 콸콸 나온다. 단지 어느 시점부터 돈을 주고 사는 ‘마시는 물’과 수도관으로 공급되는 ‘수돗물’을 구분 짓게 된 것이다. 요즘은 생수에 ‘천연암반수’ ‘해양심층수’라는 명칭을 붙이고 파란색이나 분홍색 라벨과 캡을 씌워 각각의 존재감까지 드러내는 시대가 됐다. 국내 생수 산업의 시작을 되짚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994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수의 판매가 수돗물의 안전성을 부정하고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당시 사람들은 수돗물을 신뢰하지 못해 커다란 물통을 들고 약수터로 향했다. 깨끗한 마실 물에 대한 요구는 커졌지만, 생수를 사서 마시는 건 엄연한 불법이었다. 생수 판매금지가 풀리된 건 국민의 ‘행복추구권’, 즉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국내에서 생수가 상품화된 지 20년 만에, TV 토론까지 열리는 치열한 사회적 공방을 거치고 나서야 생수 판매는 합법이 되었다. 생수의 판매는 규제 대상이었고, 소비자들은 “물을 사서 마신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하던 1976년, 국내에 생수를 처음으로 상품화했던 업체는 무슨 확신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던 걸까. 물에 값이 매겨지고,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를 전 국민이 외치게 될 날이 올 거라 믿었던 걸까? 마실 물의 가치를 유독 다르게 보았던 걸까? 소비자가 아닌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이 된 지금, 이 사례를 달리 보게 된다. 지난 2017년, 아이가 보내는 모든 시간이 배움의 시간이고 아이의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뒤돌아보다

최근 투자 시장에 ‘겨울’이 왔다며, 스타트업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의 찬란한 ‘유니콘’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켄타로우스’형 스타트업이 돼야 한다고 하고, 스타트업이 스스로 냉정히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미래를 향해 바삐 달려갈 수밖에 없다.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와중에 뒤를 돌아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차갑게 변한 시장은 미래에 집중하던 스타트업 업계에 잠시 머리를 식히고, 기업의 본질과 경영 전반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스타트업이 생존과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에서 기업들은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까. 비슷한 상황을 맞아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두 기업의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덴마크 완구 기업 ‘레고(LEGO)’는 2003년 요르겐비그 크누스토르프 CEO 취임 당시 레고 블록의 특허 종료와 비디오 게임 등장의 영향으로 ‘혁신의 굴레’에 빠져 있었다.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은 회사의 경영 상황을 크게 악화시켰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신임 CEO가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곳은 70년의 역사를 가진 레고의 기록 보관소였다. 지적성장을 촉진하는 ‘좋은 놀이’를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돕는 레고의 초기 사명을 떠올린 것이다. 이후 레고는 회사 이름에 담긴 ‘재미있게 논다(Leg Godt)’라는 핵심 가치에 집중하면서, 이익이 나지 않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했다. 블록 종류를 효율화하면서 표준 블록의 비율을 70%로 높이는 등 비용 절감과 동시에 본질에 충실한 경영으로 기조를 바꿨다.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기보다 확장할 수 있는 레고 블록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한 것이다. 과거의 성공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고객의 숨은 마음

코로나19 ‘엔데믹’과 세계 경제 여건의 급변 등이 겹치면서 각계각층의 시장 변화가 격동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기업이 앞을 내다보고 더 빠르게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최전선에서 느끼는 중이다. 자란다에서도 ‘고객에게 물어보기’와 같은 세미나를 열어, 고객의 대답 속에 숨은 요구를 찾아내기 위한 인터뷰 기법을 논의하는 등 어떻게 한발 앞서 고객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에서 가장 치열하게 임하는 과업이다. 동시에 항상 어려움에 부딪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고객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많은 요구를 표출한다. 그중에서 어떤 요구를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포착해서 서비스에 반영할지는 기업이 결정할 몫이다. 그 결정의 차이는 때로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데이터 전문가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넷플릭스의 사례를 소개한다. 넷플릭스 창업 초기에 사용자들에게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해 물으면, 사용자들은 다큐멘터리나 심오한 외국 영화를 많이 골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즐겨보는 건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였고, 고객이 솔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한 넷플릭스는 시청 이력 위주로 추천 방식을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자란다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다. 부모님이 서비스를 신청하지만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는 당사자는 아이들이다. 부모님이 작성한 내용 속에 숨겨진 내심, 그리고 부모님이 미처 알지 못한 아이들의 요구까지 읽어내야 하는 것이 숙제다. 부모님의 신청 글과 선생님이 방문 후 기록한 수업내용, 관찰내용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이 만남이 얼마나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자라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번 드라마의 성공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사회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균형감 있게 제공했다는 점일 것이다. 선역과 악역을 나누지 않고, 캐릭터들이 처한 사정과 논리를 세심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한 것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극 중 개인적으로 유독 관심이 간 에피소드가 있다. 어린이들의 해방을 외치며 아이들을 학원 대신 동네 뒷산으로 데려가 함께 뛰어논 ‘방구뽕’이란 인물이 납치법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방구뽕은 법정에서 말했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 놀아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나중에는 늦는다고. 방영 시점에 ‘초등학교 5세 입학’이 이슈가 되면서 해당 방송은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시의적절하게 이슈를 탄 이 에피소드에서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의 엄마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극 중에서 그는 “대한민국 어린이의 적(敵)은 학교와 학원, 그리고 부모이며, 그들은 행복한 어린이, 건강한 어린이를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행복이 성적과 좋은 대학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그려졌다.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를 늦게까지 학원에 보내는 부모는 아이의 행복보다 성적을 바라는 존재이고, 학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은 불행한 아이일까. 부모마다 아이에게 길을 열어 주는 방식이 다른 건 아닐까. 아이가 어려운 과업을 끈기 있게 해내면서 보다 빠른 성취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부모나, 아이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자유롭게 하나씩 이뤄가며 성장하길 원하는 부모나 각자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모든 아이가 다르고, 모든 가정의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만큼 교육과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내게 당연한 것은 상대에게도 당연하다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 줄 선생님을 매칭해주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가끔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때문에 아이가 상처받는 경우는 없나요?” 그리고 이 반대의 질문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아마 어른인 선생님이 아이보다 우위에서 일방향적인 소통을 하는 환경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선생님이 아이를 나무라고 혼내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아이나 가족으로부터 선생님이 고통을 받는 일을 걱정하진 않는다. 선생님이 방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이가 혼자 방치되는 상황을 우려하는데 비해, 선생님과의 약속을 가정에서 지키지 않아 아무도 없는 집 앞에서 곤란함을 겪는 선생님의 상황을 떠올리는 이는 거의 없다. 자란다와 같이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매치메이커’라 한다. 서로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적절하게 매칭하는 것이 곧 플랫폼의 역할이다. 쌍방의 니즈가 한 점에서 만나기 때문에 일방향적인 요구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고 어렵지 않은 것을 맡기기 위해 굳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는 없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일을 처리할 에너지 혹은 전문성이 부족할 때, 다른 사람의 시간과 수고를 플랫폼을 통해 구하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플랫폼에 투입한 금전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이 투입한 시간과 수고 역시 소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자란다에서는 선생님의 활동이 금지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 ‘당일 취소’와 ‘노쇼’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자란다 선생님들의 불편사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모님들의 ‘당일 취소’와 ‘노쇼’다. 프리랜서 플랫폼으로 유명한 한 플랫폼에서는 견적요청서만 올려놓고서 프리랜서가 플랫폼에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불확실성이 만드는 성장의 미학

스타트업 경영과 육아의 공통점은 상시로 ‘불확실성’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영역에서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최선을 다해 분석하고 준비해도 불확실성은 남기 마련이고, 이러한 불확실성은 마치 산소처럼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영과 육아를 하다 보면, 불확실성은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사전에 구상한 계획대로 일이 술술 풀려 가길 기대하고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상황이 발생할 때 우리는 안정감을 느낀다. 반대의 경우에는 불안요인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한 사업은 나의 의도와 의지 안에서 흘러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늘고 사업 규모도 확장되면서 나의 통제 안에 있거나 확신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점차 줄어들게 됐다. 아이들 역시 부모인 나만큼은 누구보다 아이를 잘 알고 있다 생각하고 성장모습을 예측한다. 하지만 친구나 선생님에게 영향을 받고 본인의 생각이 커지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강점이나 약점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우리는 경영을 하며, 또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휴 커트니는 불확실성을 4단계로 구분했다. 단 하나의 예측을 내놓을 수 있는 경우는 1단계 ‘확실한 미래’, 몇 개의 대안적인 시나리오로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경우는 2단계 ‘대안이 있는 미래’로 분류된다. 여러 개의 변수가 있어 발생 가능한 대략의 범위만 간신히 예측할 수 있다면 3단계 ‘범위를 정할 수 있는 미래’, 복합적인 불확실 요소로 인해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4단계 ‘완전히 모호한 미래’에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누구나 잘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회사도 운영하시다니, 힘들지 않으세요?” 자란다 창업 이후 흔히 듣는 말 중 하나다. 육아와 창업, 그리고 몇 십명의 인사를 책임지는 대표 역할까지 하느라 고단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사람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적인 작업을 하려는 충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물학적인 행동이다. 런던경영대학원의 댄 케이블 조직행동학 교수는 ‘탐색시스템’이라는 뇌의 일부 기능이 작동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충동을 따를 때 우리는 동기부여와 즐거움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생성되고, 배우고 탐색하는 활동에 더욱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케이블 교수는 탐색, 실험, 학습의 프로세스를 갖춘 조직 안에서 도파민을 생성하며 더 즐겁게 일하게 된다고 정의했다. 6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겪으면서 탐색, 실험, 학습이라는 조직의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감정적, 물리적 수업료를 내며 위와 같은 조직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먼저 리더가 가져야 할 태도, 마음가짐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장 첫 번째 태도는 회사 구성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헤쳐나가는 힘을 키우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가졌을 때 그 강점을 발휘하려는 욕구가 충만해지고 능동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본 후에야 한발 물러서서 구성원 스스로 업무와 목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시의적절한 피드백이다. 마냥 기다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지켜보기만 했을 때, 일부 구성원은 의욕을 잃고 업무효율도 떨어졌다. 당시엔 무척 혼란스러웠다. ‘아니,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애프터 코로나, 남은 숙제는 ‘아이의 마음’

지난 2년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재난이 만든 지난한 세월이 지나고, 우리 사회는 비로소 ‘일상’이었던 것들을 회복하고 있다. 그토록 기다린 일상회복이지만 코로나19는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바꿔놨다. 이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는 많은 숙제가 남았다. 특히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들의 고민은 한가득이다. 코로나 기간 학령기 아이들은 인생 중 가장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시기에 귀중한 경험의 대부분을 놓쳐야 했다. 이 기간 가장 절제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은 사실 아이들이었고, 코로나19가 아이들에게 남긴 영향 역시 뚜렷하다. 최근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7%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우울해졌다고 답했고 불안해졌다는 응답 비율은 26%로 나타났다. 조사한 학생 가운데 43%는 코로나19 이후 학업 스트레스가 늘어났다고 답했고, 교우관계가 나빠졌다는 학생도 31.5%, 선생님과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학생도 20%나 됐다. 코로나 기간 아이들의 ‘마음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였다. 학업 성적 향상을 위한 대안은 학원, 과외, 학습지, 온라인 강의 등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듣고 보살펴줄 수 있는 솔루션은 우리 사회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간 아이들의 마음 관리는 학교와 친구들에게 상당 부분 의지해왔는데, 코로나19가 등교를 가로막자 가정에서도 뾰족한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6개월간 부모님들이 아이의 교육·돌봄을 ‘자란다’에 신청하며 보내온 요청사항을 보면, 부모들의 걱정이 짙게 나타난다. 먼저 부족해진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채워주길 바라는 수요가 55% 증가했다. 특히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눠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아이의 이야기를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부모의 삶이 ‘테크’와 만났을 때

서울대학교와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엄마의 52.4%, 아빠의 33.4%가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육아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부모가 되면 ‘나’로서의 삶과 ‘부모’로서의 삶 중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양 측면의 삶을 균형 있게 살 수 있는 솔루션을 찾기보다 부모 중 누군가가 ‘나’로서의 삶에서 한발 물러나 ‘부모’로서 아이에게만 충실히 살 것을 사회에서 강요하기도 한다. “아이는 부모가 돌봐야지”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부모들의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면서도 부모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육아에 몰입하는 시간을 본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하면서, 일에 몰입할 때는 그에 맞는 아웃소싱과 테크 솔루션을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커리어가 단절돼 나 자신은 사회에서 없어진 듯한 상실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일하느라 아이에게 늘 부족한 부모라는 부채감을 느끼는 이런 양가감정 없이 부모와 아이의 삶이 모두 만족스러울 때 비로소 가정이 편안하고 아이도 부모도 행복해진다. 이미 해외에서는 부모의 부담을 덜고 육아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페어런트 테크(Parent Tech)’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유아용품 쇼핑 플랫폼인 ‘베이비리스트’ 와 아이를 위한 금융 플랫폼 ‘그린라이트’에 각각 약 710억원, 약 310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내 페어런트 테크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약 1조6500억 원(14억 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육아시장 규모는 13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아이의 기질과 부모의 기질을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낭만’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교육이 특정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프로세스이자 리듬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흐름, 리듬을 타야 모든 것이 순조롭고 좋은 성과가 나오듯 교육 역시 어떤 과정, 단계를 거쳐 배우느냐에 따라 얻어가는 것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이 리듬을 어떻게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화이트헤드는 교육을 3단계(낭만-정밀화-일반화)로 구분했는데, 유아기에서 초등학생 시기가 ‘낭만(Romance)의 단계’에 해당한다. 낭만의 단계는 어떤 대상에 흥미를 갖고 첫사랑에 빠지듯 강한 동기 부여가 되는 시기다. 또 이 시기 흥미를 느낀 대상에 대해서는 삶 내내 흥미가 지속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들이 각자의 배움에 푹 빠져 즐겁게 성장하길 희망한다. 맞벌이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방과후 아이들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학원과 학습지 정도였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할 황금같이 귀한 시기에 아이들은 “학원 가기 싫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고, 공부에는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스스로 신나서 하기보다는 끌려다니듯 억지로 공부하는 모습, 책상 앞에 앉아 끙끙대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했다. 고민 끝에 교육이라는 단어 대신 ‘배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교육을 받는다’라는 수동적인 동사를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자라는 시간, 즉 ‘낭만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아이가 리듬을 타며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아이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나눌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발자전거를 타다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가 여러 번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싫어하게 되지 않도록 아이가 스스로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자전거 뒤편을 살짝 잡았다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