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오늘도 자란다] 고객의 숨은 마음

장서정 자란다 대표
장서정 자란다 대표

코로나19 ‘엔데믹’과 세계 경제 여건의 급변 등이 겹치면서 각계각층의 시장 변화가 격동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기업이 앞을 내다보고 더 빠르게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최전선에서 느끼는 중이다.

자란다에서도 ‘고객에게 물어보기’와 같은 세미나를 열어, 고객의 대답 속에 숨은 요구를 찾아내기 위한 인터뷰 기법을 논의하는 등 어떻게 한발 앞서 고객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를 확인하는 것은 기업에서 가장 치열하게 임하는 과업이다. 동시에 항상 어려움에 부딪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고객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많은 요구를 표출한다. 그중에서 어떤 요구를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포착해서 서비스에 반영할지는 기업이 결정할 몫이다. 그 결정의 차이는 때로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데이터 전문가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넷플릭스의 사례를 소개한다. 넷플릭스 창업 초기에 사용자들에게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해 물으면, 사용자들은 다큐멘터리나 심오한 외국 영화를 많이 골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즐겨보는 건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였고, 고객이 솔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한 넷플릭스는 시청 이력 위주로 추천 방식을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자란다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사용하는 서비스다. 부모님이 서비스를 신청하지만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는 당사자는 아이들이다. 부모님이 작성한 내용 속에 숨겨진 내심, 그리고 부모님이 미처 알지 못한 아이들의 요구까지 읽어내야 하는 것이 숙제다. 부모님의 신청 글과 선생님이 방문 후 기록한 수업내용, 관찰내용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이 만남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아이의 나이에 따라 활동 경향이 달라지는 지도 살펴본다. 다양한 데이터를 조합해 우리가 추천한 선생님이 부모님과 아이의 숨은 요구에 적합했는지를 검증한다.

얼마 전,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며 함께 할 미술 선생님을 신청한 부모님이 있었다. 막상 미술 선생님이 아이를 만나보니 아이는 방에서 그림을 그리기보다 밖에서 뛰어놀고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돌아다니길 원했다. 아이는 자신이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엄마, 아빠가 칭찬하고 좋아해 주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해왔다 한다. 부모님이 제공한 정보 외의 다른 데이터에도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혹여 우리 진짜 고객의 숨은 마음을 못 알아챌 수 있기에.

모두가 속마음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본인의 속마음이 어떤 것인지 깨닫지 못할 때도 많다.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장 상황에서 고객의 심리는 저절로 읽히지 않는다. 진실에 가까운 고객의 마음을 읽어 내, 신뢰와 애정이 느껴지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부모가 소통하고 관찰하고 몰입하는 것처럼, 기업들도 각고의 노력으로 고객들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봐야 할 때다.

장서정 자란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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